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15일(화) <아무르 Amour>의 상영 시간 마지막 편에 맞춰 관람을 하니 밤 12시 넘어 귀가함. 밤 11시 넘어 버스를 잡아 타고 돌아오는 기분은 좋다.
감독 미하엘 하네케의 전작 중에 내가 본 게 있나 살펴보니 <퍼니 게임 Funny Games>의 1997년 버전을 봤더라(이 영화는 1997년 원작이, 2007년에는 같은 감독에 의해 미국판 리메이크가 나왔다).
<퍼니 게임>의 충격적인 전개처럼, 가정과 노년을 다루는 <아무르>는 유사한 주제를 영화가 다뤄오던 종래의 매뉴얼로부터 조금 벗어난 구성을 취한다. 특히 영화 후반부 내가 '반전'(스포일러여서 말 못함)이라고 일컫는 부분이 그렇다.
주인공이 노인 부부 둘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인 탓도 있지만, 노년의 삶과 죽음이라는 내용에 걸맞게 배우의 초저속 동선과 걸핏하면 화면을 오랫동안 멈춰세우는 롱테이크 촬영이 내용과 보조를 함께한다.
스크린에 가득 찬 객석의 관객의 모습이 처음 나오는데, 영화관에 앉은 현실의 관객으로서 동기화가 발생하는 느낌이었다. 영화 속에서 객석은 영화관 내부가 아니라 고전음악 관객석이지만. 도입부에 짧게 등장하는 영화관 내부와 리셉션 모습을 제하고 영화는 두 노인이 사는 거주지의 실내에 공간을 한정한다. 배우 둘이 한정된 공간 안에서 느린 움직임으로 채워나가는 영화적 구성은 연극처럼 느껴진다.
극이 집중하는 주제는 역동성이 매우 낮고, 시각을 지배하는 화면 안에으로 늙은 주인공과 낡은 가구 그리고 터너 같은 낭만주의 풍경화풍 고전 그림들이 걸린 실내 장면이 차지하고 있지만, 노인 부부가 음악인으로 설정된 탓에 CD로 틀어지거나 간혹 직접 연주되는 고전음악 선율은 청각적 역동성을 개입시키고 그런 점이 지루함을 줄여주는 것 같다. (그렇지만 유쾌한 영화에 열광하고, 아직 죽음을 떠올릴 때가 아닌 젊은 관객에게 어울리는 주제나 영화는 아닐 수 있다. 내 뒤에 앉은 20대초반 커플은 조용히 투덜대더니만 영화 40여분이 지나자 자리를 털고 나갔다. <아무르>의 주제를 소화시키는 노년 배우들의 역할 특정성 role specificity에 공감하지 못하는 관객이라면 지루한 게 자연스러운 영화)
크레딧에 '이자벨 위페르'가 떴는데, 홍상수의 <다른 나라에서>에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프랑스 여배우가 이 영화에도 출연한다. 어디서 많이 봤는데 하면서 보다가 <다른 나라에서>에 출연한 배우임을 떠올렸다.
내가 '반전'이라고 생각하는 마지막 장면은 관객이 연민, 동조, 슬픔, 공감 같이 뒤엉키기에는 동일하지 않은 정서들을 동시다발적으로 불편하지 않게 느끼게 만든다. <아무르>가 노년의 삶과 죽음의 진정성을 충격적으로 숙련되게 다룬 지점도 영화 말미 반전에 집약되어 있는 것 같았다.
* 상영관은 검색해보니 광화문 씨네큐브와 압구정CGV이 잡혔는데, 주저하지 않고 뒤의 영화관으로 정했다. 작년 8월 '신디영화제' 심사 때문에 약 5일간 매일 이른 아침에 출근했던 영화관의 향수를 느끼고 싶어서.
여주인공 안느가 병상에 누워 남편이 건네준 '아르농쿠르'에 관한 책을 읽기에, 집에 와서 검색 해봤는데, 이 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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