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29(목) 16시30분. 롯데시네마 건대. <세비야의 이발사 THE BARBER OF SEVILLE>(2014) 시사회.
별점: ★★★☆
연전에 극장에서 봤던 뉴욕 메트 오페라 녹화(The Met: Live in HD 엮인글)에 이은 또 다른 오페라 공연의 극장 상영작이다. 이전에 록그룹 U2의 라이브를 영화로 제작한 작품을 본 적이 있고, 메탈리카의 라이브를 극영화로 편성한 '스루 더 네버'도 있었다. 작년 말에는 빌리 엘리어트의 뮤지컬 라이브를 영화로 제작한 걸 본 적이 있다. 희극배우 채플린을 현대무용으로 다룬 '모던 발레 채플린'마저 영화로 제작되어 스크린에 올려졌다.
이번에는 로시니의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의 바스티유 오페라극장 라이브를 녹화한 영화를 봤다. 영화 상영 직전에 수입/배급사 대표로 보이는 분이 무대에 올라 근래 늘고 있는 이런 부류의 라이브 영화들을 '이벤트 시네마'라고 부른다고 설명하더라. 영화는 실제 오페라 공연처럼 중간에 15분 간 인터미션이 있었다.
연기와 성악이 집중되는 정중앙 건물이 회전이 인상적인 무대장치인데, 건물의 회전에 맞춰 출연진들이 이동하면서 노래를 부르는데 이 장면이 가장 역동적이다. 고전적 스토리텔링이 대개 그렇듯 남녀의 연정과 오해와 질투를 주된 테마로 삼고 있는데, 말도 안되는 변장으로 상대방을 속이는 수법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도 고전 답고, 관객은 볼 수 없는 메모지에 이야기의 실마리를 담고 있다는 설정도 고전답다. 위기를 탈출시킬 만한 창의력이 돈만 주면 살 수 있다는 발상이나, 높은 신분의 남성을 향한 선망을 드러내는 시놉시스나, 해피엔딩을 결혼으로 귀결시키는 사랑 이야기 따위는 세속주의에 대한 그 당시의 진솔함의 표현 같기도 했다.
집에선 오페라를 대사에 무지한 채로 듣곤 하는데, 자막이 있는 이런 영상을 한번 보거나 자막이 나오는 실황 공연을 보고나면, 작품에 대한 이해가 증진된다. 어제 영화 <세비야의 이발사> 시사회를 보러가기 직전에, 전체의 선율을 익혀두려고 집에 있을 때 '세비야의 이발사'를 2번 정도 듣고 나왔다. Teatro Regio Di Parma의 2005년 라이브와 Teatro alla Scala Milano의 1999년 라이브인데 전부 유튜브에 풀 영상이 올려져 있다.
* 배우의 캐릭터와 미모가 미디어 작품에서 갖는 비중을 새삼 절감했다.
* 흔히 수입/배급사 시사회는 참관인의 모습에서 익숙함이 느껴지곤 하는데, <세비야의 이발사>는 일반 시사회 같이 평범한 분위기였다. 그래서 대체 누굴 초대한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기사를 찾아보니 클래식 동호회 회원들도 일부 초대한 모양이다. 내가 앉은 열에 왠 중년 남성은 극장안에서 촬영할 때 '찰칵'소리가 나는 핸폰 카메라로 스크린을 태연하게 무수히 촬영하고 앉아있었다. 인터미션 때 내가 주의를 줘서 2막부터는 그런 황당한 일은 다시는 없었지만. 시사회를 자주 보러다니다보니 별 해괴한 관객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