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9일 금요일

1129 송강호 김영애... <변호인> ★★★★☆

11월29일(금) 14시. 왕십리CGV . 양우석 감독 <변호인 Gloria (2013) 시사회. 


별점:  ☆


지난 7월 <설국열차> 시사회를 본 직후, "블루칩배우 송강호도 이제 획기적인 변신을 시도할 때가 온 것 같았다."라고 짧게 적은 바 있는데(촌평보기), 송강호는 <변호인>의 연기를 통해 급반전의 도약대를 이미 마련한 것 같다. 배역과 연기력이라는 거대담론식 반전과는 무관하게, 부산을 무대로 삼은 영화의 토속성을 친숙한 질감으로 내뱉는 송강호의 경상도 사투리가 증강시키고 있다. 그의 사투리 연기도 영화 평가에 전반적 가산점으로 작용할 듯 싶었다. <친구2>가 쏟아내는 무성의한 순엉터리 경상도 사투리는 도무지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이미 알려진 대로 영화 <변호인>의 모델은 실존인물 노무현 변호사다. 78년 부산을 배경으로 판사를 때려치고 세무변호사로 인생 반전하는 부산상고 출신 고졸의 주연, 인권 변호를 맡으며 다시 인생 2막을 여는 극중 변호사 송우석은 78년 이후 노무현 변호사가 걸어온 일생을 그대로 모델로 삼았다. 사실을 인지한 채 영화를 보게 되면 영화 속 실존 모델의 불행한 최후까지 전부 알고 있는 관객은 감정이 동요된다. 그도 그럴것이 집중력 있는 감정이입으로 송우석 변호사가 된 송강호의 연기 변신에 관객이 설복당하기 때문이다. 

송강호를 정점으로 <변호인>의 출연진 모두 연기 가치 도약대 위에 섰다. 이번 영화로 큰 점수를 따고 들어가는 큰 보상을 얻은 것 같다. 영화를 다 본 후에 감정을 가라앉히고 거리를 두고 본다면, 악역마저 사랑스러울 만큼 그의 연기 몰입도는 뛰어났다. 악역배우 곽도원에게도 박수 쳐주고 싶다. 

실화에 바탕을 둔 극의 전개는 극이 반전될 때 혹은 주인공이 판을 뒤집는 결정을 내리는 허구적 순간들마저 어색함을 느낄 수 없게 만든다. 78년과 81년 그리고 87년으로 이어지는 한국의 실제 시국 상황을 허구화 된 화면으로 지켜보면서, 2013년 한국사회의 시대착오적 현실을 환기하게 되고, 그 때문에 영화의 드라마성에 격정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2008년 이후 한국 정치사의 허무한 진행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관람을 권하고 싶다. 정치적 성향이 꼭 그렇지 않아도 즐기면서 볼 가치가 있다. 엔터테인먼트를 바탕에 깔기 때문에 예술은 아주 드물게 위로와 독려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거다. 매우 드물게 수행되는 영화가 주는 위안은 바로 이 순간 비장한 모습으로 출연한다.  

현대사의 실제적 상처를 소재 삼은 드라마성 때문인지, <변호인>은 노동운동가 전태일을 다룬 박광수 감독의 1995년작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법통을 잇는 21세기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 기억나는 대사: "이런 일은 일시적 감정으로 맡는 게 아니야." / "이 자리를 지킵시다."  
=> 어떤 장면 속 대사인지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영화를 보고 확인하시길. 



ps. 이거 하난 밝혀야겠다. 영화를 보던 중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순간이 화면 앞으로 펼쳐졌다.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비록 짧은 순간이었지만 영화에 내 주민증상 주소지인 평창동집이 출연한 거다. 송강호가 우리집 대문 앞에 서서 누군가를 막아서는 장면이 나온 거다. 익숙한 집 대문 구조하며 주변 이웃집들이 곡선하며.... 입이 다물어지지 않은 채 그 장면을 지켜봤다. 이 정돈 고백할 수 있겠지. 

We Are The World 25 For Haiti





구호의 정을 집단으로 담았다는 취지와는 무관하게, 1985년의 원점으로부터 25년 멀어지는 동안 대중음악계의 지형도 변화까지 한눈에 읽을 수 있어서 흥미로운 뮤직비디오. 

 
맘에 드는 뉴뮤지션도 발견: Wyclef Jean, Jennifer Hudson, Jennifer Nettles, Pink 

글로리아 Gloria ★★★★☆

11월28일(목) 1630. 왕십리CGV . 세바스티안 렐리오  감독 <글로리아 Gloria (2013) 시사회. 


별점:  ☆




 사교생활의 채널인 클럽 문화가 발달한 서구 사회 면모를 스케치하는 <글로리아>의 시작 부분은 중년 여성의 고독감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사람이 뒤엉킨 클럽이라는 네트워크 내부에서 조차, 고립된 나이와 위치에 있는 중년의 처지를 짧지만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처음 만난 중년 남녀가 어색하지만 명백한 눈 신호를 보내는 장면은 <비포 선라이즈>에서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가 갇힌 공간에서 주고받는 호감어린 눈매의 중년 버전 같았다.  

<글로리아>에서 스토리텔링의 밀도와 분리시킬 수 없는 중요한 요소는 핸드헬드 카메라 촬영방식 같았다. 움직임 없이 고정된 샷을 촬영할 때도 핸드헬드로 화면을 잡는다. 이혼한 중년 남녀가 키스를 나누는 장면이 미세하게 흔들리길래 핸드헬드로 이들의 불안정성을 표현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후 전개되는 모든 화면이 핸드헬드로 담겨진다는 걸 깨달았다. 핸드헬드 카메라의 미세하게 흔들리는 시선은 출연 배우들과 한 공간에서 호흡하는 느낌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시각이다. 

영화를 통해 문화 격차를 체감한다는 고백은 영화 쪽평을 쓰면서 여러 차례 남겼지만, <글로리아>도 비슷한 체험을 남긴다. 영화의 주제와는 별개로 글로리아의 딸의 남자친구가 "세계 이곳저곳을 돌면서 높은 산 정상까지 등산해서 스키를 타고 아래로 내려오는 일을 하며 보낸다."고 자기 소개를 하는 대사에서 진한 문화적 격차를 다시금 느꼈다. <글로리아>에서 체험하는 또 다른 질감의 문화는 사교 문화다. 술과 추억을 환기시키는 사진과 사람. 이 셋이 모인다면 정감어린 회합이 이뤄진다는 걸 새삼 환기하게 되었다. 

얼마전 관람한 <머드>처럼 <글로리아> 역시 주연 캐릭터의 이름을 그대로 영화제목으로 쓴 경우다. 영화가 캐릭터의 이름을 쓴 경우 해당 인물에게 집중하게 되는데, <글로리아>의 주연 폴리나 가르시아의 연기력은 빼어나다. 인간 관계에서 '의존'이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전달하는 게 설마 이 영화의 주 메시지일 순 없겠으나, 노래에 맞춰 글로리아가 홀로 춤을 추는 롱테이크는 이 영화의 주제에 유쾌한 방점을 찍는 피날레 같았다.  


* 영화에서 80년대 팝송 '글로리아'를 들으며 "음 이거 아바ABBA 노래였지."라고 나는 단정하고 말았다. 집에 와서 검색해보니, 로라 브래니건이었네. 



1118 진민욱(담) 장지아(가인) 1119 seven-one 공모 심사(장욱진미술관) 1121 손세임&한현주 오픈스튜디오 1122 박지은(쿤스트독) 공모심사(DMCC) 1125 이주리 작가미팅(인천아트플랫폼) 1128 파아드 모쉬리(현대 본관) 텔레-비(현대 신관) 최우람(현대 아트큐브) 김지원+박소영(누크) 정경심+차혜림(옵시스아트)

1118(월)
진민욱 '교감' (2013.1111~1120 갤러리담)
장지아 '죽지 않고 살아남기' (2013.1118~1227 가인갤러리)

1119(화)
seven-one: 장흥조각스튜디오-조각대상+입주공모 심사(14시. 장욱진 미술관)

1121(목)
손세임&한현주 오픈 스튜디오 (18시. 봉천동)

1122(금)
박지은 'Dr. Lucy' (2013.1122~1205 쿤스트독)
어느 공모전 심사 (~1124 상암동 DMCC빌딩)

1125(월)
이주리 작가 미팅 (18시. 인천아트플랫폼)

1128(목)
파아드 모쉬리 'My flower' (2013.1101~1201  갤러리현대 본관)
'텔레-비' (2013.1112~1208  갤러리현대 신관)
최우람 'Lamp Shop Project' (2013.1112~1215  갤러리현대 아트큐브)
김지원 박소영 '동질이형' (2013.1128~2014.0115  누크)
정경심+차혜림 개인전 (2013.1128~1229  옵시스아트)
임동식 (2013.1122~1205  이화익)
no mountain high enough (2013.1128~2014.0125  시청각)




진민욱(담)


'요'는 근래 내가 중독되어 있는 보조사다. 이 전시를 보면서 속으로 '개요~ 개요~ 개요~'를 외치길 수차례. 


장지아(가인)





만난 사람의 얼굴을 후일 식별 못하고 잊어버리길 수차레. 인물 촬영을 틈틈 하는 이유는 기억을 위해서다. 이렇게 찍어 올리고도 식별못할 때가 있다. 사람들이 모여드는 전시 오프닝은 충분히 즐거운 자리지만 난처한 자리가 되기도 한다.  


seven-one 공모 심사(장욱진미술관)



심사해주러 신림동에서 양주시 장흥까지 자전거로 이동했던 날(경로 보기). 최태만 고동연 나 조태화 백곤 


손세임&한현주 오픈스튜디오




블로그 맥주 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는 손세임이 작업실에서 오픈스튜디오를 한다고 해서 오랜만에 봉천동-은천교 근처의 작업실에 방문했다. 돈 들여서 대관전을 하는 것보다 뜻이 맞는 사람들과 친숙한 공간에서 작품을 걸고 친구와 친지 그리고 만나고 싶었던 미술인을 초대하는 편이 훨씬 득이 된다. 재정적으로나 효과면에서 모두. 돈내고 대관전을 한들 업계에선 경력으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박지은(쿤스트독)


내가 서문을 쓴 박지은 개인전 오프닝 => 서문보기


어느 공모전 심사(DMCC)

11.22~24까지 총3일에 걸쳐 심사한 어느 공모전 



이주리 작업실(인천아트플랫폼)



오랜만에 인천역까지 지하철로 왕복했다. 자전거로 이동할까를 망설였으나 결국 지하철을 이용했다.  


파아드 모쉬리(현대 본관)


조율된 충격효과와 팝아트가 만들어낸. 


텔레-비(현대 신관)


원로 전위 작가 이승택의 작품에선 과도하다 싶은 인정욕구가 자주 읽힌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지난 시절 화단의 기형적이고 장기 집권적인 구조가 만든 개인의 트라우마라고 생각한다. 

최우람(현대 아트큐브)


김지원+박소영(누크)




11월28일 개관한 두 개의 전시장 중 한 곳. 플라즈마와 동일한 위치에 자리잡은 누크 갤러리. 청와대를 포함한 삼청동 일대가 내려보인다. 일정 때문에 개막식이 열리기도 전에 황급히 보고 간 전시. 촌평은 기간이 넉넉하니 다시 와서 본 후에.

정경심+차혜림(옵시스아트)


일정 때문에 황급히 보고 간 또 다른 전시.  

임동식(이화익)

미술애호가의 일반적 취향 + 일기의 연장이 된 작가의 작업일지 + 빼곡한 밀도로 화면을 채우는 일종의 실험성. 2천년대 이후 임동식 회화가 지니는 태도. 지난시절 드로잉을 재평가하는 전시가 임동식에겐 필요하다. 

no mountain high enough(시청각)



'이게 뭐지?' 싶은 기획 전시들이 있고, 또 그런 전시들은 화단에서 주류의 한 흐름을 분명 형성하고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전시장을 방문 했는데 마침 내가 품고있던 궁금증을 활자로 표시한 작품이 벽에 걸려 있더라. 

1112 박병춘(성곡) 이원우(PKM) 서울관개관전(서울관) 1113 예술가 생명연장(서교예술실험) 1114 김형석(그림손) 서수영(공아트) 1115 미디어아트 포럼(서울시립) 1116 채프만 강연(송은) Tell me her story (코리아나미술관) 오상택(예화랑)

1112(화)
박병춘 '길을 묻다' (2013.1101~2014.0105 성곡미술관)
이원우 'Welcome, take care' (2013.1111~1213 PKM)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전 '회화의 기술' (2013.1113~2014.0727 서울관)

1113(수)
예술가 생명연장 강연 (18시. 서교예술실험센터)

1114(목)
김형석 '완벽한 날' (2013.1113~1118 그림손)
서수영 '황실의 품위' (2013.1114~1119 공아트스페이스)

1115(금)
제5회 국제 미디어 아트 아카이브 네트워크 포럼 (11시~18시. 서울시립미술관)

1116(토)
채프만 형제 전시 연계 강연 'special talk' (14시. 송은아트스페이스)
Tell me her story (2013.1017~1214 코리아나미술관)
오상택 'Closets' (2013.1114~1120. 예화랑)




박병춘(성곡)




박병춘의 중간 결산 쯤 될 전시회. 욕망의 사나이로 보낸 혹은 무수하게 쏟아내고 싶었던 자신의 속내를 확인시키는 과거사가 펼쳐진다. 터무니 없이 크게 그린 과일 그림도 인상적이지만, 나는 수북이 쌓인 드로잉집에 눈이 자주 갔다.  






이원우(PKM)


2008년이던가 2009년이던가, 홍대 대학원수업 나갈 때 제자로 만났던 이원우의 개인전. 



서울관 개관전(서울관)

서울관 개관전 오프닝 장면. 내가 요즘 뉴스를 통 보질 않아서 몰랐는데 개관 전시를 둘러싸고 말이 많은 모양인데, 바로 그 말 많은 기획전을 조직한 이가 누군가 봤더니 내 지난 시절 지도교수였다는.  






예술가생명연장(서교예술)

지난번 공지 올렸던 '예술가 생명 연장' 강연 장면. 강연 뒷풀이로 함께 간 합정역 근처 동동주집이 맘에 들어서 회합 장소로 이용하려고 기억해뒀다. 



김형석(그림손)

친구 김형석의 개인전. 전시장에서 전시제목인 Perfect day를 온종일 틀어대고 있다고. 



서수영(공아트)
인상적인 장면이어서 사진에 담았다. 2010년 서문을 써준 서수영의 최근 개인전의 오프닝날. 식순이 있었던 모양인데 하객들이 빠져나간 후의 전시장 모습. 


미디어아트포럼(서울시립)
눈매로 기억될 사람 여기 있음. 이날 발표를 맡은 ZDK관계자는 자신이 읽는 지문 전체를 화면으로 띠워서 보여주더라. 비영어권 관객을 위한 이해를 위한 배려인지는 모르겠으나 좀 지루한 방식이었다. 



채프만 전시 강연(송은아트스페이스)



채프만 전시 강연장에 참석한 청중 가운데 아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그날 아는 체 않고 조용히 돌아갔다고 나중에 얘기해준 지인들도 일부 있다.  더 나은 교육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다. 



Tell me her story (코리아나미술관)



초대 작품 가운데 미카 로텐버그 Mika Rottenberg의 영상작업이 가장 맘에 들었다. 다른 작업도 찾아보고 싶었다. 


오상택(예화랑)


다음주에 출간 예정인 내 신간에서 작품 도판을 협조해준 오상택의 개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