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씨네21>(981호)의 '반이정의 예술판독기'110회.
먹고 싶은 것에 관해
상. 영화 <스시 걸> 2012년
하. 레인보우 블랙의 <차차> 뮤직비디오 2014년
섹스를 식사에 비유하거나, 성기를 음식에 비유하고 싶은 강한 유혹이 있다. 섹스와 식사를 유비하려는 건 흡사 본능에 가까운 것 같다. 둘 사이의 연관성을 묘사한 오랜 원조로 구약성경에 적힌 선악과를 들 수 있다. 사과라고 믿어지는 금단의 열매는 처녀성으로 해석된다. 성적인 일탈을 금단의 열매에 빗대어 공동체가 지키려는 성윤리의 기준선을 제시한 우화라고 볼 수 있다.
절제 되지 않는 식탐을 한가득 쌓아올린 고열량 음식더미로 재현하고, 그걸 ‘음식 포르노(food porn)’라고 칭하는 것도 섹스와 식사의 연관성이 지어낸 결과일 것이다.
사랑을 고백할 때 초콜릿과 사탕을 건네는 관습은, 성적인 호기심을 음식 선물로 은유한, 가장 완화된 버전일 것이다. 외형이 닮은 먹을거리들이 남녀 성기에 무수히 비유되어 왔다. 묘사하기에 수월한 외성기인 남성기에 비유된 오이나 바나나 같은 먹을거리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묘사하기 어려운 내성기인 여성기를 비유한 먹을거리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 이유는 상대적으로 섹스 체위 상 수세적인 포지션에 여성이 놓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뇨타이모리(Nyotaimori)는 알몸 초밥이다. 뇨타이모리는 여체를 음식에 비유하려는 강한 유혹이 음식문화로 실행된 경우다.뇨타이모리는 알몸 위에 초밥을 얹어 제공하기 때문에, 위생 문제와 윤리적 논쟁을 일으킨다. 일부 국가는 뇨타이모리를 단속하지만, 뿌리 뽑기 힘든 강한 수요가 있다.
뇨타이모리를 우회적으로 차용한 걸그룹 ‘레인보우 블랙’의 <차차> 뮤직비디오는 식욕을 돋는 단음식과 성욕을 돋는 멤버들의 각선미를 선반 위에 병렬시켜서 ‘레인보우 블랙’의 섹스어필을 호소한 가장 손쉬운 연출이다. 이는 빈약한 음악을 섹스-음식 마케팅 공식으로 만회하려는 전략 같기도 하다.
젖꼭지와 성기를 음식과 장식물 따위로 아슬아슬하게 가린 뇨타이모리를 대접받는 손님은 지켜야할 기본 매너가 있다. 누운 알몸 모델에게 말을 걸지 말 것, 인체를 눈으로만 보되 만지지 말 것, 초밥은 젓가락으로만 집을 것 등이다. 뇨타이모리의 매너는 빈약한 음식의 질을 감각 분산으로 만회하려는 전략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뇨타이모리의 전략은 충족되지 못해서 번번이 좌절된 성욕을 유사품(식욕)으로 대체하려는 보통 사람의 조건반사에 화답하는 정직한 상술 같기도 하다.
반이정: 미술평론가(원래 꿈은 배우). <중앙일보> <한겨레21> <시사IN>에 미술비평을 <한겨레> <경향신문>에 시평을 연재. 자전거 7대를 타고 다니는 자전거광. 네이버 파워블로거로 선정된 그의 거처는 dogstyl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