2013년 4월 30일 화요일

1일1식 4월 한달 마감


'주2회 1일1식'을 4월 동안 시도한다는 공지를 올렸었다(엮인글).  


4월을 마감하는 날이라서 한 달여 1일1식의 결과를 정리한다. 
애초 계획은 '주2회' 이행이었으나, 첫주부터 주5회 1일1식이 가능해서 그 기운을 계속 타서 4월 내내 '주5회 1일1식'을 이행했다. 해서 4월 한달 30일 간 1일1식을 한 날은 총 22일이다. 

처음 약간 근심한 것과는 달리, 굶주림은 견디기 힘든 정도의 불편함은 아니었다. 푸샵처럼 지속적으로 이행하는 버릇이 이미 있어서 인지 1일1식을 버릇으로 만드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던 것 같다. 또 평생을 사로잡혔던 하루 세끼라는 선입견의 위력도 새삼 깨달은 시간이다. 선입견은 다종의 변화 가능성을 차단할 것이다. 

1일1식이 가져온 변화는 수분 섭취가 늘었다는 것이다. 나는 평소 물을 거의 마시지 않는데, 목마름이 잦기도 하고 배가 고프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물을 자주 찾게 된다. 또 다른 변화는 허리 둘레를 재보니 3cm 이상 줄었더라(내 목적은 뱃살 제거지만). 


* 향후 계획: 주5회 1일1식을 기본으로 한다. 20/4(20시간 공복 유지, 4시간 취식 가능)와 18/6을 병행하며, 밤 9시 이전까지 식사를 마치는 걸 기본으로 하되, 최대 자정까지 취식을 허용한다.   

* 향후 대안: 취식 가능 시간 동안 틈틈히 먹을 견과류 구비. 


0429 스티브 맥퀸 감독, 셰임(Shame, 2011)




금지 되어 논란이 된 영화 <셰임>의 헝가리 버전 포스터. 온라인으론 얼마든 볼 수 있는데 금지는 무슨 금지. 장난침미?


4월29일(월) 16시30분 현대미술 작가 출신 스티브 맥퀸 감독의 <셰임 Shame>(2011) 시사회. 왕십리CGV. 


yBa 트레이시 에민과 경합한 1999년 터너상 후보군으로 나란히 선발되어 결국 터너상을 수상자가 된 현대미술인 스티브 맥퀸의 2011년 연출한 영화.
롱테이크가 많지만 타르코프스키나 앵갤로프로스 식의 롱테이크와는 다르다. 감독이 미술인 출신이라는 선입관을 갖고 영화를 봐서인진 모르나, 미쟝센을 염두에 둔 정지 화면 설정이 많다고 느꼈다. 프레임에 들어오는 배경도 모노톤으로 떨어지도록 세트를 맞춘 것 같다고 느낀 점도 동일한 선입관 때문인지 모르지만. 

보도자료에도 나와있고, 즉물적인 스토리라인 자체가 그렇지만, 시종 섹스에 촛점을 맞춘 섹스에 관한 영화다. 그것은 영화가 비단 잠들지 않는 현대 도시, 파티와 술집, 8등신 모델을 닮은 여성 출연진이 자주 모습을 보여서 만는 아니다. 섹스에 강조점이 있지만 주인공이 남자 배우(마이클 파스벤더)여선지, 여체보다 파스벤더의 육체의 미덕을 담기위해 카메라가 분주하다. 

전환점이 되는 장면 4부분 이상에 바흐의 골드베르그 변주곡이 흘러 나오는데, 내가 그렇게 자주 들었던 음반인데도 아리아 부분을 빼곤 처음에 재즈 피아노 즉흥곡 인줄 오해를 하면서 들었다. 

브랜든이 자신의 집 실내에 쌓아둔 LP 컬렉션, 레스토랑에서 주문하는 와인 피노누아, 상대 여성과 대화 속에서 토로하는 염세적인 결혼관, 그 외 한 두가지 점에 브랜든에 감정이입 체험.    






나의 작은 꿈 In our small way

 

 

헤이리 가는 2200번 버스 안에서 였는지, 차 안에서 유년시절을 환기 시키는 익숙한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노래 제목이 떠오르질 않아서 지금 찾아보니 '작은별 가족'이라는 온가족으로 편성된 국내 그룹사운드(?)의 <나의 작은꿈>이라는 노래. 버스 안에서 듣고 있자니, '저 당시에 어떻게 이런 감미로운 선율을 뽑았을까. 근데 잭슨 파이브랑 너무 닮았는데 그 당시 관행처럼 외국곡을 무단 카피해서 쓴 건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지금 검색해보니 잭슨 파이브의 마이클 잭슨이 부른 <In our small way>를 개사 편곡한 곡이었다. 


90년대 초중반 내가 극성맞게 중고 LP를 수집하러 중고 음반가게를 쏘다니던 시절, 드물게 찾던 황학동 벼룩시장에서 '작은별 가족'의 노래 모음LP를 중고로 산 적이 있는데 상단에 올린 저 음반이다. 아마도 촬영 당시로선 꽤 폼나게 외제 승용차를 내세운 가족 사진을 앨범 자켓으로 썼는데 퍽 이국적이고 재밌게 보였다. 


'작은별 가족'에선 아름다운 하이키 보컬을 지닌 어린 아들 강인봉(잭슨 파이브로 치면 마이클 잭슨의 역할)이 중심적인 역할이었는데, 후일 솔로로 데뷔한 적도 있었다. 지금은 어떻게 사는지 모르지만. 

 

 

 

 

 

2013년 4월 29일 월요일

0423 The song of slant rhymes(국제 K2) 0424 김구림(통인) 0426 정직성(유진) 0427 프레드로잉비엔날레(헤이리) 장선아&조나라(아쉬)


0423(화)
'The song of slant rhymes' (2013.0423~0613 국제갤러리 K2)

0424(수)
김구림 '끝없는 여정' (2013.0403~0424  5월4일까지 연장되었다고함. 통인화랑)
학생 발표(세종대)

0426(금)
정직성 '어떤 조건' (2013.0426~0525 유진갤러리)

0427(토)
프레드로잉 비엔날레- 공모전: '드로잉, 생각의 시각' (2013.0405~0428 헤이리 인근 10개 갤러리)
장선아&조나라 '프시케 감각의 온도' (2013.0427~0519 갤러리 아쉬)





The song of slant rhymes (국제 K2)
 뒷풀이 장소인 국제갤러리 레스토랑에서. 문성식(멀리) 남화연(가까이)

 전미래(5월1일 코너아트스페이스에서 개인전 예정) 

 2011년 서울예고생 8명으로 구성된 기획전때 만난 조윤경(이대). 

국제 전시는 7명의 그룹전인데 오프닝날 인파가 너무 많아서 전시를 온전히 보기도 힘든 처지였고, (1일1식으로 인해) 너무 허기가 진 상태여서 나는 뒷풀이 레스토랑으로 곧장 직행했다. 나로선 '리셉션에 의미를 두기로 작정'하고 지인들과 교류하는 데 시간을 보낸 전시 개막식이 되었다. 이날 거의 밤11시 무렵까지 와인 마시다가 귀가함. 전시는 다른 날 다시 와서 천천히 볼 예정.


김구림 (통인화랑)

 도어가 있는 정물 1977, 바지 1975 

 걸레 1975, easel 1976






학생발표(세종대)
 일방적인 강의로 구성되던 종래 수업 방식을 올해 이번 학기부터 전면 수정. 학생 발표&토론을 9할 정도 배당했다. 내가 강의를 하는 건 고작 첫수업때 '가이드라인용 강의' 한번 한 게 전부다. 일방적인 강의는 나로선 속시원하긴 하지만 학생들이 의견을 발표하고 입을 열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올해부터 전면 재고.  



정직성 (유진갤러리)




 청담동에 이런 갤러리도 있다. 살던 집을 개조해서 분위기가 좋다. 평창동 디방갤러리가 떠오르기도. 



드로잉, 생각의 시각 (헤이리 인근 10개 갤러리)
 황정원, stranger 1호 2011 + stranger 8호 2012

 황정원, 설명서, 2012

 정효영, encore! mist age + collector 2011

 김철환, 내가 생산한 것(연작)

 먼저 인사를 건네와서 얘기를 나눈 이동민은 대학원에서 미학을 전공하는 학생이라고 자기 소개를 했다. 내 머리도 따줌.  

2014년 개최 예정인 드로잉 비엔날레 전시의 사전행사로 열린 공모전인데, 전시 구성은 출품자의 작품과 그것의(?) 드로잉에 해당하는 작업을 나란히 보여주는 것 같았다. 연전에 가르쳤던 제자 황정원이 출품하게 되었다고 해서, 전시가 끝나기 하루 전날 헤이리의 10개 갤러리 가운데에 제자의 작품이 걸린 화이트블럭만 둘러보고 왔다(다음 일정이 있기도 해서).  




장선아&조나라(아쉬)
  장선아의 전시실

조나라의 전시실



 이것이 앞면. 

 이것이 뒷면.

조나라


갤러리 아쉬의 개관전으로 장선아 & 조나라 2인전이 열렸는데 전혀 다른 공간에서 열린 개별적인 개인전에 가깝다. 


2013년 4월 28일 일요일

0428 베르디 아이다 (세종문화회관)


4월28일(일) 17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 관람.


<아이다>는 십수년 전 LP박스세트로 구입한 적이 있는데 지금 검색해보니 게오르그 솔티 지휘의 '데카'레이블 음반 같다.
구입만 해두고 동기부여가 잘 되질 않아 턴테이블에 LP판을 올린 기억이 많지 않다. 2막 후반에 나오는 '라다메스의 개선'이 <아이다>하면 흔히 떠올릴 수 있는 곡일 것이다. 직접 공연으로 들으니 1막에 초반에 라다메스 암네리스 아이다의 3중창도 들을 만 하더라. 'Possente Ftha(전능하신 푸타 신이여)'에서의 무대 세트는 모차르트 <요술피리>에서 밤의 여왕의 아리아를 연상 시키기도 했다. 집에서 LP로 들을 때는 대사를 보지 않고 음악만 들었는데 몰입할 만큼 귀에 붙는 곡과 선율이 없었던 기억이다. 이번 공연 때문에 처음으로 <아이다>의 스토리에 관해 알게 된 거다.  


 이집트 파라오왕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아이다>는 도열한 인물의 각잡힌 배열, 좌우로 밀려오는 세트나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병사의 동선, 좌우 균형감, 절제된 움직임, 걸핏하면 가오를 잡으면 등장하는 이집트 국왕의 자태, 그리고 계단형 무대와 합창단 등등 + 모차르트 오페라처럼 청각을 자극하는 감미로운 선율이 많질 않아서 흥겹게 감상하긴 부담이 크다. 자주 듣질 않은 오페라여서 '라다메스의 개선'처럼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선율이 아니면 감정이입이나 동기화가 잘 되질 않았다. 모차르트 오페라는 고전주의시대의 음악의 성향 때문인지 왕족의 이야기처럼 지배계급의 대사가 나오질 않고, 귀에 박히는 유명한 아리아와 합창곡이 많고 서곡도 들을 만해서 훨씬 많이 찾아 듣게 된다. 

베르디가 <아이다>를 초연한 게 1872년이므로 전기불이 보급된 시기는 아닐 것 같다. 한데 현대적 극장에 올려지는 <아이다>는  조명발이 한몫한다. 당시만해도 연기, 무용, 성악, 거대한 스케일의 무대까지 그랜드 오페라는 포괄적인 버라이어티쇼였을텐데, 조명을 어떻게 썼을 지 궁금했다. 오늘날은 다채로운 버라이어티쇼가 많은 만큼 최소한 무대미술은 한층 보완되어야 할 것 같았다. 

설정이 이집트 장군과 에티오피아 공주의 사랑이기 때문에 서구에선 '흑인 성악가'를 주로 캐스팅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더라. 

갈등 구조는 그럴싸하게 잡았다. 조국, 이뤄지기 힘든 연정, 배신, 짝사랑, 그리고 신분상의 차이. 
이야기 전개의 개연성까지 기대했다면 오바인진 몰라도 "모든 것은 운명일세"라는 말로 결말부를 순수한 남녀의 최후로 장식한 건 좀...  


* 맘에 남았던 아리아 가사. 

라다메스 "내 생각의 주인이며 생명의 빛이여!" 
암네리스 "내 마음 속에는 증오 복수 분노만 있도다!"  


 좌석 앞에 작은 모니터가 있어서 뭔가했는데, 배우들의 대사를 한글로 올려준다. 





2013년 4월 27일 토요일

0414~0426 일 기


 틈틈히 찍어둔 사진 중에서. 



 4월14일(일) 문을 열어 베란다를 바라보던 중. 햇빛이 너무 강해서 자전거(안장의 경우) 도색이 다 날라길 지경이었다. 대책을 마련할 생각이다. 늘어선 자전거 중에서 그나마 자주 타는게 좌측 버디(노란색) 중간 브롬톤(녹색). 훨씬 자주 타는 자전거는 현관문 앞에 세워둔 비앙키. 

 4월15일(월) 누나가 평창동 내 방에 쌓아둔 CD랑 올초 포르투갈 여행 다녀오는 길에 사온 포트 와인 한병을 집에 놀러왔다. 우리는 모 출판사로부터 선물 받은 Cono Sur와인 한병을 전부 마셨다.  

 집에서 싸들고 온 CD의 일부. 쌓아둔 CD 가운데 재즈를 집어온 모양임. 

 4월19일(금) 떨어져 있는 걸 주웠다. 후일 용도가 있을 것 같아서. 

 4월19일(금) 신림역 인근. 버스 안에서 인도 위를 자전거로 달리는 어느 젊은 남성을 찍다. 왜 찍었냐하면 '가장 안 좋은 자세로 자전거를 타고' 있어서 샘플로 보여주려고. 저렇게 안장을 낮춰서 타는 건 주변에서 흔히 보는 착석 자세인데, 가장 잘못된 자전거 탑승 자세다. 안장을 저 지경으로 낮춰 타는 건 겁이 많아선데 일단 오랜 주행을 할 수 없을 만큼 피곤해지며, 미관상도 굉장히 추하다. 조심하시길. 관건은 이렇다 => 안장에 앉은 채로 출발하거나 정지하려고 하지 말라. 그러면 안장을 저렇게 곰돌이 처럼 낮추게 된다.  

 4월24일(수) 세종대 수업을 갔는데, 내 수업이 끝나면 내가 수업하는 강의실에서 황신혜 밴드의 김형태씨의 특강이 있을 예정인가 보더라. 황신혜 밴드는 90년대 중후반 비주류 문화에서 인지도가 높은 인디밴드였다. 강의 제목 뽑은 거 좀 봐라 얼마나 굉장한지. "인간이란 무엇인가 예술가란 무엇인가" 

4월26일(금) 청담동 전시 오프닝을 가는 길에 본 버스 정류소 광고 배너. 사진을 찍지 못해서 인터넷에서 찾았다. 김연아를 모델로 세운 '로만손' 시계 광고. 김연아도 이제 숙성 단계에 돌입 

2013년 4월 25일 목요일

반이정의 예술판독기: 난교파티 (씨네21)


* <씨네21>(901호) '반이정의 예술판독기' 71회분. 
  


사교(社交)와 사교(邪敎)




상좌. 에릭 휘슬, <중년 남성의 보트와 그의 개>, 1982년
상우. 테리 로저스, <평온의 허무함>, 2006년
하좌. <숏버스> 포스터 2006년
하우. <아이즈 와이드 샷> 1999년
우. 홍대클럽 <짝짓기 파티> 홍보 포스터, 2011년 




‘애정 행위자로 연인 둘’을 상정하는 사회적 합의에 도발적 위협 가운데 하나가 난교다. 하지만 난교 파티는 황홀경을 동반한 신성한 의식으로, 고대 사회에서 시원을 찾을 만큼 전통이 유구하다. 여럿이 뒤섞여 혼음을 나누는 난교 파티는 가공된 이야기 속에 틈만 나면 소환되곤 했다. 바커스 축제를 묘사한 고전 회화부터 현대적 영화의 스토리텔링까지 그것은 일상의 사이클을 과격하게 거스르는 반전의 단서로 쓰인다. 이를테면 난교는 반윤리와 반미학을 실행하는 집단 퍼포먼스다. 고풍스런 19세기 대저택에 비밀리에 모여 가면으로 신분을 가리고 집단 난교 파티에 빠져든 <아이즈 와이드 샷>은 공동체 일각에서 소수 특권층이 누릴 베일에 가린 남모를 유희에 관한 풍자인 것 같기도 하다. 

난교 파티에 포함된 엄숙한 의식(儀式)도 계급적 연대감을 확인하는 대의명분 때문에 거행된 건지도 모른다. <숏버스>의 난교 장면은 계급적 우월성을 과시하는 장치가 아니라, 정상인의 인륜에 저항하는 비주류 특유의 자기도취 방편으로 삽입된 것 같다. 전성기 시절 화가 에릭 휘슬이 내놓은 무수한 화면 속에 근친상간이나 무분별한 난교 파티가 연상 되는 설정이 잦은 건 따분한 미국 중산층의 삶을 향한 희화와 자조를 표현하기에 성적 문란만큼 적합한 단서가 없어서가 아닐까. 하지만 후대의 노골적 상업 화가 테리 로저스는 우회적인 사회 풍자보다는 돌직구를 던진다. 어딜 봐도 유명인사의 미모와 육체를 소유한 청춘 남녀들의 흥건한 파티를 파편적으로 모아 한 화면에 담았다. 그 안에는 풍자나 암시 따위는 종적을 감추고 오직 진솔한 관음의 욕망만 가득 차있다.

수준과 규모 면에서 차이를 보일 뿐, 테리 로저스의 난교 파티를 그저 관음적 소비 대상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반복하는 사례는 있다(어쩌면 많을 것 같다). 지어낸 설화에나 나오는 비현실적 난교가 현실에서 시행되다가 ‘부주의’로 발각되는 사건들이 보도되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의 고위 관리들이 포함된 남녀 여섯의 난교 장면은 그들이 자처해서 촬영한 기념사진 120장이 과실로 유출되는 통에 세상에 알려졌다. 현실 속 난교가 비단 이처럼 비밀에 부쳐진 극소수 멤버의 사교 모임에만 한정되는 건 아니다. 

고대의 난교 파티는 공개된 파티 문화의 얼굴을 하고 현대 사회에서 속속 출연한다. 현행법과 공동체의 완고한 도덕적 감시망을 피하려고 완화된 형식을 취할 뿐이다. 홍대 클럽데이를 앞두고 참여 고객을 상대로 모텔비를 지급한다는 파격적인 경품 이벤트를 내건 어느 클럽의 전략이 그런 경우이다. 그러나 이 행사는 선정성 논란과 언론의 집중 취재로 결국 무산되었다. 이 행사의 취소 배경에는 외견상 부도덕을 향한 질타가 자리하지만, (준)난교파티 마저 황홀경을 동반하는 소수의 이권이라고 믿는 정상 사회의 집단 시기심이 저지 요인일 것이다. 난교 파티가 통상 가면으로 신분을 숨기고 의례로 엄숙함을 위장하는 이유이리라. 예술적 감식안도 극소수만이 소유하는 법인데, 주변 집단의 몰이해를 피하려고 엄숙한 관념을 부여하곤 한다.




반이정: 미술평론가(원래 꿈은 배우). <중앙일보> <한겨레21> <시사IN>에 미술비평을 <한겨레> <경향신문>에 시평을 연재. 자전거 7대를 타고 다니는 자전거광. 네이버 파워블로거로 선정된 그의 거처는 dogstylist.co

0424 Habemus Papam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 시사회


4월24일(수) 16시30시. 난니 모레티 감독 겸 주연, <Habemus Papam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2011) 시사회(왕십리CGV).


2012년 대선 우량주 안철수가 노원병 국회의원으로 선출된 날, 신임 교황 선출을 둘러싼 코디미물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의 시사회를 보고 옴. 이 영화의 한글 제목이 영어 타이틀 'We Have a Pope'을 그대로 번역한 거 같은데, '새 교황이 선출되었다' 정도로 번역하는 게 맞을 거다. 아니고선 의미가 온전히 통하지 않는다. 실제로 Habemus Papam는 바티칸에서 신임 교황 선출을 알리는 선포 문구로 쓰여왔다. 

영화의 시나리오 때문에 신임 교황의 모습을 보려고 베드로 광장에 모여들어 연일 기다리는 인파의 모습이 여러번 등장하는데, 실제로도 그랬을 것이다. 군중의 보편적 심성을 움직이는 복고풍 심리는 얼마나 무서운가. 그 점에서 교황 선출은 정서적 보수주의의 하드코어 쯤 되는 공식 행사일 거다. 

교황 임무 수행에 두려움을 느낀 영화 속 멜빌 추기경(미셸 피콜리 역)이 교황청 밖의 세속으로 일시 도피해서 보통 사람 행세를 하고, 교황청 근무자가 '그림자 교황' 역을 맡아 교황청에 모여든 모든 추기경의 눈을 속이는 설정은 19세기 출간된 마크 트웨인의 소설 <왕자와 거지>의 설정을 떠올리게 만든다. 선계(仙界)의 최고 권력을 수용하지 못해 두려워하며 "자신을 놓아달라"고 애원하는 신임 교황이라는 시나리오 착상부터 이탈리아 영화로는 파격적이다. 교황 직무를 부정하며 신경과 상담을 받으며 자신을 연극 배우로 속이는 교황의 모습에서 성직의 이면을 풍자하되 연기자에 대한 자의식을 드러낸 구성 같았다. 더욱이 세속으로 달아난 교황을 다시 모셔오기 위해 추기경들이 연기자의 복장으로 연극 관람 중인 교황을 영접하러 연극 극장에 모두 모여든 설정도 그렇다. 

지도력 포기를 선포하는 마지막 반전은 베네딕토 16세의 선례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모양이다. 모여든 신도들의 기대를 좌절시키는 이 단조로운 반전은 비신자인 정신과의사의 지휘로 세속의 운동경기-배구-에 몰입하는 노인 추기경들의 모습과도 동조하는 하는 것 같다.  


* 베드로 성당 발코니 촬영은 바티칸의 협조를 얻은 건지 혹은 놀랄만한 CG 기술인지 보도자료에는 나와있지 않았다. 궁금.

** 이렇게 고령 배우가 극의 주역으로 많이 등장하는 영화는 흔치 않을 것. 

*** 신임 교황을 대변인이 세속 공간에서 만나 설득하는 장소는 로마 유적지인 포로 로마노Foro Romano. 2007년이 연상.  

 영화 <Habemus Papam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 의 교황, 배우 미셸 피콜리. 


실제 베드로 성당 발코니에 나타난 베네딕토 16세






콘클라베 역대 최장 닷새 소요…주말전 선출 가능성
기사입력 2013-03-13 11:41

바티칸서 한때 분홍색 연기
가톨릭 여성역할 확대 시위도

제266대 교황을 선출할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 일정이 12일 시작된 가운데 역대 콘클라베 진행 과정에 대한 관심이 모이고 있다.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세기 들어 소집된 콘클라베는 최단 이틀에서 최장 닷새 동안 열렸으며, 평균 사흘이 소요됐다.
콘클라베 최장 기간은 닷새로, 1903년 7월 당시 7차례 투표를 거쳐 이탈리아 출신인 비오 10세가 교황으로 선출됐다. 1922년 2월 선출된 이탈리아 출신 교황 비오 11세는 닷새 동안 콘클라베를 거쳤으며, 14차례로 가장 많은 투표 횟수를 기록했다. 가장 단출한 콘클라베로 선출된 교황은 이탈리아 출신인 비오 12세로, 1939년 3월 이틀 동안 단 3차례 투표로 최종 결정됐다. 앞서 2005년 4월 베네딕토 16세는 이틀 동안 4차례 투표로 선출됐다.
새 교황 선출을 알리는 흰 연기가 콘클라베 시작 며칠 만에 피어오를지 알 수 없지만 지난 100년간 콘클라베가 닷새 넘게 지속된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차기 교황이 이번 주말 이전에 선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500여년 만에 처음으로 새 교황 발표를 프랑스 추기경이 맡게 됐다. 이탈리아 안사 통신은 12일(현지시간) 토랑 추기경이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을 맡는다고 전했다.
한편 전 세계가 콘클라베가 열리는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흰색 연기가 피어오르기만을 숨죽여 기다리는 가운데 이날 바티칸에서는 ‘분홍색 연기’가 피어올라 눈길을 끌었다. 남성 추기경들의 전유물인 콘클라베에 항의하고 가톨릭 교회에서 여성의 역할 확대를 요구하는 ‘여성 사제서품회의’의 시위대가 분홍색 연기를 피운 것이다. 시위대는 분홍색 옷을 입고 “여성을 성직에 임명하라”는 배지도 달았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corp.com



2013년 4월 23일 화요일

빌 게이츠의 악수

빌 게이츠가 내한한 모양인데, 한 일간지로 빌 게이츠와 박근혜의 접견 사진을 보고 "흠. 격식 타파 악수 자세, 보기 좋네."
난 이렇게 생각하고 웹에서 관련 이미지를 찾아보니 <중앙일보>는 '손 넣고 악수, 네티즌 사이에서 논란' 운운하는 기사를 뽑았더라. 논란은 무슨.... 얼어죽을. 

빌 게이츠는 2008년 방한 때도 명박이랑 악수할 때 손 넣고 했다고. 좋은 직장(굿잡)!


명박이 웃는거 봐. 입찢어지겠다야. 세계적 명사랑 손까지 잡았으니 너희 가문의 영광인 건 알겠는데....채신머리가 좀.

Alfred Denis Cortot, Chopin-Fantaisie Impromptu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데니스 코르토(Alfred Denis Cortot, 1877~19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