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31일 일요일

'출연료 미지급'이라는 재능기부 (문화공간 9월)

* 출연료 없는 방송 출연 제안에 관한 지난 7월 체험 포스팅(엮인글)에 살을 붙여 <문화공간>(9월. 366호)에 기고했다.  



 '출연료 미지급'이라는 재능기부


반이정 미술평론가   

MBC 교양방송 <문화사색>에서 노르웨이 상징주의 화가 에드바르드 뭉크의 한국 전시회 개최에 맞춰 아나운서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촬영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일요일 오전 예술의 전당으로 나올 수 있냐고 방송사에서 내게 청탁 전화를 걸어왔다. 얘기를 쭉 듣던 내가 출연료에 관해 묻자 “사실 출연료가 없다. 그 점 정말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양해를 구하더라. 나는 출연이 곤란하겠다고 거절 의사를 밝혔고 서로 없던 일이 됐다. 많은 거대 방송사들이 스튜디오로 출연자를 직접 오게 만드는 경우가 아닌 한, 전문가의 견해를 카메라에 담을 때 출연료 미지급을 관행으로 생각한 채 출연을 요청한다. 비단 MBC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며칠 후 SBS 교양프로그램 <컬처클럽>에서는 목동 사옥에서 2시간 내외의 녹화가 예정된 방송 출연 요청이 들어왔다. 그런데 웬걸. SBS는 한술 더 떴다. 청탁 요청 말미에 “교양프로여서 제작비가 적어 출연료가 책정되어 있지 않다.”고 양해를 구하는 게 아닌가. 사옥으로 사람을 불러 2시간가량 붙들어 촬영까지 해놓고 금전적 대가를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나오는 경우는 처음 경험했다.

내가 겪은 이런 사정을 SNS에 짧게 공개했더니 불특정 다수의 사용자들이 내 사연을 무한 RT(리트윗)했다. 방송사와 전문가 사이에 맺어진 이 굳은 관행에 대해 어두울 수밖에 없는 외부인에게 이것은 전례 없는 부당거래로 느껴진 모양이다. 그러나 방송사와 해당분야 전문가 사이의 부당 거래는 화석처럼 굳은 관행으로 통용된다.

방송사가 전문가에 출연을 부탁할 때마다 “아주 간단히 몇 마디만 해주시면 되거든요.”라고 양해를 구한다. 그렇지만 짧건 길건 출연에 앞서 나는 요청받은 주제를 미리 검토해야 하며, 방송사가 내게 직접 찾아온들 나는 그 시간을 비워둬야 하므로 결국 인건비가 나가는 부분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급기야 방송사로 사람을 불러 몇 시간씩 촬영을 하고도 금전적 대가를 지불할 수 없다고 버티는 단계까지 등장한 것이다!

스튜디오로 불러다가 2시간씩 사람을 붙잡아놓고 출연료는 고사하고 차비조차 대주지 않는 이런 불공정 거래가 어떻게 단단한 관행으로 굳을 수 있을까? 방송사의 요구를 거부한들, 출연료 없이 카메라 앞에 서줄 전문가들이 줄을 섰기 때문이리라.
방송사가 출연료 없이 전문가에게 출연 요청을 할 때에는, 내심 이런 속내가 작용해서다.

“당신이 촬영에 응한 대가는 당신의 방송 출연 아니겠나. 그게 곧 보상 아니겠나?”
“당신이 섭외를 거절한들 카메라 앞에 서줄 다른 전문가들이 있다는 건 당신도 알 텐데.”

방송 출연을 일종의 경력으로 묵인하는 점에서 방송사와 출연자 모두 같은 입장일 거다.
미디어라는 창을 통해 대중이 세상과 만나는 시대에, 방송 출연자가 누릴 그저 한시적인 효과마저 부인할 순 없으리라. 더구나 자신의 전문 영역에 관한 짧은 견해를 방송에서 밝히는 것도 출연자에게 기쁜 일일 수 있다. 전통 법이론에 따르면 출연료는 전적으로 당사자 사이의 합의 문제다. 출연료에 합의를 했다면 주는 것이고 하지 않았다면 주지 않는 게 법이다. 상호 묵인이 만든 괴상한 상거래 관행이 생긴 배경은 이렇다.

아무리 제작비가 낮은 교양프로여도 출연료는 책임PD가 책정하기 나름일 것이다. 방송 출연료에 관한 공정한 해법을 나는 현재 알지 못한다. 방송사가 출연자에게 예산 일부를 배정해주기를 막연히 기다리거나, 자기 소신대로 출연을 연신 거부하거나. 설마 이 둘이 해법은 아니리라. 미디어 시대의 을인 출연자가 방송사라는 갑을 무작정 외면한다고 될 일 역시 아니다. 그런 조건을 갑이 악용하다보니 괴상한 관행이 굳어버린 것이다. 

방송사여! 그래도 그렇지. 사람을 스튜디오까지 제 발로 찾아오게 해서 2시간씩 붙잡아놓고 금전적 보상을 그저 방송 출연으로 대신 눙치려는 거, 심하지 않나? 소박한 내부 지침이라도 마련하자. 출연료가 전무한 출연 요청을 하느라 항상 방송작가들이 미안한 목소리로 전화 걸게 만들지도 말자. 무수한 시청자가 이런 저간의 사정을 알고 경악해서 무한 RT하는 소동도 없게 하자.

8월말

8월말.  몸살감기로 방안에 감금되어 지낸 관계로 일기 사진이 몹시 적은 '음메의' 8월말. 
몸살감기 때문에 그렇게 지키기 힘들던 금주 생활을 연속 6일째 하고 있다. 얼마나 더 갈까.  








8월16일(토) 반품되거나 짜투리로 남은 타일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판매하는 창고가 경기도 광주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타일 창고를 둘러본 후 근처의 중국집(음식맛은 비추). 스펠링 오타 '짭뽕'을 고스란히 인쇄해서 사용하고 있는 간판.  




8월23일(토)  현장 답사 



8월27일(수)  리움 10주년 개관전 오프닝을 본 직후, 일행과 녹사평으로 이동하던 길. 이날을 기점으로 울트라 슈퍼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려 운신을 못한 채 집안에 갇혀 지낸다.  다가오는 9월 일정을 어떻게 소화할 지 막막. 

0820 워크샵(청주스튜디오) 0821 난지아트쇼4(난지스튜디오) 0822 조영남(예술의 전당) 인식장애극장(서울관) 0823 강연(AIT) 0825 강연(선사고) 0827 교감(리움)

0820(수)
2014 1차 신진예술가 역량강화 워크숍 (16시30분. 청주창작스튜디오)​  

0821(목)
2014난지아트쇼4-AIA(2014.0821~0831 16시. 난지창작스튜디오)

0822(금)
조영남 왕따 현대 미술 (2014.0803~0824 예술의 전당)
인식장애극장 (2014.0814~0831 국립현대 서울관)

0823(토)
8월의 아트 크리스마스 (14시30분. AIT)

0825(월)
선사아카데미 (17시. 선사고등학교)

0827(수)
리움 개관 10주년 기념전: 교감 (2014.0819~1221 리움)



워크샵(청주스튜디오) 



남부 지방에 갈땐 의례 KTX를 타 버릇해서 청주가는 고속버스 시간대에 무심한 채로 있었다. 명칭이 센트럴시티 버스터미널로 바뀐 서울 고속버스의 호남선터미널에서 청주 가는 차가 늦은 시간에 있어서 청주에도 늦게 도착했다. 예정된 시간보다 30분 늦게 강연을 시작했다. 청주창작스튜디오를 처음 간 날. 


난지아트쇼4(난지스튜디오)







난지 아트쇼라는 난지스튜디오의 연속 기획전시의 오프닝 자리였지만, 내가 이날 난지를 찾은 건 비평워크샵에서 내가 맡은 작가(한석현+유병서) 미팅 때문이었다.  


조영남(예술의 전당) 



 연전에 조영남을 비판적으로 다룬 글을 2번 이상 쓴 적이 있다. 그래서 그의 전시회 소식이 있으면 가급적 가서 보려 한다. 이번 전시에는 조영남이 60년대에 그린 초기 작업도 볼 수 있다. 조영남의 제멋대로 예술관을 제3자가 시시콜콜 탓할 일은 아닐 것이다.  이번 전시도 내 우려와는 달리, 지속적으로 재미에 방점을 두고 창작에 임하는 조영남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인식장애극장(서울관) 




 백현진의 공연을 봤다. 미술관 내부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끌면서 무려 1시간에 가깝게 즉흥적인 노래를 하는 퍼포먼스였다. 기본기가 얼마나 꾸준한 동력이 되는지 새삼 확인할 수 있었던 퍼포먼스. 아래 동영상은 나와 함께 본 일행이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퍼포먼스 일부. 






강연(AIT) 



강연(선사고) 
 
혁신학교 선사고등학교에서 고교생 대상 강연을 했다. 뒷풀이 자리에 선사고 선생님들 여섯분 가량이 추가로 오셨다. 이날 이후 나는 몸살감기로 무너져내림. 



교감(리움) 


 리움 전관을 사용한 기획전의 오프닝 파티. 

2014년 8월 29일 금요일

음메 음메...

회복 기미가 없는 감기에 앓아누워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보니, 광주 비엔날레가 개막하는 9월초엽 자주 아팠던 거 같다.

2008년 일지를 보면 "나는 여태 8월14일경 걸린 감기로부터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누가 내게 구원의 보약을!"이라고 호소 포스팅을 남겼다(엮인글). 2010년 광주비엔날레 때 내 상태는 숫제 제 정신이 아닌 상태였다. 개막 당일 태풍이 몰아쳐 ktx의 정상 운행이 지연되는 와중에 용산에서 기자단과 함께 광주로 향했던 기억이 있다. 2012년 광주 비엔날레 때에는 멀쩡하게 광주를 둘러본 것 같다. 그런데 현재 차도로 봐선 비정상 심신으로 광주에 내려갈 공산이 점점 커졌다. 개막 때를 놓치면 어지간해선 혼자서 광주를 찾진 않게 된다.  

2008년 앓은 감기도 지금처럼 회복 없이 무력감만 커져서 1달  넘게 병세를 끌어오다가, 후일 감기 칼럼(읽기)까지 쓴 계기가 되었다. 2008년 경험 후 생긴 감기 소신 때문에, 설령 령감기 기운이 살짝 돌아도 병원을 가거나 감기약을 복용하는 일은 없었다. 근데 올해 감기 기운은 좀 남다르네. 현재 스코어 =>  눈물 범벅이 된 눈, 열로 화끈거리는 온몸, 소리를 낼 수 없을 만큼 부은 목, 좌우로 번갈아 막히는 콧구멍. 

자꾸 나약해지는 마음을 다 잡으려고 연전에 감기 서평(읽기)을 위해 읽은 책도 다시 꺼내봤다. 거기서 아래 지문 재발견. 


"일부 전문가들은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워럴과 번의 의견에 동의할 것이다. 글쎄, '거의 아무것도'일 테지만. 어쨌든 그냥 가만히만 있어도 7일 안에 감기는 사라질 것이다." -- <감기의 과학> 248쪽


증상이 나타난 게 26일이니까,  26, 27, 28, 29.  4일 지났고 차도는 거의 없지만 앞으로 3일만 더 기다릴까. 지난 4일동안 '아무것도 안하진' 않았는데.... 계산 복잡해지네.   

올해 광주 비엔날레의 프레스 오프닝 참석을 위한 출발 시간은 9월3일 오전이다.  음메.  


ps. 9월3일 광주행과는 별도로 '미디어 시티 서울' 개막식은 9월1일이잖아...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순 없단 얘기네. 
      그럼 결론은 단순하게. 그냥 아픈대로 간다. 음메. 

2014년 8월 28일 목요일

음메....

꼭 대학교 개강이 아니어도 올해 9월은 일이 많다. 미술 비엔날레도 연달이 3개 이상이 개막하고, 어느 미술관의 개관식도 9월초에 열리는 걸로 안다. 9월을 앞둔 심기일전의 조짐인건지 지난 8월11일(엮인글)에 한번 삐끗한 허리 때문에 운신 할 수 없어서 집안에서 며칠 누워서 보냈는데, 이제 움직일 만큼 통증이 호전 되자마자 몸살이 덮쳤다. 아마 8월25일 <타짜> 시사회를 관람하고 선사고등학교에 강연을 간 그 날 어디에선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 같다. 어디서 감염되었을지 계속 생각중이다. 택시 손잡이, 선사고 강연 뒷풀이 자리의 수저나 그릇....등등.

그제부터 몸이 으실으실 춥고 식은 땀도 흘러서 외출할 형편이 아니었지만, 선약을 잡아놓은 터라 어제 무리해서 '리움' 전시 오프닝엘 갔다. 막상 외출하니까 심신이 더 나아지는 것 같다고 관망한 나머지, 오프닝 파티에서 제공되는 와인을 여러 잔 마신 게 결국 탈이 나고 말았다. 오늘은 목이 너무 심하게 부어올라 목소리를 내기도 힘들 지경까지 되었고, 오늘 잡힌 약속 하나를 결국 취소하고 집에서 곰돌이처럼 박혀 지냈다.  

'감기는 추위와는 무관한, 전적으로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것'이라는 굳은 믿음 때문에 내가 그동안 감기 관련해서 글을 2편 이상 쓴 바 있다. 이런 굳은 믿음 때문인지 감기에 잘 걸리지도 않을 뿐더러 설령 한번 독하게 감기에 걸려도 병원을 방문하거나 감기약을 사먹는 일은 일체 없다. 그런데 오늘 목붓기와 몸의 발열 상태가 너무 심해서 결국 저녁께 집안에 있던 해열제를 입에 털어 넣었다. 그런데도 차도가 통 없네. 음메....

2014년 8월 27일 수요일

반이정의 예술판독기: 예능방송의 독과 약 (씨네21)

* <씨네21>(969호)의 '반이정의 예술판독기'104회.



예능이라는 독과 약




좌. 김연아 SKT 광대역 LTE-A X3 광고 2014년.
우상. 스토리온 <아트 스타 코리아> 2014년
우하. JTBC <썰전> 2013년~.



광고 화면에 투입된 운동선수 출신 모델은 꿔다놓은 보릿자루마냥 뻣뻣하다. 반면 김연아가 출연하는 광고는 연예인 모델을 능가하는 흡인력을 갖는데, 남다른 미모와 몸매 피겨 스케이팅으로 다진 연기력 그리고 인지도 면에서 김연아가 예능 스타를 넘보기 때문일 것이다. 은반과 스튜디오를 오가는 호환성을 지닌 예외적인 스포츠 스타 김연아는 현역에서 은퇴했지만 활동 무대를 광고 화면으로 옮긴 것처럼 느껴질 만큼 왕성한 현역이다.

스포츠와 예능은 분야는 달라도 여흥을 제공한다는 본질에서 같고, 그 때문에 혼재되어도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진실에 기초한 정치 현안을 다루는 시사방송에 예능이 가세하는 건 다른 해석이 필요하다. 나아가 순수예술을 예능프로로 가공하는 것도 같은 딜레마를 안는다. <썰전>은 전직 국회의원 강용석과 현역 시사평론가 이철희를 각각 보수와 진보의 패널로 세우고, 개그맨 김구라를 감초 같은 진행자로 묶은 예능방송이다. 시사 전문가들로 패널과 진행자를 꾸린 종래 토론방송의 편성을 고려할 때, 상상하기 힘든 라인업에 가깝다. <썰전>은 토론방송 고유의 엄숙한 분위기를 상쇄시키고 지상파가 취급하지 않는 민감한 주제나 뒷얘기 따위를 격의 없는 대화로 푼다. 선정적 재미와 정보의 밀도를 높인 전략이다.

<아트 스타 코리아>는 순수 예술을 예능으로 흡수한 경우다. 일주일이 안 되는 마감 기한 동안 최상의 작품을 제작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런 조건으로 최고의 아티스트를 가려내긴 어렵다. 단기간에 완성하는 창작은 미술 논리가 아니라 예능의 논리다. 그렇지만 <아트 스타 코리아>는 일반 시청자가 흔히 떠올리는 인습적인 미술이 아니라, 동시대 전시장에서 만날 법한 이해부득의 작품을 방송으로 송출하는 점에서 변별력이 있다. 시민과 현대미술 사이에 깊고 넓은 강이 흐르는 현실에서, 현대미술에 대한 대중적 환기는 비엔날레 같은 대형 미술축제보다 예능을 탑재한 미술 방송이 유리할 수 있다.

스포츠, 연예, 정치, 예술은 분야 별로 선명한 전문 구획을 갖고 나뉘어있다. 그러던 것이 세상을 통하는 창이 모니터로 수렴되는 뉴미디어 시대에 지각변동을 맞았다. 분야는 달라도 미디어라는 동일한 플랫폼 위에서 서로 다른 정보들이 교차하거나 뒤엉켰다. 메시지 전달력을 높이고 시청률을 상승시킬 목적으로 딱딱한 시사 현안은 경량화 되거나 선정적으로 다듬어졌다. 정치권 뒷얘기를 삽입한 시사방송의 예능화는, 딱딱한 포맷으로 진입장벽이 높은 전문 토론방송보다 대중의 정치관심을 이끌기에 유리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정치나 예술은 대중화하기 힘든 전문 영역이 있다. 시청률에 목을 맨 예능 방송이 전문 분야를 훼손시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대신 위험부담을 담보로 높은 파급력을 돌려준다. 위험부담 때문에 밀거나 파급력 때문에 당겨야 하는, 독도 되고 약도 되는 존재가 오늘날 예능이다.




반이정: 미술평론가(원래 꿈은 배우). <중앙일보> <한겨레21> <시사IN>에 미술비평을 <한겨레> <경향신문>에 시평을 연재. 자전거 7대를 타고 다니는 자전거광. 네이버 파워블로거로 선정된 그의 거처는 dogstylist.com  

도와주세요

<씨네21>에 2010년부터 연재 중인 '반이정의 예술판독기'가 이미 100회를 넘긴 지 몇주 지났고 연재는 계속 될 예정입니다.

지난 2005년에 연재한 원고들을 <사물판독기>로 묶어냈듯이, 이 연재물도 단행본으로 묶일 예정인데요.
지면으로 나간 지난 원고들을 모두 다듬을 생각인데요. 그보다 더 신중한 고민거리는 역시 도판입니다. 
아래 '예술판독기 타이틀 모음'을 누르시거나, 이 블로그에 '예술판독기' 메뉴를 누르셔서 확인하신 후, 
연재된 모든 원고들에 어울릴 도판을 추천해주시면 좋겠네요.  관건은 저작권 사용이 자유로운 도판 중심입니다. 
도판이 너무 많은 연재물이어서 출판사에 부담을 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 기왕이면 국내 미술가의 작품도 추천하시면 더 좋습니다.  도와주세요.


자전거 집단 주행 (8)102014.08.18
가면 (2)102014.08.01
변신 (4)202014.07.18
예술가의 서명 (4)202014.07.11
신병교육대 (1)202014.06.21
영화 속 미술 (1)102014.06.05
헤어스타일 (8)102014.05.22
사후사진 Post-mortem photography (7)302014.05.04
차원 붕괴의 유희 (2)102014.04.23
묻지마 범죄 (1)202014.04.11
추억의 활용 (9)302014.03.27
국기에 대한 맹세 (3)202014.03.15
미디어 아트 업데이트 실패 102014.03.03
인체회전의 미학 (3)102014.02.10
전체주의 미학 (6)112014.01.19
투신자살 (10)202014.01.04
디오라마 (10)202013.12.26
쌍둥이 (8)102013.12.11
변형 자전거의 유희 (2)112013.11.22
펜더 스트라토캐스터 112013.11.07
반 고흐 브랜드 (25)312013.10.22
월리를 찾아라 (7)202013.10.10
서울대 102013.09.26
베네통 (1)102013.09.06
나이키 (13)202013.08.23
맥도날드 202013.08.12
루이비통 212013.07.21
프라이탁 (10)212013.07.08
눈화장 효과 (5)102013.06.19
예술상 제도 딜레마 112013.06.06
대중변덕과 공공예술 (2)002013.05.22
극사실주의, 표면의 가치 (4)202013.05.08
난교파티 202013.04.25
동물사랑 (4)
양해각서 - 가림표와 치마레깅스 (5)002013.03.28
도시침탈 (2)002013.03.13
대통령 전용차, 빌바오미술관, 캣워킹 (3)002013.02.26
대중장식 (5)302013.02.05
사자 부활의 딜레마 (5)102013.01.22
텍스트 예술 vs. 이미지 정치 (3)302013.01.12
하드코어. 극단적 실재의 귀환 (9)102012.12.27
선거 후반전, 개표방송 002012.12.13
비평 딜레마 2. 변연계 예술과 전두엽 비평 (6)112012.11.26
비평 딜레마1: 선행의 예술과 비평의 침묵 (15)222012.11.13
투쟁하는 예술의 역설 112012.10.30
바람둥이의 등급 (7)112012.10.18
거울 뉴런의 감동 공감대 (4)102012.09.27
사진조작술이 부풀린 9.11의 불행 (8)212012.09.11
유명인의 예명 (12)102012.08.30
실재계 상상계 사이의 걸그룹 (8)502012.08.15
식사대접의 예술 (3)102012.08.09
인조 남근 진화사 (10)202012.07.18
몰카와 관음욕망 (1)202012.07.04
자화상에서 셀카까지 (6)102012.06.21
극사실주의의 시대정신 (1)402012.06.07
하이파이 오디오 (5)002012.05.22
악마주의 대중음악 (6)302012.05.07
아트 콜라보레이션 002012.04.26
선거전 버라이어티쇼 (18)202012.04.08
기업 회장 모델과 퍼포먼스 아트 (3)002012.04.01
유니폼(정장) 문화 202012.03.13
동양미녀 오리엔탈리즘 (17)202012.03.02
예능 프로의 정치 멘토링 (6)102012.02.16
자기생산 포르노 (12)
조망권 (8)012012.01.09
중국불법어선과 중국미술 102011.12.29
정권과 장식 예술 (5)002011.12.12
잡지 표지화의 예술 (3)002011.11.28
금송아지 숭배 002011.11.15
의인화의 함정 (4)002011.10.30
오캄에서 잡스까지, 미니멀리즘 계보의 진화 (4)012011.10.18
피팅 모델, 아트 상품 002011.10.04
신발에 담을 수 없는 사연 (8)002011.09.18
위대한 예술가 무명씨 112011.08.28
로르샤흐 심리분석 (3)202011.08.17
셀러브리티 전문 사진가 (7)102011.08.11
전체주의 페티시 (1)102011.07.17
흡연경고 (4)302011.07.06
보디 페인팅 (6)102011.06.19
방송인 프리미엄 (2)002011.06.06
참수斬首 (2)002011.05.23
랄프 로렌의 클래식카와 기계미학 (4)302011.05.13
미술관 관람객 (3)202011.04.27
현대적 재앙의 진경산수 (7)302011.04.15
작전명의 시학(詩學) 002011.03.30
도상 파괴의 역설(2) 유기체를 담은 무기체 2011.03.16
권력과 애첩 2.(5)012011.03.04
도상 파괴의 역설(1) 숭례문 방화 (3)012011.02.15
권력과 애첩 1. (4)012011.01.26
해맞이 (3)002011.01.12
살처분 (3)212010.12.29
별 계급장 (1)002010.12.15
요인 암살 (3)002010.12.01
폭주족 (12)
부산 아파트 화재 (4)002010.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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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26일 화요일

0825 타짜 - 신의 손 ★★​​☆

8월25일(월) 14시. 롯데시네마 건대 <타짜 - 신의 손>(2014) 시사회.

별점: ​☆ 



<타짜 - 신의 손>은 나에겐 크게 봤을 때 두가지 관람의 진입장벽이 있었다. 원작 만화를 보질 않았다는 점. 이거야 그럴 수 있다 쳐도. 영화의 기승전결을 이끄는 게임의 룰을 내가 백지장처럼 하얗게 모른다는 점. 화투의 룰에 관해선 백지여서 극중에서 탄성이 쏟아지는 반전이나 역전 상황에 감정이입을 할 수가 없었다. 배우들의 탄성과 고함을 듣고 '판이 뒤집어졌구나' 하고 짐작하면서 볼 뿐. 이건 화투의 룰을 알고 반전을 느끼는 것과 천양지차일 수밖에 없으리라.


원작 만화를 보질 않은 점이나, 화투의 룰을 모른다는 두 가지 핸디캡 말고도 영화로 다듬어진 <타짜 -신의 손>은 만화적 상상력을 영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무리수를 둔 인상을 받았다. 원작 캐릭터들이 보유한 만화적 인상을 실제 인물(배우)로 흡수할 때 생기는 괴리감도 그랬고, 꽤 긴 스토리였을 만화를 2시간27분 안에 촘촘히 박아 넣으면서 생기는 '스토리의 잦은 도약'도 어색한 현상일 것이다. 

(또 아마도) 만화에선 캐릭터들이 한국인의 인상으로 그려진 것 같은데, 서구적으로 다듬어진 배우들이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모습이나 헐리우드 세트를 연상시키는 무대 예술도 현실감을 떨어뜨린다. 

속임수를 차단하려고 옷을 벗고 게임에 임하는 후반 장면은 원작 만화에선 어떤 느낌인지 모르지만, 신세경 이하늬 최승현(탑)의 육체미를 내세운 영화에선 관객을 낚는 가장 중요한 카드였던 것 같다. <타짜 - 신의 손>가 묘사한 한판 승부로 일확천금을 얻는 노름판의 세계는, 영화 주연으로 열연하는 '빅뱅'의 탑(최승현)을 통해, 한판 승부로 지위가 격상되는 아이돌의 운명과 중첩되어 읽히기도 했다.  

만화의 긴 스토리를 영화의 러닝타임 안에 밀어넣는 과정에서 생긴 착오인 것 같은데, 어째서 대길이 신의 손이라는 얘긴지 영화가 끝나갈 순간까지도 납득 되질 않는다. 


* 어지간 하면 크레딧이 모두 올라올 때까지 자리를 지키는 편인데, <타짜 - 신의 손>은 끝나자마자 밖으로 튀어나갔다. 암사동에 있는 혁신학교인 선사 고등학교에서 강연을 해주기로 한 시간이 17시였는데, 넉넉한 마음으로 시사회 입장권을 받아드니 영화가 무려 2시간 27분이나 됐기 때문. 민첩한 택시 기사 덕분에 건대에서 선사고등학교까지 약 13분 가량 걸린 거 같다. 정시에 강연을 할 수 있었다. 귀가해서 기사를 찾아보니 내가 극장 밖으로 나간 직후 <타짜> 출연 배우들 상당수가 무대 인사를 하러 스크린 앞으로 나왔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