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30일 목요일

10월31일(금) 일민미술관 전시 연계 프로그램

10월15일(수) 일민미술관에서 개막한 세 작가의 3개의 개인전(권경환 '마르기 전 규칙' / 류장복 '투명하게 짙은' / 진시우 '스타카토 블랙')의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 작가와의 대화가 금주부터 열리는데, 첫 순서가 10월31일(금)에 나와 한조로 묶인 류장복이다. 전체 행사 일정은 아래와 같다.


참석 문의할 분은 덧글을 남기거나 메일/카톡(id: dogstylist)로 문의 내용 보내세요.


2014년 10월 29일 수요일

반이정의 예술판독기 : 인맥 과시용 기념사진 (씨네21)

* <씨네21>(977호)의 '반이정의 예술판독기'108회.



광대역 인맥 사진이 증언하는 것




상좌. 동료 연예인을 초대한 생일파티를 트위터에 공개한 낸시랭 2013
상우. 박근혜 대통령과 악수하는 모습을 합성한 새누리당 사천시장 후보의 선거공보물 2014
하.   유다의 머리에만 광배를 그리지 않은 기독교 도상 1685


기념 촬영은 특정인에게만 허용된 문화가 아니다만인이 카메라를 소유하게 된 이래 기념촬영은 특별한 이벤트이긴 고사하고 일상 문화의 일부로 정착했다그럼에도 연예인들 사이에서 촬영된 기념사진은 흔히 톱뉴스에 오른다연예인이 SNS 같은 개인 미디어에 동료 스타들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은 약속된 기사감이 된다. “아무개광대역 인맥 새삼 화제라는 제목을 단 기사에는 아무개우와 대박이다부럽” 등의 네티즌 반응까지 짧게 소개된다

일반인이 연예인 사이의 우애를 남달리 부러워하는 건 아닐 거다연예인의 기념사진은 인맥 과시에 목적을 뒀기에 주변의 부러운 시선을 받는 거다그가 행한 일은 다른 유명 인사들과 같은 프레임 안에 자신을 위치시켰다는 점 외에는 아무 것도 없지만인맥사진은 그의 고유한 능력인양 인용되고 믿어진다.

얼핏 네모진 사진 프레임 안에 뒤엉킨 연예인들은 서로의 인지도를 흡수하면서 상호 시너지 효과를 누리는 것 같다그래서 인맥 과시용 사진은 자기 유희용이기도 할 테다인맥 과시용 사진은 일반인과 스타 사이를 가르는 광배 효과를 발휘한다.기독교 이콘 회화에서 성인의 머리에는 광배를 올리는 전통이 있다예수를 배반한 유다의 머리에서 광배를 지운 것도 성인과 배신자 사이를 구별하려는 시각적 표시였을 거다.

달리 하는 일 없이 동료 유명인과 같은 시공간에 있었음을 기록하는 건유명세를 날로 먹으려는 무임승차 혹은 불로소득처럼 보이기도 한다그렇지만 유명인과 기념촬영을 하려고 줄을 서는 보통 사람들의 일반적인 성향으로 볼 때인맥과시는 자연스러운 성품일 것이다전성기를 누리는 사람과의 친분이나성능 좋은 제품의 소유를 자랑하는 건자신의 남다른 생존력을 과시하려는 심리에서 올 거다그렇기에 인맥 과시용 사진은 진화적으로 체득된 성품인 것 같다.

유명인사의 인맥과시 사진을 상업적으로 옮긴 것이 스타를 모델로 채용한 흔하디흔한 상업광고들이다피겨스케이팅 실력과 4세대 이동 통신기술은 아무런 연관성이 없지만김연아의 광배를 쓴 LTE제품은 타사 제품보다 비교우위가 있는 것처럼 소비자에게 착시를 일으킨다.

인맥과시용 사진에 동료의 인지도를 등에 업고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려는 알리바이가 숨어있는 건 분명할 거다그렇다고 스타들끼리 친분을 기념하려고 촬영하는 사사로운 사진을 차갑게만 볼 문제는 아니다그래선지 활동이 저조한 인사는 기념사진의 프레임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극히 적다이렇듯 기념사진은 종종 현역과 퇴역을 구분하는 시각적 증거물로 체감된다사진의 무서운 힘.



반이정: 미술평론가(원래 꿈은 배우). <중앙일보> <한겨레21> <시사IN>에 미술비평을 <한겨레> <경향신문>에 시평을 연재. 자전거 7대를 타고 다니는 자전거광. 네이버 파워블로거로 선정된 그의 거처는 dogstylist.com 

2014년 10월 25일 토요일

바이 관악+동작

올해 3월22일 이사 온 관악구 조원동(신림8동) 강남 아파트 생활을 10월25일부로 정리한다. 
내일(10월26일. 일요일) 오전 이삿짐 차량이 내가 사는 곳에 방문하기로 했다. 

이로써, 대략 12년 여 관악+동작 체류에 종지부를 찍고 원래 살던 종로구로 돌아간다. 

2002년 대선 개표 방송을 관악구 봉천동의 반지하방에서 접속이 계속 끊기는 인터넷으로 결과를 접했는데(노무현 후보 당선), 그때부터 관악구와 내가 살던 종로구 사이를  간헐적으로 들락거리며 세입자로 살았다. 그리고 2007년 동작구 신대방동으로 이사를 갔고, 2012년 관악구 미성동(신림11동)으로 다시 이사했으며, 2014년 3월 관악구 조원동(신림8동)으로 다시 짐을 옮겨 10월25일까지 7개월을 머물다가 10월26일자로 이곳을 떠난다. 관악+동작에 세입자로 머무는 동안 귀찮아서 주소지 변경을 하질 않아 나는 계속 주민등록증상 종로구민으로 되어 있었다.  

내 나이 30대 중반부터 40대 중반까지의 왕성한 활동이 관악+동작에 머무는 기간에 이뤄졌고, 니키의 죽음도 관악구 봉천동 살 때 맞이 했다. 중독처럼 생활화 된 자전거를 처음 타기 시작한 것도 2005년 관악구 봉천동 살 때다. 두 차례 초대형 자전거 사고는 동작구 신대방동(2007년, 2010년)에 머무는 동안 겪었다. 미술평론가답지 않게 영화 시사회를 광적으로 챙겨서 보기 시작한 것은 2013년 관악구 미성동 살 때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관악+동작은 먹거리를 차에 싣고 큰 소리로 틀어대는 방송 차량이 많아서 나는 그 점을 너무 싫어했다. 뿐만 아니라 중고재활용 매매 광고 차량도 무지 많은데, 이런 요란스런 방송 차량은 이 지역 일대의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 같다. 교통은 혼잡한 편이지만 지하철 2호선 때문에 서울 중심부로 진입하긴 괜찮은 동네다. 

그 외에 공개하기 힘든 사연까지 두루 떠안은 관악+동작. 나로선 결별 인사를 띄우지 않을 수 없는 지역이 되었다. 



바이바이 관악+동작









2014년 10월 22일 수요일

'철의꿈' 좌담+관객대화 후기

10월21일(화) 19시 상영한 <철의 꿈>이 끝난 직후, 곧바로 좌담+관객 대화가 이어졌다(엮인글). 현장 기록을 정림문화재단에서 보내줘서 올린다. 참석자들을 둘러보니 패널이고 관객이고 가릴 것 없이 늦가을 의상을 착용하고 있어서 겨울이 오고 있음을 실감했다. 그런데 유독 나만 와이셔츠 단벌을 걸치고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1021 반고흐 위대한 유산 / 내가 잠들기 전에 / 철의 꿈

* 하루에 영화 시사회 3편을 소화한 10월21일(화). 


감독
핌 반 호브
출연
바리 아츠마, 예로엔 크라베
개봉
2013 네덜란드

10월21(화) 14시. 롯데시네마 건대 <반고흐 위대한 유산 The Van Gogh Legacy>(2013) 시사회.

별점: 




반 고흐의 생애를 영화로 다룬 작품을 내가 처음 본 건, 커크 더글라스와 앤소니 퀸을 각각 반 고흐와 고갱으로 캐스팅한 <Lust for Life>(1956)다. 구입한 DVD로 그 영화를 접했지만 올초 이삿짐을 정리 하면서 분리수거할 책과 DVD 꾸러미에 그 영화도 포함 시켜서 블로그 방문자들에게 미련 없이 나눠줬다. 네덜란드 화가를 다룬 그 미국 영화가 내게 깊은 인상을 남기진 못한 걸로 기억한다. 

<반 고흐 위대한 유산>은 네덜란드 현지에서 자국 예술가의 생애를 다룬 영화다. 완성도? 훨씬 형편없다. 일련의 예술가의 생애를 다룬 영화들을 보고 있노라면, 전설의 반열에 오른 예술가를 바라보는 세간의 비현실적인 기대치를 확인하게 된다. 예술가의 생애에 대한 태부족한 자료와 빈센트와 테오 사이에서 오간 편지를 토대로 예술가의 삶은 완전히 재구성될 거다. 생전에 주목받지 못한 비운의 인생에 방점을 찍고 드라마를 최고치까지 끌어올리기 십상. 그러니 영화가 그린 예술가상은 항상 인습과 관례와 타협하지 않는 보헤미안 캐릭터로 수렴되고야 만다. 단도직입적인 성품과 타협하지 않는 자기 미학으로 주변과 마찰하는 반 고흐의 모습이 영화에서 반복될 수로 진부하게 느껴진다. 그게 대중이 바라는 바일 지도 모르지만. 그런 해석이야 말로 영화를 더할 나위없이 인습적으로 만든다.

이미 구축된 반 고흐의 탄탄한 페르소나를 해체시키는 진짜 새로운 반 고흐 영화를 기대하는 건 현재로선 어려운 일 같다. 
<반 고흐 위대한 유산>은 동생 테오가 소장한 반고흐의 작품들이 테오가 사망한 후 그의 아내에게 상속되고, 그것을 다시 테오의 아들 빌헴에게 상속되어, 빌헴이 상속된 모든 작품을 처분하려는 과정을 다룬다. 그래서 이 영화는 반 고흐 살던 1880년대와 그의 작품 일부를 소장한 조카 빌헴이 살던 1950년대 사이를 교차편집하는 액자식 구성을 취한다. 

1950년대 나이든 반 고흐의 조카 빌헴과 그의 아내가 반 고흐의 작품을 처분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일정과 반 고흐의 생전 모습이 교차편집되어 나온다. 참신할 수도 있었을 이런 구성은 하지만 진부하다. 왜냐하면 이 나이든 반 고흐의 조카 부부는 반 고흐가 유랑한 일대기를 되밟는 노정을 따르기 때문이다.  즉, 아를 -> 생레미 정신병원 -> 오베르. 조카 부부에 의해 재현되는 반 고흐의 지난 여정을 보여줄 때마다, 혹은 생전 반 고흐의 삶을 보여줄 때마다 세간에 익숙한 반 고흐의 대표작들이 연이어 출몰한다. '별이 빛나는 밤' '아를의 밤 카페' '우체부 요셉의 초상' '노란방'...등.

기존에 완성된 반 고흐의 전기와 그의 대표작에 예속되어 이야기를 전개하니, 한계는 명확해질 수 밖에 없고, 영화에서 반 고흐가 포효하듯 고집하는 '진실과 독창성'은 영화에서 종적을 감춘다. 심지어 영화에서 제시되는 반 고흐의 그림에서 캔버스의 재질감이 아니라, 인쇄물의 티까지 느껴진다. 이건 좀 너무한다. 반 고흐의 대표작들을 스크리닝하는 마지막 장면에서도 마찬가지. 반 고흐 미술관으로부터 고화질의 이미지파일을 확보하지 못한걸까?

반 고흐의 예술이 둘도 없이 위대할지는 몰라도, 그와 그의 예술을 후대가 계승하는 태도는 거의 예외 없이 인습적이고 천박하다. 전설의 반열에 올려진 예술(가)의 리얼리티가 얼마나 심각하게 훼손된 채 동시대인에게 소비되는지, 반 고흐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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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로완 조페
출연
니콜 키드먼, 마크 스트롱, 콜린 퍼스
개봉
2014 영국

10월21일(화) 16시30분. 왕십리CGV <Before I go to sleep>(2014) 시사회.

별점: 




 
반전이 있다.
단번에 <메멘토>의 변형 버전처럼 느껴졌다. 심인성 기억상실증을 겪는 40세 여성이 주인공이다. 잠에서 깨면 자신을 20세 초반으로 기억한단다. (이게 정말 가능할까? 아니면 영화적 설정일까?) 기억과 기억 상실은 평상시 나의 지대한 관심사여서 몰두하면서 영화를 봤다. 

반전이 있어서 여기선 길게 풀지 않는 게 낫겠다. 
아무튼 영화를 보는 동안 내가 정한 포인트는...

- 영상기록의 증거능력을 환기했다. 
- 짜임새 있는 시나리오를 위한 '소설 base 영화'의 매력을 느꼈다.  
- 섹스심볼 니콜 키드만(1967년생)이 40대 후반까지 유지하는 인체 라인과 밀도있는 연기
- "만일 내가 저 사람(심인성 기억상실 환자)이었다면, 매일처럼 리셋되는 기억 때문에 동어반복적 일상을 살텐데..."하는 전제로 영화에 몰입하게 된다.    
- 무한정 매력적인 소재, 기억  
- 마지막 크레딧까지 모두 챙겨봤는데, 내 예상과는 달리 영화에서 잔잔하게 흘러 나온 음악은 메탈리카의 'One'을 변주한 게 아니었다. 흠... 아니어도 여기서 뮤비로 한번 보지.  



니콜 키드만이 영상일기 촬영을 위해 쓰는 카메라는 루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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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박경근
개봉
2013 대한민국


10월21일(화) 14시. 씨네코드 선재 <​dream of Iron>(2014) 시사회.

별점: 보류 



시사회 직후 박경근 감독, 이영준 기계평론가, 안지용 건축가, 그리고 내가 참석한 관객과의 대화 겸 좌담이 있었다. 
나는 <철의 꿈>이 암각화의 원시 신앙체계가 근대를 맞이하면서 위축되고, 그 자리를 근대라는 새로운 신이 들어차게 되었다는 점을 보여주려한 영화로 해석했다.  그래서 제철/제강은 새로운 신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장면들인데, 그 와중에 삽입된 노사 갈등으로 웅장한 철탑인 골리앗 위에 올라가 고공시위를 하는 노동자의 모습들은 새로운 신의 부정적인 측면을, 근대화로 안락해진 삶은 새로운 신의 긍정적인 측면을 악의 없이 보여준 것이라고 믿었더랬다.  

그런데 막상 감독의 진술을 들어보니 내가 포인트를 잘못 잡은 거였다. 그보다는 조선소에서 보이는 제철/제강의 즉물성에 매료되어 영화를 만들었다고 얘길 하더라. 어쩐지 나는 이 영화가 다큐멘터리를 표방함에도 불구하고 해설이 너무 빈약한 반면, 제철/제강의 과정이나 조선소의 모습을 너무 장시간 화면에 안배했다고 느낀 터여서 그 점이 영화의 한계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감독 얘길 듣고보니 철의 즉물성을 응시하는 게 원래 의도였던 거다.  그렇지만 서구의 몇몇 영화제가 이 영화를 초대하거나 상을 준 이유는, 영화가 재현하는 즉물적인 제철/제강과 조선소의 스펙터클과 더불어서, 동아시아 근대화의 장면을 과거 영상으로 고증했기 때문일 거라고 본다. 이렇듯 제작자의 의도와 비평가의 관측은 어긋나기도 한다.  

2014년 10월 21일 화요일

10월21일 철의 꿈 GV - 씨네코드 선재

박경근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철의 꿈>의 상영회와 상영회 직후 좌담회가 오늘 저녁 열린다.  
자세한 일정은 아래와 같다.  
신청(  press@adreamofiron.com )하면 참관할 수 있을 것 같다. 
혹 참관 방법을 모르겠거든 현장에서 나를 찾으시면 될 것 같다.
내가 극장 입구 대기실에 상영 직전 무렵 있을 거다. 


일시: 10월21일(화) 19시~21시40분 상영 + 상영 후 좌담
장소: 씨네코드 선재
좌담: 이영준-기계평론가, 안지용-건축가, 박경근-감독, 반이정-미술평론가  


1020 16년만의 재회 + 아주 오래된 지갑의 두번째 분실과 회수 + 신경미학 '통찰의 시대'

10월20일(월). 하루 동안 있었던 에피소드.  


1. 16년만의 재회



21세기을 목전에 둔 1999년. 16년 전이다. 당시 철학과 학부에 개설된 '언어철학'을 대학원 신분으로 수강한 적이 있는데(수강신청 및 학점이수가 가능했음), 그 수업 때 우연히 나와 같은 조로 묶인 김현섭을 16년 만에 만났다. 당시 우리 조에게 배당된 논문은 버틀란드 러셀의 'On denoting'이었다. 나는 그 언어철학 수업의 진도를 전반적으로 더디게 따라간 학생이었고, 김현섭은 진도를 빼어난 솜씨로 따라잡던 영리한 학생이었다. 우리 조를 제외한 대부분은 철학과 재학생이었는데, 나처럼 철학과가 아닌 그는 법학도였다. 후일 법관으로 임용된 후에 다시 철학을 공부하려고 법복을 벗었다고 한다. 올 6월에 그가 보낸 메일을 받아보니 본교 철학과 교수로 임용되어 있었다. 그가 밥을 산다 해서, 서울대 미대 수업을 마친 직후 미대 50동에서 만나 공학관 근처에 위치한 '라쿠치나'로 이동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긴 대화를 나눴다. 
사진을 촬영했는데 식당 매니저가 포커스를 뒷배경에 맞췄더라. 이래서 여러장 찍어야 하는거다. 그런데 이런 사진도 뜯어보면 뜻밖의 매력이 있다. 



2. 아주 오래된 지갑의 두번째 분실과 회수



- 함께 식사를 마치고 나와보니 지갑을 찾을 수 없었다. 식당으로 되돌아 갔지만 식당 매니저는 지갑이 없다고 말한다. 부산에서 분실한 후 우여곡절 끝에 되찾은 바로 그 지갑이다(엮인글). 분실했나보다 생각하고 도서관으로 내려왔는데, 그 식당에서 지갑을 주웠다는 연락을 늦게 받았다. 그래서 다시 식당까지 다녀와야 했다.  '라쿠치나'는 서울대의 최정상에 위치한 식당이어서 나처럼 발걸음이 빠른 사람도 오르내리는데 30분 이상 걸린다. 

- 지갑을 되찾아 내려오는 길에 교정에 내걸린 괴상망칙한 배너를 봤다. '좋은 교육을 위한 교수 모임'이라나. "남 걱정 말고 니네나 잘 가르쳐." 



3. 신경미학책 '통찰의 시대' 증정본 


RHK(랜던하우스 코리아)에서 신경미학관련 신간 <통찰의 시대>의 증정본을 보내줬다. 불과 얼마 전에 끝난 신경미학 포럼 참석도 그렇고, 관련 서적 증정본도 그렇고 내가 아주 오래 전 잊힌 관심사를 잠 깨우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다시 손을 대볼까 싶기도 하고.   

2014년 10월 19일 일요일

10월은 롯데리아

10월은 롯데리아.

소 돼지 섭취를 자제한 이후 햄버거도 사먹지 않게 되었는데, 닭버거나 새우버거는 허용한다.
롯데리아 디지털단지점이 10월 한달 닭버거와 새우버거를 30%가량 할인 한다는 안내 배너를 봤다. 
강남아파트 단수 때 화장실 신세를 진 롯데리아 디지털단지점에서 10월은 닭버거 새우버거 구입으로 화답하기로 결심.
오늘 저녁 새우버거로 요기를 했으나, 후각/미각이 망가져서 새우맛을 느낄 수가 없었다는 것. 이 사태를 어쩜 좋아.


2014년 10월 18일 토요일

1017 다이빙벨

10월17일(금) 14시. 씨네코드 선재 <다이빙벨 The truth small not sink with Sewol>(2014) 시사회.

별점: 보류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 반대 기류에 부딪혀서 오히려 화제가 된 '세월호 사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의 시사회를 다녀 왔다. 시사 문제에 예전처럼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지 2년이 되어가는 터라, 나는 세월호를 둘러싼 세세한 쟁점들에 어두운 채 지내고 있다. 그렇지만 다이빙벨이 심해 구조 장비로 현장 투입이 여러번 좌절 되었다는 사실 정도는 대략 알고 있었다. 

<다이빙벨>은 세월호 참사에 정부 당국이 임했던 부실한 천태만상을 '다이빙벨'이라는 구조장비의 관점에서 접근한 영화여서 복잡다한 사건의 전말을 이해 시키는 단순한 키워드를 퍽 잘 활용한 것 같았다. 

<다이빙벨>은 정부당국의 무책임도 고발하지만 무엇보다 그 이면에 더 큰 주제를 숨겨 놓은 것 같았다. 영화 감독인 이상호가 전현직 기자이기 때문에 동시대 한국 언론의 부실하고 무성의한 수준을 고발하는, 자기지시성이 강한 영화였다. '다이빙벨'이 어째서 사고 현장에 투입될 수 없었는지, 혹은 뒤늦게나마 투입이 결정된 직후에도 어째서 의미있는 성과를 보일 수 없는지 국민들이 알지 못한다. 그 이유를 이 영화는 현장에서 실상을 '매개해주는' 언론이 '현장에 가질 않고 정부당국의 발표를 그대로 기사로 옮겨 쓰는 수준의 보도'를 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다이빙벨>에는 "현장에 있던 기자들이 모두 떠났다"거나, "사고 현장에 투입될 때도 이상호 기자와 고발뉴스를 빼면 다른 매체가 따라가지 않았다"는 내래이션이 여러 번 나온다. 

촘촘한 네트워크로 뉴스를 공유 하는 연결망의 세상에 살고 있지만, 1980년대 광주처럼 진짜 정보는 고립되고 있다. 광주야 그 지역을 정권이 고립 시켰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쳐도, 지금 세월호 사고 지역과 팽목항은 고립되어 있지 않음에도 사건의 실상을 당국과 언론이 고립 시킨다. 미디어 시대에서 실상을 확산시킬 수 있는 방안은 어쩌면 예능방송 같은 선정적인 모티브로 포맷하는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방담 형식을 빌린 인기 시사 팟캐스트들이 지지를 받았던 것도 그런 배경 때문일지도 모른다. 
기자 간담회 때 들은 얘기로는 <다이빙벨>을 보고,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가 연락을 해왔다고 한다. 시사 보도와 고발이라는 동일한 미션을 기자라는 정형화된 직업이 아니라, 영상 연출자라는 직업을 통해 이행하는 게 가능하거나, 혹은 훨씬 수월 할지도 모르는 형편이 되었다.  


* 다큐멘터리인 만큼 출연진들의 구어체 말투가 잘 들리지 않을 때가 많다. 자막을 넣는 건 어떨까?

** 서울경제 기자였던가,, 하는 기자가 기자간담회 때, "세월호와 관련해서 다른 부분도 많은데, 왜 다이빙벨에만 집중했냐?"고 물었고 다시 "사고 이후 고작 6개월 지났는데, 언론 보도도 아니고 영화라면 좀 더 시간을 두고 준비했어야 하지 않냐?"는 질문을 하더라. 기자의 수준이 고작 이 정도다. 이런 돌머리를 달고 기자라고 자부심을 갖고 살거다 아마. 내가 대신 답해줄게 잘 들어.

A. 왜 다이빙벨만 다뤘냐고?  세월호라는 복잡다단한 참사의 문제점에 접근하는 명료한 진입로로 다이빙벨을 정한 거다. 이게 바로 연출력 인 거고, 그런 연출을 정하는 건 전적으로 연출자의 자유다.
A. 영화를 만들기에 6개월은 짧은 시간 아니냐고? 언론이 제 기능을 못하니까,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는 또 다른 대안을 만든거지. 그걸 꼭 2년 후에 발표해야 되겠냐?    

=> 그 바보 기자가 쓴 기사를 찾아보니 역시...  서울경제 기사보기

2014년 10월 17일 금요일

참여연대 20주년 축사

지난 7월15일 참여연대 20주년 축사를 녹화 하러 통의동으로 이전한 참여연대를 처음으로 가봤다(엮인글). 
그 날 찰영한 영상 메시지를 올린다. 금주 목,금,토는  '참여연대 20주년 오픈 하우스'라 하여 정보를 올린다. 
오픈 하우스에 참석하고 싶지만 선약 때문에 갈수가 없다. 





2014년 10월 16일 목요일

반이정의 예술판독기: 감정과잉과 절제 사이-아니쉬 카푸어 (씨네21)

* <씨네21>(975호)의 '반이정의 예술판독기'107회.



감정 과잉과 절제 사이의 말춤

 

아니쉬 카푸어, <무제>(의 부분), 2007
아니쉬 카푸어와 친구들, <자유를 위한 강남 Gangnam for Freedom> 2012


단도직입적인 감정표현과 직설화법은 비평가와 논객에게는 비교우위와 변별력으로 간주될 수 있으나예술작품이 그 방식을 택하면 대중의 지지를 받더라도 비평가에겐 감정 요인으로 작용하기 쉽다극적인 카타르시스를 향한 높은 수요 때문에직설화법과 감정과잉은 대중영합주의의 카드다예술가는 아쉬울 때면 감정과잉의 카드를 곧잘 빼든다.

더할 나위 없이 선명한 감정과잉 메시지 앞에 노출된 관객은 해석의 부담을 내려놓고창작자가 건네준 음식을 일방적으로 받아먹으면 된다해석의 수고를 덜어주는 예술은 대중을 배부른 돼지로 접대한다흔히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영화들이 예외 없이 비평가들의 융단폭격 대상이 되는 까닭은아무 생각 없는 작품의 상업적 성공이 대중 우민화라는 값비싼 지불을 한 결과여서다.

감정의 해방구로 작동할 때 표현주의는 순기능으로 작동하지만흔히 격한 감정에 호소하는 작품은 예외 없이 격조를 유지하지 못한다감정과잉 예술의 반대편에 감정절제의 미학이 있다추상회화나 미니멀리즘 조각에선 스토리를 찾기 어렵다아니 스토리를 애당초 담지 않은 순수 형식 실험에 가깝다추상 예술에 무제라는 제목이 유독 많이 채택되는 것도 그런 배경 때문이리라스토리가 누락된 작품은 당연히 난해하다그것은 해석의 지평을 무한정 열어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열린 해석의 지평에 뛰어드는 극소수 애호가들이 내용 없는 작품을 읽는 뾰족한 해법을 갖고 있는 것 같진 않다아마 그들만의 이심전심이 미니멀리즘 미학을 즐기는 전부일 거다그 점 때문에 미니멀리즘은 종종 가식처럼 느껴진다.

표현주의의 감정과잉과 미니멀리즘의 감정절제는 미술시장에선 잘 통하는 극과 극 전략이다아트 페어에서 항상 고정된 지분을 차지하는 부스는 아무 내용 없는 모노크롬 회화와 반 고흐의 계승자인양 안료를 덕지덕지 화폭에 처바른 표현주의 회화다.

기하학과 유기체의 형상을 뒤섞은 아니쉬 카푸어의 작품은 감정과잉과 감정절제 사이에서 줄다리기하는 것 같다신묘한 제작 공정은 원초적인 호기심을 자극한다작품의 표면에 마술적 신비주의가 묻어 있다선명한 메시지는 지양하되해석의 지평을 무한히 열어둔다기하학적 형식미와 재료의 물질성으로 수렴했던 전대 미니멀리즘의 도그마에 연루되지도 않는다아니쉬 카푸어가 절제된 색채와 형태로 귀결되는 점은 미니멀리스트이지만그의 단색조 작품은 여지없이 확장된 표현을 과시하며늘 어떤 형상으로 귀결되곤 한다.

표현에 인색하지 않은 그였기에그가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를 위해표현의 제약을 상징하려고 입을 봉하고 손에 수갑을 찬 채, ‘강남스타일을 패러디한 집단 말춤을 유명 미술인 동료들과 춘 것도 그의 종래 미학과 충돌하지 않는다.






반이정: 미술평론가(원래 꿈은 배우). <중앙일보> <한겨레21> <시사IN>에 미술비평을 <한겨레> <경향신문>에 시평을 연재. 자전거 7대를 타고 다니는 자전거광. 네이버 파워블로거로 선정된 그의 거처는 dogstylist.com 

1015 바이클로 아카데미(대치동) 16기 정비교육

10월15일(수) 바이클로 아카데미의 16기 정비교육 1회를 수강하고 왔다. 교육 시간은 19시30분~21시20분까지 거의 2시간 가까이 진행 되었다. 교육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 실수로 그만 420번을 잡아타는 바람에 야경을 구경하면서 강북으로 건너가고 말았다. 결국 환승을 거듭하여 23시를 훨씬 넘은 시간에 구로디지털단지역에 간신히 도착할 수 있었다. 

바이클로 아카데미의 정비교육 내용은 내가 자전거를 몰두한 시간과 밀도를 고려한다면, 분명 초보단계에 머무는 정비교육이다. 하지만 기계치인 나는 아직도 프레임에서 바퀴를 탈부착하거나, 바퀴에서 타이어와 튜브 탈부착할 때 미숙함을 보인다. 때문에 자전거를 다루는 초보적 단계를 전문가가 어떻게 수행하는지 가까이서 확인하고 싶어 교육신청을 접수했다. 총 2회인 바이클로 아카데미의 정비교육은 오는 금요일 같은 시간대에 마지막 강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