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31일 화요일

2013

연례 행사로 굳은 '블로그 송년회'가 올해에는 책출간 밥모임을 겸한 두세 차례의 밥모임으로 나뉘어 진행 된 셈이 되었다.
밥모임 자리는 지난 11월 '예술가 생명연장' 강연 뒷풀이 자리로 알게 된 합정-홍대 사이의 '두리반'이었다. 



책출간 첫 밥모임 : 12월11일(수)  



한겨레사옥: 12월12일(목)

일부 친분있는 분들께는 책을 자전거를 타고 직접 배송했는데, 그 첫 대상. 연재 당시 편집장이셨던 고경태 기자. 



한겨례 출판부 송년회: 12월12일(목)


송년회에서 만난 만화가 겸 다종예술가 조경규. 미식 매뉴얼과 중국음식집 탐방기를 연작 만화책으로 출간했다.  


책출간 두번째  밥모임 : 12월13일(금)

내 옆 곰돌이는 블로그 송년모임 다수 참가자인데, 얼굴을 가려달라 요청해서. 



코너아트스페이스 크리스마스 파티 '그리 숨었수': 12월14일(토)  






압구정 5번 출구 앞에 있는 '코너아트 스페이스'의 크리스마스 파티를 겸한 전시 오프닝. 책출간 모임에도 참석했던 제자 2명을 이 자리에서도 만났다. "어떻게 알고 여길 왔냐?"고 물어보니, 내가 행사 정보를 카톡으로 알려줬다고 한다. 기억이 안났음.
제자들은 여러 내방객을 상대로 '기념촬영 팬서비스 중인 낸시랭과' 기념촬영에 응했고, 코너 아트 측에선 나와 양지윤의 사진을 찍어서 보내줬는데, 내 핸폰에 저장된 그녀의 이름은 '양지윤 - 미녀기획자'다.   


책출간 세번째 밥모임 : 12월21일(토)

올해 다른 2권의 책에 공저자로 함께 참여한 몇분-변호사 정인진, 기생충학자 서민, 번역가 성귀수-을 초대해서 출간 밥모임.



+ 수집된 송년 풍경
신림역: 올해 크리스마스 이브때는 일이 생겨서 파주까지 혼자 자전거를 타고 다녀왔고, 크리스마스에는 전날 오랜시간 추위에 노출된 탓인지 코와목이 붓는 감기로 집에 누워있었다. 그렇지만 집밖에선 크리스마스가 진행 중이었다. 지하철 신림역에서 확인된 크리스마스적 징후. 7명 전후 멤버의 섹스어필로 호소하는 걸그룹으로 출발한 '라니아'가 웅진플레이도시의 모델인 모양이다. 지금은 원년보다 멤버가 줄어 인원이 적은데, 라이트 간판 사진으로만 보면 '디'의 섹스어필이 가장 높아 보임. 

동대문역: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짐 자무쉬 감독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시사회를 보고 나오던 중, 그 건물 벽면에 붙어있던 공공조형물을 발견하고는 경악해서 촬영해 뒀다. 이렇듯 흉측한 조형물을 의무적으로 건물에 갖다 붙이도록 '법제화' 되어 있다니....그것도 다름 아닌 '미관'을 위해서라니. 악법에는 여러 종류가 있음. 



 지금 현재 시간 구글 배너. 앙증맞고 시의적절해서 퍼왔음. 



* 2013년 마지막날 드리는 연말 tip: 전화 권유 판매 수신거부 등록시스템 www.donotcall.go.kr 

=> "내년(2014)부터는 무차별, 무분별한 전화권유판매(텔레마케팅)로부터 해방되는 길이 열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다음달 2일부터 전화권유판매 수신거부의사 등록사이트(www.donotcall.go.kr)를 운영한다고 30일 밝혔다. 해당 사이트에 들어가 본인 확인과 휴대폰 인증을 하면, 현재 사이트에 등록된 3,198개 업체(2012년 기준 신고업체는 5,500여개) 모두로부터 전화권유를 받지 않게 된다. (중략) 아예 본인 전화번호를 등록해 모든 전화권유판매업자의 전화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 <한국일보> 

1218 송은미술대상 최종심(송은) 티켓수령(예술의전당) 종강(서울대) 1219 문화공감(KBS) 송은미술대상전(송은) 1221 우리도 이제 작가다(이마주) 1222 (세빛둥둥섬) 1223 윤정미(담) 1224 (파주) 1228 애니 레보비츠(한가람) 1229 (파주)

1218(수)
제13회 송은미술대상 최종심사 (11시. 송은아트스페이스)
애니 레보비츠 티켓 수령 (13시30분. 예술의 전당)
종강 기말고사 (16시. 서울대 52동)

1219(목)
문화공감 녹음 (16시. KBS 본관)
제13회 송은미술대상 - 강서경 김지은 박혜수 차혜림 (2013.1219~2014.0215 송은아트스페이스)

1221(토)
우리도 이제 작가다展 (2013.1221~1231 갤러리 이마주)

1222(일)
(16시30분. 세빛둥둥섬)

1223(월)
윤정미 '인생 It will be a better day' (2013.1216~1224 갤러리담)

1224(화)
(17시. 파주)

1228(토)
애니 레보비츠 '살아있는 전설과 만나다' (2013.1207~2014.0304 한가람미술관)

1229(일)
(19시. 파주)




송은미술대상 최종심사 (송은아트스페이스)










13회 송은미술대상 최종심사는 오전부터 저녁까지 심사위원들이 원하는 시간에 전시장에 찾아와 평가서를 넘기는 방식이다. 내 심사가 거의 끝날 무렵 평론가 정현이 전시장에 들어왔다. 후보작가 4명을 위한 4개의 전시공간과, 이들의 지난 자료를 살필 수 있는 아카이브방과 같은 방에서 상영되는 후보작가 4명의 인터뷰 영상이 있다. 나는 아래층부터 순서대로 봤는데, 마지막 영상을 지켜보던 중 인터뷰하는 박혜수 뒤에 세워둔 자전거를 보며 "어...박혜수씨, 비토(Vito) 타는 구나." 했음.  

동시대 미술 공모전 후보작들을 심사할 때마다 드는 심경은, 장르가 상이한 음악들을 모아놓고 우선순위를 정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을 때의 기분에 빗댈 만하다. 발라드 댄스 트로트 록, 각 분야에서 선전을 보인 뮤지션들을 모아놓고 1등을 선정 하라고 주문 받을 때의 심경 말이다. 모든 공모전 심사에 임할 때 내 마음에 그려지는 심리 풍경은 그렇다. 그럼에도 결국 최종 승자를 선택해야만 한다. 난해한 결정이지만 유의미성도 함께 지닌다. 왜냐하면 예외 없이 모든 예술상 후보자들은 이미 일정 수위의 기량을 인정받은 작가이기 쉽다. 때문에 최종 수상 여부를 떠나서, 내부의 후보자들은 이미 본선 후보에 오른 자신을 격려하고 기뻐하면 될 것이다. 정도 차는 있을 지언정 외부의 인사들 또한 이들의 성과를 고르게 판단하리라 믿는다. 설령 자기 판단과 상반되는 결과가 나온들, 그 결정을 통해 자기 판단을 살찌우면 된다. 예술상은 그럴 때 의미가 있다.
출품된 후보자 넷의 작품과 그들의 인터뷰 영상을 모두 보면서, 작업 의도가 설명되는 인터뷰 영상을 맨 마지막 순서로 두고 관람했다. 의도를 해설로 듣기 전에 작품으로부터 시각적 단서가 잡히는지 유의하면서 봤다. 작품에서 단서를 찾는 건 직업 평론가에게조차 어렵다. 그렇지만 화단에서 좋은 작품이 선택 받는 경로는 대개 그런 방식을 통해서다. 공간 전체의 사연을 그 공간의 부속들로 재구성하여 되돌려주는 김지은은 미적 태도를 단순성에 두고 승부하는 것 같았다. 차혜림은 타성적인 평면 회화의 관습을 넘어서 연장 가능성을 시험하는 것처럼 보였고, 이런 태도는 입체 조형물로까지 연장되는 것 같았다. 박혜수에게선 예술가의 삶이 보통 사람의 삶과 상이할 수 있다는 상식을 보통사람의 측량법을 차용하여 조형화시킨 것 같았다. 모호한 도형 패턴들이 반복되는 강서경은 개별 작품의 제시보다 그 총합이 만드는 공간 연출에 집중하는 작가 같았다. 심사평을 마무리하는 지금도 나는 13회 송은미술대상 수상자가 누군지 아직 모른다. 언젠가 당선자 소식을 듣겠지만 작가의 의도를 사전에 읽지 않고 작품 심사에 임하던 소신처럼, 최종수상자가 누구건 후보자 넷의 선전을 격려한다. 

-- 송은미술대상 최종심사직후 내가 작성한 심사평. 




티켓수령(예술의전당)


파워블로거로 선정되면 경험하는 장단점이 있다.  무수한 광고 덧글 세례와 판촉 소식 메일을 내 의사와 상관없이 받아야 하는 게 단점이다.  갤러리나 대형 미술관에서 열리는 유료전시는 흔히 비평가 신분을 밝히면 무료 입장을 허용해주는 관행이 있는데, 예술의 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은 사전 초대장을 받지 않았다면 티켓을 구매 해야한다. 이때 파워블로거의 장점이 등장한다. 파워블로거를 여러 기획사들이 마케팅대상으로 삼는 게 벌써 몇해 됐다. 애니 레보비츠의 전시도 그런 조건으로 티켓과 도록을 받은 경우. 덕분에 잘 보고 나왔다. 
한가람미술관을 나서려는데, 맞은 편 디자인미술관에 피카소와 제프쿤스라는 활자를 대문짝만하게 강조한 전시 배너가 보인다. 저걸 보는 순간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든다.  "흠. 피카소랑 제프쿤스 작품 서너 점을 공수해 왔나보구나."   


 



종강(서울대)

서울미대 수업 '매체예술담론' 종강날. 기술형 기말 시험지에 답안을 적고 있는 학생들. 



문화공감(KBS)

신간 <사물판독기>를 포함해서 저자가 추천하는 책 3권에 관해 녹음한 날. KBS 라디오 스튜디오 내부. 진행자 신성원과 나. 



송은미술대상전(송은)

후보 작가 4명의 작품이 전시된 송은아트스페이스 오프닝날. 나는 전날 와서 죄다 본 터라. 



우리도 이제 작가다(이마주)

지난 10월말과 11월초 총 2회 특강/크리틱의 대상이 되었던 예비작가 18인의 결산 전시회. 역삼역 인근 갤러리 이마주.  



X(세빛둥둥섬)



윤정미(담)



윤정미의 신작. 빨간색 판매딱지가 붙은 '김강사와 T교수' 


(파주)

크리스마스 이브 날. 혼자서 자전거를 몰고 파주까지 다녀왔었다는 포스팅을 남긴 바 있다. 당도한 파주의 현장에서 만난 전시 기획자 김선정.   


애니 레보비츠(한가람)


애니 레보비츠의 전시에 걸려있던 행위 예술가 리 바워리Leigh Bowery 사진(상). 예술의 전당 전시는 거의 예외 없이 방문하는 관람객의 성향과 전시되는 작품의 성향 때문에 관객 참여형 부스가 전시장 밖에 설치될 때가 많다(하). 

셀러브리티들을 화려한 컬러와 프레임 안에 담아온 애니 레보비츠의 인상적인 초상 사진 연작 때문인지, 나는 <애니 레보비츠 - 살아있는 전설과 만나다>가 현란한 컬러 사진과 유명 인사를 결합시켜 어떤 시대 미감을 극대화 한 라샤펠의 사진전과 유사한 인상을 띨 거라 믿고 전시장을 찾았다. 그런데 입장한 첫 부스부터 마지막부스까지 흑백사진의 비중이 가장 높았고, 초소형 젤라틴 실버로 인화된 사진 역시 많았다. 1980년대 초반 사진이 배치된 초입은 애니 레보비츠의 가족 기록 사진들을 배치해서 사진전의 시작을 알릴 만큼, 사진가 애니 레보비츠의 개인사와 사진의 관계에 이 전시는 방점을 두고 있다. 

* 관람하면서 '사진/카메라'에 관해 든 생각 
- 수잔 손택의 임종과 친아버지의 임종 전후를 기록한 사진들에는 제목을 비워 '무제'를 걸어놓았더라. 연대기적 기록의 산물이다보니 1992년 수잔 손택이 <화산의 연인>의 초고를 작성하던 작업실 사진에 담긴 매킨토시 컴퓨터 Mac SE 모델의 모습이 정겹다. 특히 신속하게 업그레이드되는 IT의 생산물의 진화 과정 중 일부를 박제화 시키는 사진의 이런 기능을 화면을 통해 만나게 되면, 사진예술에 대한 고유한 애정지수가 높아진다.  

- 공간 전체에서 애니 레보비츠가 촬영한 수잔 손택의 사진은 양과 질이 굉장하다. 다른 예술장르보다 카메라/사진을 재현매체로 쓰는 예술가에게는 피사체와의 관계에서 유리한 진전과 혜택이 주어지리라고 믿는다. 왜냐하면 재현 대상이 된 인물의 실제 생활에 신속한 개입을 허용하는 매체는 카메라일 것이니까.  


** 기타 
- 큰 뱀을 두 손으로 받쳐든  슈퍼모델 신디 크로포드가 알몸 사진을 보던 중 든 생각. "아무리 글래머 미인이라지만 서구 여성의 체구는 기본적으로 너무 너무 크구나." 
- <애니 레보비츠 - 살아있는 전설과 만나다>에 전시된 레보비츠의 사진의 양은 많은데, 무심히 관람하다가도 어떤 모순적 감정을 느낄 때가 있었다.  레보비츠와 친분이 깊었던 좌파성향 다종예술가 수잔 손택이나 전위적 예술가의 초상을 흑백에 담은 여러 사진들과, 극우성향 부시 정권의 주요 참모의 모습 그리고 앨리자베스 여왕의 모습을 중후한 컬러 초상으로 담은 초대형 사진처럼, 서로 상반되는 이데올로기와 질감들이 같은 공간 속에 같은 작가의 작품으로 제시된 걸 보고 있자니 마음이 정리되질 않았다. 


(파주)

2013년 12월 30일 월요일

[네이버책] 사물 판독기 미술평론가가 본 사물과 예술 사이


* 내 책 <사물판독기>가 오늘 네이버책에 소개 되었다. 

 

사물 판독기 미술평론가가 본 사물과 예술 사이

9.67 | 네티즌리뷰 7
반이정  |세미콜론 |2013.12.02
페이지 276|ISBN  9788983716347|판형 규격외 변형
도서
14,850 16,50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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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 판독기> 반이정 저자 인터뷰


   

"진중한 명상과 순발력 있는 농담" 사이
미술평론가의 시선으로 본 사물의 비범한 사연들
사물의 남다른 면모를 끄집어내는 미술평론가 반이정의 시각 에세이


미술평론가에겐 난해한 예술 비평을 기대하게 되는데요. <사물 판독기>에서는 평범한 사물을 다루고 있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주변에 널린 사물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매개하는 대상이고, 전시장에 걸린 예술은 예술가와 관객을 매개하는 대상인 점에서 유사합니다. 사물과 예술이 대등하진 않더라도 어떤 해석을 달 수 있다는 점에선 동일하거든요. 중요한 사실은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언제나 예술보다는 사물이라는 점이죠. 때문에 사물에 대한 남다른 관찰은 자기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에게는 '예술 따로, 삶 따로'라는 낡은 고정관념이 있는데, 많은 독자와 관객이 어려워서 거리를 두는 현대미술은 일반 사물을 예술작품으로 변형한 경우가 무척 많습니다. 주변 사물에 대한 속 깊은 애정이 현대미술 이해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사물 판독기>가 다른 책들과 비교했을 때 갖는 변별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두 가지 정도 들 수 있을 거 같아요. 출간 직전 출판사도 이 책을 어떤 범주에 넣어야 할지 조금 난처해했습니다. 미술책으로 분류하긴 어렵지만, 책에 미술작품 도판이 많이 사용되었거든요. 그렇지만 내용으로 볼 때는 미술이 아니라 사물을 다뤘잖아요. 그렇다고 에세이 분야에 넣기도 어색하다는 거죠. 제 책 같은 편성을 취한 책이 서점가에 선례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분류하기 어려웠던 겁니다. 고정된 분류법에 예속되지 않는 책이 제 책 같고요.
다른 하나는 도판 하나와 짧게 압축된 문장을 한 세트로 묶은 게 이 책의 편성이거든요. 그건 우연히 오늘날 SNS에서 흔히 보는 의사소통 방식입니다. 모든 도판마다 장황한 해석을 달지 않았습니다. 그럴 필요가 없기도 했고요. 어렵지 않고 재밌게 주변 사물을 돌아보게 만든 점도 변별점일 거 같고요.



총 100개의 사물을 6개의 범주로 나누어서 목차를 구성했는데요. 집필의 대상이 된 사물은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셨나요?
우리 주변에 널려있지만, 그 사물의 '용도' 외에는 관심을 받지 못하는 일상 사물들을 대상으로 골랐고, 그 사물들에 깃든 속사정을 풀어보려고 했습니다. 그중에는 모순적인 성격을 지닌 것이 많았습니다. 그 모순성은 사물을 바라보거나 사용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반영된 결과 같았습니다. 
요컨대 책에서 다루는 예식장을 볼까요. 한국에서 예식장은 국적불명의 궁전 모양처럼 통일되어 있는 경우가 많죠? 굉장히 촌스러운 건축 디자인이라고 많은 분들이 느끼면서, 정작 결혼식은 그런 곳에 가서 스스럼없이 치릅니다. 그런 모순이 왜 발생하는지 짧고 경쾌하게 풀이했습니다.

책이 예정보다 늦게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요? 또 이 책은 시사 주간지에서 2년간 연재된 것을 새롭게 엮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연재 당시와 차이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짧은 글과 도판 하나를 한 세트로 편성한 글을 2년간 쓰다 보니, 필자로서 욕심이 생겼어요. 책으로 묶으면서 6개의 주제로 목차를 구성했는데, 매 주제의 뒷부분에 제법 긴 해설을 삽입했습니다. 짧은 글로 해갈할 수 없었던 깊이 있는 정보를 해설로 충당하고 싶었거든요. 그 긴 해설을 쓰기 위해 자료 조사를 오래 했습니다. 100개의 사물을 다룬 짧은 글들도 연재 당시 원고를 모두 수정해서 다시 썼어요. 끝으로 연재 때 잡지에 수록된 사물 도판이 언제나 맘에 차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책을 내면서 도판 모두를 전부 갈아치웠습니다. 단순히 사물을 더 잘 찍은 사진으로 교체한 게 아니라, 제가 선택한 사물을 작품으로 다룬 미술품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작품 사진을 도판으로 썼습니다. 아무래도 평범한 사물 사진보다 미술품 도판을 수록하는 게 독자의 보는 즐거움을 높일 거라고 봤거든요.

<사물 판독기>는 독자에게 어떤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이 책은 성찰의 대상으로 간주하지 않았던 평범한 사물을 다룹니다. 자신이 평소 주의나 관심을 던지지 않았던 대상 혹은 사람을 이 기회에 다시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고요. 이 책은 오늘날 SNS식 단문 의사소통을 훨씬 일찍 채택한 연재물에서 가져왔거든요. 그 점에서 현재의 소통 방식에 친숙한 보편적 독자들이 이 책에서 공감 어린 호흡을 나눌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끝으로 평범한 사물의 저변을 경쾌하게 해석한 이 책이, 독자들이 난해하다고 느끼는 현대미술과도 가까워지는 디딤돌이 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