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3일(화) 10시30분. 왕십리CGV <Jupiter Ascending>(2015) 시사회.
별점: ★★
영화사의 전설이 되어버린 <매트릭스> 시리즈의 연출자의 이름이 워쇼스키 형제가 아닌 줄 알았다. 시사회 끝나고 장외에서 만난 아는 일간지 기자랑 대화를 하다가, 방금 전 보고 나온 <주피터 어센딩>을 연출한 워쇼스키 형제가 <매트릭스>를 연출한 '바로 그 워쇼스키 형제'가 맞다는 사실을 알고 입이 다물어졌다. 그렇다면 이런 영화를 대체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담? 무모한 시각효과를 최대치로 구현하기 위해서 러닝타임이 온통 터무니 없는 이야기전개로 점철 되어 있다. 입장객의 머리수로 승부가 나는 대중 영화의 생리를 내가 그간 너무 간과했던걸까? 당초 기대할 수 없던 예술적 완성도를 대중영화에서 기대했던 거였나 싶었다. <주피터 어센딩>의 감독/각본/제작이 <매트릭스>를 만든 워쇼스키 형제였다는 사실은 영화를 다 본 후로도오래동안 머리 속에서 정리되지 않은 화두를 남겼다.
<매트릭스>가 세상에 첫선을 보인 때가 20세기(1999년)였다는 사실, 또 당시 영화를 보는 평균적인 안목을 <매트릭스>가 상당 수준 끌어 올렸다는 사실, 그리고 21세기인 현재에 그 당시에 받은 감동의 밀도를 충족시키는 건 기술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사실, 이 모두를 이해하고 봐준다 쳐도,,,,, <주피터 어센딩>은 해도 너무 했다. 허술한 구성, 실종된 반전, 예측가능한 해피엔딩, 따라서 긴장감 없는 전개, 스타덤에 기댄 안일한 전체 스토리, 시각효과와 화면의 규모 때문에 손쉽게 포기되는 이야기의 디테일(개연성). 이런 총체적인 결함을 눈감고, 스타덤과 시각효과를 위해 작성된 이런 시나리오를 동시대 관객이 수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참담하게 느껴졌다(흥행 여부야 두고봐야겠지만).
* 스타 배우들이 글로 적힌 시나리오만 읽고선, 스크린 위에 황당무계한 스토리가 전개된다는 걸 사전에 파악할 수 없었던걸까? 아니면 워쇼스키라는 브랜드에 함께 가세하려는 투자 욕망이 커서였을까? '발렘' 역을 맡은 에디 레드메인이 어색하게 쉰목소리로 악당 시늉을 하는 장면은 안스럽다 못해 웃기기까지 하다.
** <주피터 어센딩>에는 총체적인 위기 때마다 등장하는 불패의 구원자가 있다. 한치의 긴장감도 없이 해피엔딩으로 이끄는 이런 말도 안되는 초월적인 존재에 대중이 열광하는 기현상을 보노라면, 초월적인 절대자를 설정한 비이성적인 종교들에 대중 신자들이 열광하는 이해하기 힘든 기현상이 이해가 될 것도 같다. 이런 불가능한 설정에 기대는 속성이 어떻게 진화적으로 적응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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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3일(화) 14시. 롯데 에비뉴엘 <꿈보다 해몽 A Matter of Interpretation>(2014) 시사회.
별점: ★★☆
어쩐지 홍상수필이 났다. 이야기 전개, 화면, 특정한 장소성, 반복되는 모티프(2월7일, 흰차, 성곽, 연탄+소주+유서, 데자뷰, 아이의 벽낙서), 섭외된 배우까지. 나중에 연출자의 이력을 찾아보니, 홍상수 영화에 연출부나 조연출이나 조감독으로 무려 4편이나 관여한 적이 있더라. 한데 극중 주인공들이 연극배우여서인 탓도 있지만, 관객이 들지 않는 연극판의 한 장면으로 시작하는 도입부부터 싱겁다는 직감이 들었고, 끝까지 그랬다. 손쉽게 쓰인 수미쌍관 구성도 진부하게 느껴진다.
* 연극 배우 출신 출연진들이 세들어 사는 집 아이의 그림 솜씨에 감탄하고, 부모의 몰이해에 개탄하는 바로 그 아이의 벽낙서 역시 매력이 없이 그저 평범할 뿐이다. 이런 디테일조차 영화에서 반복되는 모티브였다면 신경 좀 썼으면 좋았을 거 같다.
* 배역이 날아간 배우인 애인을 격려하면서, 그 남친이 했던 말 "(너만 좋으면 되는 거잖아) 다른 사람들이 봐주는 게 그렇게 중요해?" ==> 당연히 중요하지. 남들 보라고 하는 게 연기인데.
* 영화를 본 후 예술장르로서의 연극에 대한 내 입장이 정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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