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30일 목요일

시계 거꾸로 되돌리기 연구Counter Clockwise study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앨렌 랭어Ellen Langer 교수 ‘시계 거꾸로 되돌리기 연구Counter Clockwise study’ : 20년 전 환경에서 생활함으로써 신체 나이와 지능 등을 젊게 만든 연구. 이 연구를 토대로 EBS 다큐프라임 ‘건강심리보고서-황혼의 반란’ 3부작 방송. 참가자들을 30년전 상황으로 재현된 시공간에서 생활하게 함으로써, 인체 나이를 되돌리는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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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이 받는 일반적 대우처럼)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반드시 스스로 한다.'
- 음악 청취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과거 시간을 환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으로 소개. 
- 쉬운 상황(남의 도움)보다 자기 통제력을 키우는 태도가 젊은 상태를 유지시킨다. 


2013년 5월 29일 수요일

0528 무서운 이야기2 + 프랑스 다이어리


5월28일(화) 14시 롯데 시네마(건대). 민규동 김성호 김휘 정범식 감독 <무서운이야기 2>(2013) 시사회. 

별점: 


 영화가 여러 측면이 모여 존재하는 걸 텐데, 그 중 내가 하나의 측면을 유독 고집하는 건 아닐까하고 회의가 들 때가 있다. <무서운 이야기 2>같은 영화를 볼 때가 그렇다. 감독 넷이 당대 스크린에 급부상하는 마스크들을 캐스팅 해서 코믹과 호러가 섞인 장르영화 한편을 만든거다. 전편까지 있으니 2편을 만든 셈. 전편은 내가 보질 않아 판단할 수 없고, 15세 이상 관람가로 설정된 이 코믹 호러물은 연령 제한을 푸는 대신 보는 재미와 읽는 재미 모두를 하한선까지 끌어내린 것처럼 내겐 보였다. (나한테는 자꾸 이정재와 조인성의 전&현 여친) 김민희의 전 남친으로 기억되는 이수혁, 짙은 눈화장으로 영화가 끝난 후 보도자료를 통해 인지한 아역배우 출신 이세영, 그리고 요즘 SNL코리아로 뜨고있는 김슬기까지 출연한다. 내가 몰라서 그렇지 세간에선 꽤 알려진 마스크들도 많았던 모양이다. 백진희, 고경표, 김지원...

관람 가능 세대의 수요와 욕망에 맞춘 포맷을 탓할 순 없지만, 15세 이상 관람가로 설정된 호러물이 제 기능을 발휘하긴 어려워 보였다. 아니면 세대의 영화 수요를 내가 이해하지 못한 건지도 모르고. 내가 고집하는 영화의 한 측면이라함은 '연기, 대사, 이야기 전개의 개연성, 새로운 반전의 등의 완성도'인 건데, 아니 이건 영화의 한 측면이기보다 영화가 갖춰야할 기본 아닌가? <무서운 이야기 2>는 이 모두를 갖추지 못했다고 나는 보는 거고. 하물며 긴박감이 요구되는 호러물이거늘, 섬세한 개연성 대신 우연에 기대 손쉬운 길을 택했고, 낯익은 공포영화 공식에 의존해 관객을 놀라게 하려한 여러 장면에선, 관객 수준을 너무 낮잡아 본게 아닌가 의심 스러웠다. 요컨대 공포를 연상시키는 작위적 장치나 문법(화면을 탕탕탕 하는 서너박자에 맞춰 귀신이 스크린 앞으로 전진하거나, 카메라가 느리게 옆으로 이동하는 곳에 귀신이 나타나거나...하는)의 남발이 그렇다. 장르영화를 바라보는 관객의 수준도 업그레이드 되었을 텐데, 떠오르는 스타들의 얼굴값으로 너무 뻔한 빈틈을 눙치려는 것처럼 보인다. 감독 넷 중 민규동은 <여고괴담2>를 공동 연출한 걸로 아는데 1999년에서 큰 비약이 보이진 않았다. 보도자료에서 그가 Q&A 형식으로 권한 이 영화의 매력지점이 "연인들끼리 오면 스킨십과 강력한 밀착효과를 주는 아주 훌륭한 기능을 하는 영화니까 재미있게 데이트하실 때..."인데, 읽다가 경악할 뻔. 이 보다 더 황당한 관전 포인트를 제시한 또 다른 감독은 김성호인데 그는 (그가 연출한 영화가 거짓말을 모티브로 전개 되기 때문에) "저렇게 작은 거짓말이 결국 저렇게 큰 일을 부를 수 있겠구나 라는 그런 교훈적인 이야기를 남길 수도 있을 테니 즐겨 보시면..." 이라고 밝힘. 헐.

영화 4편 중 <탈출>편에서 남자 주연 고경표의 닭살 돋는 연기와 낯뜨거운 대사에 여자 관객의 웃음 소리가 간간 들렸는데, 그런 순간을 접할 때면 '영화가 존재하는 여러 측면 중 내가 하나의 측면만 고집하는 건가'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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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8일(화) 16시30분. 스폰지 하우스 광화문. 레이몽 드파르동&클로딘 누가레 감독 <프랑스 다이어리 Journal de France>(2012) 시사회. 

별점: 


클로딘 누가레&레이몽 드파르동


노출 시간 1초를 주는 대형카메라(필름용기만 공책 사이즈)를 들고 프랑스 시골 이곳저곳을 차로 이동하면서 촬영하는 레이몽 드라르동로 시작해서 다시 차로 이동하는 장면으로 매듭짓는 <프랑스 다이어리>. 그렇지만 그런 현시점의 기록 중간중간(1960년대초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레이몽 드파르동이 촬영해둔 영상들이 연대순으로 삽입된다. 지나간 필름의 기억을 환기시켜서 개인의 사적 역사와 세계의 공적 역사를 재구성하는 방식을 취한다. 촬영이 촬영자의 생의 이력과 고스란히 병행하는 모습을 연대순으로 늘어놓은 것이며 이미지 기록의 저력도 함께 과시한다.  

레이몽의 오랜 필름 기록 속에는 세기의 미남자 알랭 드롱이나, 에릭 로메르 그리고 장뤽 고다르처럼 프랑스 영화신을 장식한 스타들의 얼굴이 내비친다. 

사진기가 장착된 이런저런 장치들이 만인의 손에 쥐어진 세상이 와서 새삼스런 사실처럼 보이겠지만, 1960년대 초반부터 영상과 스틸로 찍어나간 세계의 광경을 연대순으로 보고 있자니, 과거의 기억을 환기시키는 이미지의 감각 자극의 저력을 새삼 다시 깨닫게 되며, 지구촌이 된 세상이지만 이 세계가 얼마나 드넓은지를 생각하면 겸허해진다. 

레이몽이 촬영한 인물 가운데 넬슨 만델라도 있다. 오랜 감옥 생활 때문에 시계 없이도 초(시간)를 재는 법을 완벽하게 터득한 그의 모습이 영상으로 나오기도 한다. 

이미지 기록 능력을 지닌 카메라 든 남성은 얼마나 독특한 매력을 갖는가. 


* 지난번 시사회 갔을 때도 느꼈지만 '스폰지 하우스 광화문'은 노후한 좌석들은 좀 교체해야 겠더라. 앉다가 의자가 무너져 내리는 경우도 있었고, 아예 떨어져 나간 의자를 그대로 방치한 곳도 몇 개 보였다.  

2013년 5월 26일 일요일

5월의 기호와 구호

5월 한달. 먹고 관찰한 기록. 기호와 구호. 



 5월4일(토) 목동. 여럿이서 저녁을 먹고 나오는 길에, 만난 나이키 가게. 공식 매장이 아니라 나이키 희귀품을 해외에서 모아서 파는 가게처럼 보였다. 구입한 건 아니지만 가게가 눈에 확 띄어서.

 5월10일(금) 명동. 저녁 식사를 하러 왕왕 들르는 이탈리안 식당 '비꼴로'. 기호에 맞아 자주 간다.  

 5월20일(월) 명동. 서울문화재단의 2013 예술지원사업 평가위원 간담회를 마치고 별도의 저녁식사 일정이 안 잡혀 있다고 해서, 혼자 가서 저녁을 먹은 '함흥면옥'. 한 시절 나는 명동만 나오면 꼭 여길 가서 냉면을 사먹었다. 그러나 이젠 미각의 기호가 바뀌었음을 재차 확인. 입맛이 당겨서가 아니라 다만 지난 추억을 떠올리려고 방문하는 냉면집. 

 5월22일(수). 어느 대학 교정에 버려진 촌스런 구호가 적힌 유인물. 누군가 다행히 악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저 구호를 바닥에 내팽겨친 것 같다. 굿잡.   

 5월23일(목) 봉천동. 관악구청 인근에 생겼다는 아나고집. 구이도 팔고 회도 판다. 유년시절 내게 아나고는 생선회 중 최고인양 느껴졌었다. 실은 가격이 싸서 사오신 것 같은데.

 5월24일(금) 영화 시사회 두 편을 보고 지하철을 기다리다가, 승강장에서 마주본 가장 익숙한 영화 홍보 구호. 

5월25일(토) 홍대. '비늘'이란 이름의 소규모 카페. 소주 한병을 시키면 따라 나오는 마른 안주.  

Mozart Piano concerto 21. by Pollini & Muti

 

폴리니(피아노)와 무티(지휘)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2004년 공연이라는데 연로한 폴리니가 연주에 몰입하며 짓는 얼굴 표정이나 연주를 마친후 구부정한 자세로 무대를 오가며 인사하는 모습이 재밌고 인상적임. 

 

2013년 5월 25일 토요일

0524 마이 라띠마 + 더 이클립스


5월24일(금) 10시30분 롯데 시네마(건대). 유지태 감독 <마이 라띠마>(2013) 시사회. 

별점: ★★




이른 시간에 열린 시사회였지만 배우 유지태가 감독을 맡은 영화여선지 취재진은 많았다. 보도자료를 보니 유지태의 각본/감독 경력은 2003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더라. 보도자료 상단에는 이 영화 <마이 라띠마>가 15회 도빌 아시아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는 수상 내력이 기재되어 있다. 국외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영화 인 거다. 

전업 배우 출신 연출가의 장편 작업이어서 영화를 보기 전 나의 기대감도 컸다. 그렇지만 취재진으로 채워진 시사회장이나 해외 수상 내역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영화를 보는 내내 "그렇게 많은 중요한 영화에 출연한 배우여도, 연출은 이 정도 밖에 안되는구나."하는 생각만 들었고, 관람 시간도 너무 길게 느껴질 만큼 지루했다. 

한국이 현재 직면한 불법 이주 노동자라는 사회 현상을 주제로 선점한 매력(해외 영화제에서 이 부분의 호소력이 가장 컸으리라 나는 추측한다)을 제하면, 높은 평점을 주긴 어렵다. 비수도권(울산)에서 고정 직업이 없는 남주인공 수영(배수빈)과 태국의 이주노동자인 여주인공 마이 라띠마(박지수)가 억압적 현실에서 탈출하는 엑소더스를 이 영화의 전개 지점으로 삼았다. 괜찮은 영화적 설정인 거다.  


작년 해외 영화제 최고상을 받은 김기덕 영화를 논평(씨네21)할 때 느낀 불만이 이 영화에서도 고스란히 반복 되었다. 

개연성이 결여된 서사 전개, (이야기 전개를 위해) 무책임하게 끼어드는 우연의 남발, 여배우의 감정 이입으로 쓰이는 진부한 상징 식물, 그리고 무엇보다 짜증나는 대사와 연기, 폐가에 숨어 낭만적인 스탠드 등을 켜고 생활하는 두 남녀의 설정하며, 견디기 힘든 신파와 반전 없이 지루하게 이어지는 극 진행까지. 배우 유지태의 팬이라면 혹 볼 만할지 몰라도 나는 비추다.  

* TV를 통 보질 않아서 출연진 중에서 소유진을 빼곤 내가 아는 배우가 한명도 없었다. 시사회 직후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취재 나온 아는 기자에게 들으니 공중파에 종종 출연하는 배우들이라고 하더라. 동아시아적 이국미를 지닌 박지수의 마스크를 제하면, 등장인물들의 연기 대사 인물적 정감 모두에서 호감을 느끼긴 어렵다. 나는 출연 배우들에게서 이런 불리한 인상을 받았다면 그 책임은 배우보다 연출자에게 있다고 본다.  

** 기자간담회 직전 감독과 배우들이 한명씩 무대에 올라 포토타임을 갖는다. 왼쪽, 오른쪽, 중앙, 하단. 이렇게 4곳을 쳐다보라고 사회자가 그들에게 요청하는데, 가장 능숙하게 포즈를 취한 이는 소유진이었음(매 방향마다 포즈를 미묘하게 바꾸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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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4일(금) 14시 롯데 시네마(건대). 코너 맥퍼슨Conor Mcpherson 감독 <더 이클립스 The Eclipse>(2009) 시사회. 

별점: ★★







이 영화를 보기 2시간 앞서 상대적으로 형편 없는 영화를 봐서, 상대 평가의 이점이 끼어들었는진 몰라도 <더 이클립스> 강추다. 앞에서 본 영화가 결여한 연기력, 대사, 극의 전개, 간결미, 미묘한 여운까지. 유령을 다루고 연정의 주제가 끼어들지만 하나도 진부하지 않게 이야기를 끌고 간다. 남자 주연 시아란 힌즈Ciaran Hinds도 여자 주연 이블 야일리Iben Hjejle도 심지어 남자 조연 에이단 퀸Aidan Quinn까지 연기력이 모두 빛난다. 각인이 될 정도다.   

작가writer 축제가 열리는 어느 아일랜드 지방(아일랜드 영화다)을 시공간으로 설정한 점도 매력있다. "이 영화를 보면 아일랜드에 방문하고 싶어질 것이다"고 평가한 <Variety>지를 인용하지 않아도 유럽의 익숙한 풍광이 지난 기억을 불러 올 것이다. 하지만 평점을 줄 수 있는 건 비단 아일랜드의 이국적 풍광 외에 '작가 축제'라는 상황 설정에 있다. 어느 예술가 집단에서건 흔히 발견되는 속물 취향의 유명인사의 언행을 진짜 정확하게 잡아냈는데 억지스럽지 않고 유머러스하게 처리했다. 특히 그런 속물의 언사에 홀딱 넘어가는 언중들의 순진무구까지 잘 잡아냈다. 한마디로 연출력이 높다.

어울리는 표현이 될진 몰라도, 유령의 존재를 둘러싼 실제 체험과 소설 속 이야기가 영화를 끌고 가지만, 영화의 은연중의 포인트였던 사랑의 감정의 실체를 집어내는 실력이 고수다. 보는 내내 <비포 선라이즈>의 중년버전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 영화의 포인트였거나 단서로 등장하는 건 전혀 아니었지만, 남자 주연의 딸로 짧게 몇 차례 화면에 나오는 미성년 소녀도 미묘한 매력을 준다.

** <더 이클립스>가 앞에 정관사 '더'를 한글 영화제목에도 고집한 이유는 <이클립스>(원제는: The Twilight Saga: Eclipse)라는 대중적인 동명의 영화가 앞서 있어서가 아닌가 싶다. 

*** 창 밖으로 대성당이 보이는 어둡고 좁은 실내 공간에서 장인과 남자 주인공이 대화 나누는 장면은 아주 시적이다. 장인이 사위(남자 주인공)에게 한 말. "애들 때문에 묶여 살진 말게." 끄덕끄덕. 




결정장애


갈림길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지 못해 괴로워하는 심리를 ‘결정장애’라고 한다.

선택지가 많을수록 불행해지는 이유를 정리하면, 첫째 버릴 수밖에 없는 대안 역시 늘어나기 때문이다. ‘기회비용’이라는 손실이다. 인간은 이득과 손실이 같은 크기라도 손실 쪽을 더 강하게 느낀다. 둘째, 최종 선택한 대안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불행히도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큰 법이다. 꼭 마음에 든 선택이 아니면 자신의 결정에 낙담하게 된다. 셋째, 죄책감이나 후회의 여지가 생긴다.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내가 다른 걸 선택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 그럴 때마다 후회는 조금씩 더 커지고 이미 선택한 것에 대한 만족은 조금씩 작아진다.”(미국 사회심리학자 배리 슈워츠)

최고의 것을 가질 수 없으면, 차라리 아무것도 가지지 않겠다는, 즉 전부(all)가 아니면 전무(nothing)라는 극단적 사고방식을 완벽주의자는 고수한다. 실수를 통해 배우고 성장한다는 삶의 당연한 이치를 배우지 못한 탓이다. 그래서 선택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라도 지키자’라는 안주의 길에 들어선다. 높은 목표만 있고 도전은 없는 삶이다.

자신의 결정에 만족하게 만들 묘수는 없을까? 간단하다. ‘환불 불가’ 조건을 붙이는 것이다.

운명을 피할 수 없을 때, 도망칠 수 없을 때, 그리고 취소할 수 없을 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의 운명에서 긍정적 면을 발견하고자 한다.”

----  여기 제목 좀 결정해주세요 [한겨레21. 2013.05.20 제961호]

2013년 5월 22일 수요일

반이정의 예술판독기 : 대중변덕과 공공예술 (씨네21)


* <씨네21>(905호) '반이정의 예술판독기' 73회분. 내가 보낸 원제는 '공중의 변덕과 공공예술'이었다. 좀 딱딱했던듯.



대중은 변덕쟁이야




상. 미국 대통령 선거전에 뛰어든 빅버드. 2012년
중. 수요시위 1000회 자리에 참석한 정봉주(전 의원)가 소녀상 옆에 앉은 모습. 2011년
하. 리처드 세라 <기울어진 호> 1981년



"롬니가 빅버드에게 해고 통지서를 보냈다." 2012년 미국 대통령 선거 후보자 TV토론 직후 NBC방송이 내보낸 논평은 이랬다. 롬니가 정부 예산의 고작 0.0001%에 불과한 공영방송 지원을 끊겠다는 공약을 내놨는데, 하필 지원을 받는 PBS는 인기 프로그램 <세서미스트리트>의 높은 자산가치의 빅버드를 보유하고 있었다. 기회를 놓치지 않은 오바마는 유세 중에 “빅버드가 재정 적자의 주범이란 걸 우리는 비로소 알게 됐다.”며 빅버드에 우호적인 유권자의 공분을 모았다. 빅버드는 본의 아니게 미 대통령 선거의 변수로 떠올랐다. 

빅버드 가면을 뒤집어쓴 이들이 롬니를 공격하는 선거운동에 뛰어들었다. 설마 롬니가 빅버드 때문에 낙선한 건 아닐 테지만, 악재로 작용한 건 분명하다. 롬니의 공약은 공영방송 지원금 삭감이었으나 그의 메시지는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빅버드의 퇴출로 연결되어 유권자에게 기억 되었다. 빅버드의 고정 팬에게는 자신의 취향에 저항하는 인물로 롬니가 각인 되었을 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롬니의 공약은 멋대로 해석된 것이다. 자기중심적 사고로 판단하는 변덕쟁이, 그것이 대중의 보편적 초상화다.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진 소녀상은 관학풍 조각물에 가깝다. 외형적으로 변별력을 지녔다고 보기도 어렵다. 무수하게 길 위에 놓인 공공조형물의 운명을 노정할 예정이었다. 일본 극우단체 회원이 소녀상 옆에 말뚝을 박기 전까지의 현실은 분명 그랬다. 겨울철에는 야외에 서 있는 소녀상을 안쓰럽게 여긴 방문객들이 무생명체인 소녀상에 ‘동복’을 갖춰 입히고 비가 내리면 우비도 입힌다. 이 만큼 대중의 감정이입을 온몸으로 흡수한 공공조형물이 국내에는 달리 없을 것이다. 

높은 좌대 위에 위압적인 사이즈로 올라선 동상과는 달리, 등신 사이즈로 관람자 키보다 낮은 높이도 소녀상에 대한 감정이입을 쉽게 거든 것 같다. 국정 운영자와 정치인은 그 나라 유권자의 수준대로 선출된다. 동일한 이치로 길 위에서 대중을 상대로 전시되는 공공 조형물도 국민의 평균 미감이 반영된다. 일본의 만행에 공분을 느껴 소녀상에 모여든 민심 중에는 2012년 한국 대선에서 일본군 장교 출신자의 딸에게 기운 유권자도 많이 있을 것이다. 대중은 변덕쟁이.

도심 곳곳에 흩어진, 있으나 마나한 관학풍 청동 덩어리의 존재감은 그 조각상의 몰취향에 대한 공중의 불감증을 증언한다. 반면 광장 한복판에서 일상적 보행을 가로막은 리처드 세라의 <기울어진 호>는 무사안일한 시민의 미감을 과도하게 뒤흔든 경우이다. <기울어진 호>가 던진 예술의 장소특정적 가치는 보행자 입장에서는 가던 길을 방해하는 불편만도 못한 메시지일 것이다. 이 작품은 소송 끝에 광장에서 철거되었고, 작품의 퇴출은 역설적으로 작가에게 명예로운 악명을 돌려줬다. 공중의 변덕을 자극하면서 랜드마크로 인정 되는 공공예술은 만나기 어렵다. 왜냐하면 공공예술 운명의 절반은 공중의 변덕이 쥐고 있으니까.





반이정: 미술평론가(원래 꿈은 배우). <중앙일보> <한겨레21> <시사IN>에 미술비평을 <한겨레> <경향신문>에 시평을 연재. 자전거 7대를 타고 다니는 자전거광. 네이버 파워블로거로 선정된 그의 거처는 dogstylist.co

2013년 5월 21일 화요일

진중권 진중건

 

 

방송을 전혀 보질 않다보니 이런 방송까지 나온 걸 몰랐네요. '진중권 - 진중건' 관련 영상은 5분이후부터 보시면 됩니다.

 

 

 

 

 

루꼴라(rucola) 로켓(rocket) 아루굴라(arugula)



루꼴라(rucola)는 몇 가지 명칭으로 불린다. 프랑스어 로켓(rocket) 영어 아루굴라(arugula).
굉장히 좋아하는 이탈리아 채소여서 전에도 씨를 사서 재배하다가 실패한 적이 있다. 
이번에 다시 루꼴라 씨를 인터넷으로 구입해서 재배한 루꼴라를 수확해서 만든 샐러드 사진이다. 
1일1식(주5회) 중이라 저녁에 명동에서 사먹은 물냉면이 끼니론 부족해서 집에서 루꼴라 샐러드를 먹음. 

0517 이게 대체 뭐지?





오후2시38분 현재시각 검색순위 1위로 올라온 '김주희 개인전'???

이게 뭐죠? 해당 검색어로 잡히는 최근 관련 뉴스마저 없는데... 
더구나 굉장히 생소한 이름의 미술인의 전시 소식이 어떻게 실시간 1위가 될 수 있죠?
검색순위 1위에 등극하는 생존 미술인은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낸시랭이 거의 유일한데....


* 추가: 2분여가 지난 후 난데 없이 순위에서 완전 종적을 감춰버림!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람....

0514 스타트렉 다크니스 0515 위대한 개츠비 0516 비포 미드나잇


0514~0516까지 하루에 한편씩 총 3편의 시사회



5월14일(화) 14시 용산CGV IMAX. J.J. 에이브럼스 감독 <스타트렉 다크니스 Star Trek into Darkness>(2013) 시사회.  
별점: 매기기 어렵다. 정신없이 넋놓고 볼 만한데 권할 만큼은 아니었다.    





 * 이런 블록버스터 영화는 시사회 입장전 검사를 투철히 한다. 핸드폰의 카메라 렌즈 부위를 저렇게 테이프로 봉인해준다. 



앞머리 1자인 남성 캐릭터로 연상 되던 '스타트렉'을 나는 60년대 방송된 TV시리즈로도 만화책으로도 그후 몇편 제작된 영화로도 본 적이 없다. 가장 최신판 스타트렉이 올해 개봉한 3D 영화<스타트렉 다크니스> 일텐데, 무수한 원작을 한편도 보질 않고서 최신판을 직행해서 본 셈이 되었다.  

2259년 런던을 배경으로 최신 CG기술로 허공 위에 '3D 입체 영상'을 프리젠테이션 하거나, 물리적 거리에 상관없이 사람을 통째로 '전송'시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위기의 순간을 모면하는 아주 편한 시스템이 소개된다. 그 점에서 인물을 실제와 가상으로 나눠 시공을 오가던 <매트릭스>의 순간 이동 시스템에서 한층 진화한 거다. 냉정하고 차가운 화면과 동선을 보여주지만, 한껏 사이버펑크 필을 낸 심야의 카페 장면은 고전미를 느끼게 한다.   

속전속결로 정신없이 진행되는 극의 진행(영화의 세세한 스토리는 생략)으로 영화가 막바지에 이르면, 미래의 대도시에 우주 함선이 추락하면서 도시를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장면은 내 의지와는 상관 없이 9.11을 떠올리게 만든다. 감독과 각본자가 설마 그런 의도를 품었을 진 미지수지만, '평안한 대도시에 대형 비행 물체가 충돌하는 참사'라는 허구적 모티프는 2001년 9.11이라는 실제적 사건이 그 테러의 본래 의도와는 무관하게 아예 선점해 버린 꼴이 되었다.  

<스타트렉 다크니스>의 갈등과 전개는 '원칙주의자 vs 육감주의자'로 대별되는 극중 주인공들 사이의 긴장으로 추진된다. 원칙과 육감 중 누구 판단이 옳았는지가 관전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또 원칙과 육감 중에 관객 스스로 평소 어디에 신뢰의 무게추를 다는 지도 영화를 보는 내내 스스로에게 자문하게 되는데 이것도 작은 재미다. 위기에 놓인 함선이 대기권을 무사히 통과하자 구사일생을 축하하며 어느 승무원이 '기적'이라고 소리치는데, 이때 임시적 함장직을 맡은 원칙주의자인 1자 머리 사내가 한 말이 그래서 재밌다.  "기적 같은 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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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5일(수) 10시30분 왕십리CGV. 바즈 루어만 감독 <위대한 개츠비 The Great Gatsby>(2013) 시사회. 

별점: ★★★





 무라카미 하루키가 <위대한 개츠비>의 일본어 판을 번역하기도 했단다. 시사회장에선 시사 관람자에게 문학동네에서 출간한 <위대한 개츠비>소설을 무료로 나눠줬는데 한글판+영문판 세트였고, 한글판 번역은 소설가 김영하가 했더라.  (왼쪽 양말은 '스승의 날'이라고 세종대에서 강사들에게 나눠준 나이키 양말 선물) 



<스타트렉>처럼 <위대한 개츠비>도 3D안경을 착용하고 보는 3D영화라길래 'SF도 아닌데 왠' 하는 심정으로 가서봤다. 나는 안경을 착용하고 관람하는 3D영화에 매력도 많이 못 느낄 뿐 아니라 심지어 성가셔한다. <위대한 개츠비>의 3D는 그래도 볼 만하다. 3D를 액션물이나 SF물과 연관짓던 내 선입관도 교정 되었다. 대저택에서 개최되는 파티 문화가 3D로 재현 될때 관객은 훨씬 고취되기 쉬웠다. 비단 흥청망청한 파티 분위기를 잡을 때가 아니어도, 심야의 고요한 산책길에서 남녀 주인공의 바스트샷을 잡을 때마저 3D의 낭만적 아우라는 빛났다. 

미국 소설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가 영화의 원전인데, 같은 타이틀로 제작된 과거 영화만, 확인되는 게 최소 5편 이상이다. 그만큼 탄탄한 고전이 시나리오로 쓰였다. 내가 20대일 때 "위대한 개츠비를 세 번 읽은 사람은 누구라도 나와 친구가 될 수 있다."라고 말한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에 매혹된 시기를 보냈다. 그가 예찬한 서구 소설가 명단(레이먼드 카버, 트루먼 카포티, 커트 보네거트, 리처드 브로티건, 팀 오브라이언, 존 어빙, 스티븐 킹...)에 스콧 피츠제럴드가 항상 포함되어 있어서 고무된 마음으로 꼭 읽어야지 하며 책까지 사놓고는 막상 읽진 못한 작품이 바로 <위대한 개츠비>다. 그러는 사이에 원작을 영상물로 번안해서 소화해도 괜찮아진 세상이 되었다.  

뉴욕에서 금융업에 몸 담았지만 원래 꿈은 문학도였던 닉이 과거를 회상하며 "매사 희망에 차 있는 사람으로,,, 예민한 성품을 지녔다"고 묘사하는 주인공 개츠비가 실제로 어떤 인물인지는 소설을 읽질 않아서 모른 채로 영화를 봤다. 길게 말할 순 없지만 인생 반전의 우연성을 집어낸 <위대한 개츠비>의 구성이 발표 당시 고득점을 받은 요인이 아니었을까.  20세기 초반 미국 사교계의 패션을 통해 근대기 세속 문화의 취향을 복기하는 것도 영화는 재미다. 실제 소설에선 어떻게 끝나는지 모르겠지만 극중 내레이터 닉이 다 마친 소설(?) 제목 '개츠비' 앞에 '위대한 the great'를 추가하는 장면은 소설쓰기의 자기지시성을 기입하는 것 같았다. 


* 개츠비의 저택에서 열리는 파티에는 빅밴드의 재즈 연주가 흥을 돋구는데, 확인해보니 음악 담당은 래퍼 Jay-Z라고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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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6일(목) 14시 왕십리CGV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 <비포 미드나잇 Before Midnight>(2013) 시사회. 
별점: ★★★



'비포 Before'삼부작 정도로 불러도 될 영화의 마지막(?)편. 동일한 남녀 배우 - 미국남성 에단 호크와 프랑스여성 줄리 델피-가 독보적인 주연인 <비포 선라이즈>(1995) <비포 선셋>(2004)을 이은 3번째 <비포 미드나잇>(2013). 기차여행길에서 우발적으로 시작된 청춘의 연애담은 실제적 긴장감을 그려내는 솜씨 때문에 공감을 얻었다. 그렇지만 그런 긴장감을 2편 이후부터까지 기대한다면 그건 너무 무리일 것이다. 1편 속의 극중 남녀나, 그것을 연기한 실제 배우들은 그 사이에 무려 20여년이나 살았다. 그리고 영화를 지켜본 관객 역시 나란히 나이를 먹었다. <비포 미드나잇>의 준 베드신에서 가슴을 온통 드러낸 채로 황급히 전화통화를 하는 줄리 델피에게선 더 이상 청순미를 기대해선 안되리라. 

그렇지만 1편과 동일선상으로 지키는 미덕이 있다. 단 두 남녀 배우만으로 화면을 채우고 영화의 스토리를 허술하지 않게 채운다는 점. 1편보다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의 바스트 샷을 꽤 오랜 롱테이크로 잡아온다. 영화 도입부에 배치된 운전석 앞의 둘은 천연덕스레 대화를 나누는데 그게 무지 긴 한 테이크로 간다. 약간 지루해질 법도 하지만 그게 40대 연인의 '실제적 삶'이기에 견딜만했다. 협소한 공간에서 둘이 나누는 대화와 갈등도 비록 원 테이크로 간 건 아니었어도, 원 테이크처럼 느껴질 만큼 화면 속에 두 사람과 둘의 대화는 밀도가 있다. 바로 영화 후반부에 배치된 호텔 스위트룸 샷. 

1편이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대한 막연한 로망을 관객에게 만들어놨다면, 3편 <비포 미드나잇>은 그리스에 대한 여행자적 힌트를 슬쩍 던져준다. 군더더기 없음. 애정 영화의 어설픈 해피엔딩 공식에 예속되지 않았음. 실제 삶의 연애 진실에 근접한 위치로 중년의 (사랑보단)삶을 고백했음. 그리고 무엇보다 배우 단 둘만으로 이야기의 밀도를 떨어뜨리지 않았음. 이게 <비포 미드나잇>의 1편을 닮은 미덕이었다.  

줄리 델피가 능청스런 표정으로 남자가 여자를 꼬시는 단계를 시늉하는 연기장면도 굉장히 웃긴데, "입맞추고 가슴을 애무하다가 성교로 넘어가지. kissy titty pussy"라고 각운(脚韻)을 살려 대사할 때 관객들이 많이 웃었다. 귀여운 연기와 대사였다. 

2013년 5월 15일 수요일

술기운의 오르가즘 곡선



3년 전부터 현재까지 내가 체험하고 있는, 전에 없이 괴상하고 특이한 체험을 소개할까 한다. 

가까운 친구들한테만 술자리에서 듬성듬성 털어놓은 고백인데, 오늘 귀가해서 남은 와인을 마시던 중 오늘은 공개적으로 얘길 하고 싶어졌다. 누구나 술기운 그래프는 마치 여성 오르가즘 곡선과 닮아 있으리라 본다. 즉 음주량에 정비례해서 천천히 술기운이 올랐다가, 술 깨는 곡선 역시 천천히 하향으로 완만하게 꺾이는 식일 것이다. 대개 동일한 경험을 할 거라고 본다. 한데 3년 전부터 나의 취중 경험은, 술기운이 갑자기 정점까지 솓구쳤다가 난데 없이 수직으로 낙하하는 곡선을 긋는다. 마치 남성 오르가즘처럼. 그래서 술기운으로 흥겨운 기분에 젖었다고 난데 없고(1초도 채 안 걸린다) 허망하게 술이 확 깨버려서 평상심으로 번개처럼 복귀하고 만다. 믿어지는가? 근데 진짜임. 너무도 해괴한 음주 경험 중인 나. 

2013년 5월 14일 화요일

노순택 <사진의 털> (씨네21북스)


5월7일(화) 개인전 <어부바>(류가헌 갤러리. 엮인글)를 연 노순택이 사진 산문집 <사진의 털>도 같은 시기에 발간 했다. 
사진 마다 관련 산문이 따라붙는 구성으로 글을 작가가 전부 썼다. 책 제목은 영화 주간지 <씨네21>에 수년째 격주로 실리는 작가의 연재물 제목과 같은데, 연재가 실리는 코너는 내 '예술 판독기'가 격주로 수록되는 같은 지면이기도 하다. 

'씨네21북스' 출판사에서 책 뒤에 들어가는 원고지 3매 분량의 짧은 글을 부탁해서 써줬는데, 축약되어 1매 분량만 실렸다. 내가 보낸 전문은 아래와 같다. 추천글은 나와 송경동 시인이 썼다.   


사진의 의사 전달은 잘라 말하면 한방이 결정한다. 현혹만큼 일방성 역시 큰 매체다. 사진집에 촬영자의 사진과 평자의 글을 싣는 역할 이분법은 관행 때문도 있지만, 한방에 담지 못할 사연을 전문 해설가에게 맡기자는 의도의 산물일 것이다. 해서 그런 평론은 흔히 설득조의 해설로 흐른다. <사진의 털>은 촬영자가 사진과 글을 모두 담당한 편성이다. 하지만 한방에 못 담은 사연을 풀이할 해설을 싣진 않았다. 의중은 전달하되 선명한 마침표가 찍히는 걸 회피했다. 관행적 보도사진과 다른 길을 택했다.

뉴스 편성권을 포털업체가 쥔 사정이나 실시간 뉴스를 영리한 휴대전화로 손바닥에 쥔 사정 때문에, 현장과 호흡하는 사진의 시대가 요구 되었다. 노순택이 성장했고 지금도 기거하는 곳이 현장이다. 그런데 선정적 순간보다 형식미가 중시된 프레임을 엄선했고, 단정적 논평보다 문장가의 압축된 표현을 고민했다. 때문에 노순택은 시대정신과는 보조를 맞추되, 언중의 속성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피사체에 관한 이미지와 언어의 결합체가 <사진의 털>의 근간이지만, 목차의 한축은 사진(가)의 자의식을 향하고 있다. 의사소통의 원점에 사진이 놓인 작금의 형편을 감안하면, 동시대 의사소통을 숙고하는 사진과 글. 그것이 이 책이다. 

--- 반이정

2013년 5월 12일 일요일

0502 RESIDENCY, NOW(송원) Alice Neel(현대) 0507 The song of slant rhymes(국제) Liam Gillick(인) Jim Dine(리안) 노순택(류가헌)


0502(목)
RESIDENCY, NOW (2013.0502~0606 송원아트센터)
Alice Neel 'People and Places :Paintings' (2013.0502~0602 갤러리 현대)

0507(화)
'The song of slant rhymes' (2013.0423~0613 국제갤러리 K2)
Liam Gillick '다섯 개의 구조와 뱃노래(Five Structures and a Shanty)' (2013.0417~0522 갤러리 인)
Jim Dine 'Sculpture & Painting' (2013.0502~0609 리안 갤러리)
노순택 '어부바' (2013.0507~0519 류가헌)




RESIDENCY, NOW(송원)
 최성록, 작전명 두더지 2012. 4분여 애니메이션인데 재밌었다. 

 전미래 오프닝 퍼포먼스.  17시30분에 시작한다해서 시간 맞춰 왔는데 퍼포먼스가 보이질 않아서 스탭에게 물어보니 입구에서 이미 하고 있다고. 오프닝 입장객에게 엄격한 제복 차림의 남녀 퍼포머들이 '하나마나한 주의 사항'을 전달하는 것이 이 퍼포먼스의 개요다.  

 만날 때마다 전에 만난 적이 있는 상대방을 기억 못하는 일이 내겐 다반사여서 찰영을 해둔다. 이날 송원 전시 오프닝에서만 내게 인사를 건네온 총 5명(팀)을 내가 알아보지 못했다. 그 중엔 무려 한학기 동안 얼굴을 본 5년 전 대학원생 제자도 포함된다. 사진에 잡힌 여성 3인조는 작년 9월 난지스튜디오 유승호 작가 미팅 때 만나서 함께 저녁식사까지 했다고 내게 얘기해줬다. 이들 3인조는 난지 입주작가&스탭이었다고. 이렇게 찍어두면 오래 기억할 수 있다. 항시 카메라 지참. 




Alice Neel(현대)



 작고한 Alice Neel의 회화 전시. 초상화가 다른 장르보다 흡인력을 갖는 건 대상화 된 인물과 그린 인물 사이의 관계를 관객이 유추하는 재미를 만들어서 인 것도 같고, 다른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사람의 본능적 호감 때문인 것도 같다. 붓질 윤곽선 불투명 채색이 대상화된 인물과 한데 뒤엉켜 신비감을 야기하는 그림 같다. 걸린 그림 중에는 60년대 제작된 게 많았는데 보존 상태는 뛰어났다. 지하 전시장에선 작가에 관한 영상 자료도 상영 중이다. Alice Neel의 그림을 보고 "이걸 어떻게 했담!"하고 느꼈다는 마를렌 뒤마Marlene Dumas의 회상도 짧게 포함된 영상이다.  




The song of slant rhymes(국제)


 지난 4월23일 오프닝 때 가서 인파가 너무 많아 전시는 못 보고 술만 늦게까지 마시다 온 국제갤러리 전시. 그래서 다시 가서 봤는데 뭐라 규정해야할 지 여전히 모르겠음. 





Liam Gillick(인)

 관계성 미술의 간판 주자급인 리암 길릭의 국내 개인전. 이런 작업의 첫인상은 '뭐하자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 것이고, 조금 더 유심히 관찰하고 나면 '의도를 통 모르겠다'고 느낄 수 있고, 비로소 작품 해설글을 접하면 '아니... 그냥 그런 거 였어?'하는 생각에 이르는 게 관계성 미술.   





Jim Dine(리안)
 하트 문양과 피노키오 도상을 택해, 색상과 크기를 이렇게 저렇게 변형시켜 큰 재미를 보고 있는 60년대 팝아트 스타 짐 다인의 어렵지 않은 부활. 리안 갤러리는 사진 촬영을 금지하기 때문에 아래에 퍼온 작품은 해외에서 전시된 작품들인데 큰 차이를 발견할 순 없을 거다. 하트랑 피노키오를 제 아무리 변형한들.  

 이렇게 채색하기도 하고.

 이렇게 확대하기도 한다. 

대형 피노키오 공공조형물을 만들어 여기저기 세운 모양이다. 올덴버그도 그랬지만 60년대 팝아트 원조들은 진솔한 아트 어필의 육감이 무언지 속 깊이 내면화 된 작가 같았다.  




노순택(류가헌)

 오프닝 손님이 그룹전처럼 무척 많았음. 

 비공식 사인회. 전시 <어부바 齬蜉波 Oh Bu Ba>의 사진집은 현장에서 판매 되었는데, 빨간 장정의 사진집에 사인을 부탁하는 여러 구입자들에게 '어...아무개(구입자 이름)'라고 사인을 해준 작가 노순택. (전시의 한글 제목 앞 음절 '어'와 영어 제목 앞 음절 'oh'가 서로 탄성이라는 공통점을 활용한 사인 농담)


 자기 전시도 아니면서 팜플렛을 펼쳐든 저 사람이 바로 아래 나와 일행을 찍어준 '오프닝의 유령' 곽명우. 


작년 12월12일 경기창작센터 멘토링 프로그램 때 만난 손솔잎과 5개월여 만의 재회.  
이날 오프닝에서 만난 사람들과 나는 1일1식 얘기만 나눴다. (전시장 오프닝에서 제공된 음식이 저 날 내가 먹은 첫 끼니이자 마지막 끼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