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12일(목) 10시. 왕십리CGV <버드맨 Birdman>(2014) 시사회.
별점: ★★★★★
오전 10시에 시작한 <버드맨> 시사회는 이른 시간의 외출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준다.
1. ost: 가사 없는 재즈 드럼 연주곡만으로도, <버드맨>의 스토리를 충분히 보조하는 빼어난 ost.
2. 레이몬드 카버: <버드맨>에서 극중 배우들이 브로드웨이에 올리는 연극이 레이몬드 카버의 소설 <사랑에 대해서 말할때 우리들이 하는 이야기 What we talk about when we talk about love>을 기초로 하고 있다는 점. (나는 레이몬드 카버 애독자)
3. 간결미: 극중 배우가 내뱉은 어떤 대사 "간결하게 핵심만 말하자."도, 카버의 소설의 간결함을 연상시켜선지 맘에 든다.
4. 자기 지시성: 나는 자기지시적인 작품을 선호하는데, 연기와 인기에 대한 연기자의 태도를 조망한 점이 매력있다.
5. 촬영 미학: 미로 같은 공간을 카메라가 핸드헬드로 밀착해서 따라가는 구성-알고보니 대본 15페이지 분량을 롱테이크의 느낌이 나도록 편집을 했단다-도 극중 주인공에 대한 감정이입에 빠지게 한다. 쉴틈이 없이 영화에 몰입하게 된다.
블록버스터 영화 '버드맨'으로 승승장구했던 연기자가, 히트작을 내지 못해서 세간의 관심사에서 소외되었을 때, 과거 '버드맨'의 복장을 착용한 전성기의 '극중의 자아=초자아'가 등장해서 새처럼 세상을 내려다 보는 우월했던 과거(헐리우드 시절)로 돌아오라고 유혹하는 장면은, 가상의 스크린 공간을 빌려서 실제 인물의 성공과 실패를 금전적인 성공으로 결정하는 헐리우드 시스템과 스타덤의 한시적 숙명에 대한 알레고리이다.
인상적인 독주 타악기의 비트가 초반에 영화를 감싸고 있어서, 재즈 연주자를 다룬 <버디 Birdy>와 유사한 스토리를 담은 영화인 줄 잠시 오해했을 정도다. 그런데 안토니오 산체스의 드럼연주는 <버드맨>의 주제와 상관없이 o.s.t였다. 음감이 좋아서 마지막 크레딧 올라올때 카메라로 스크린을 촬영까지 했다. 그런데 배부받은 보도자료를 살펴보니 안토니오 산체스가 담당한 o.s.t를 따로 언급할 만큼 영화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다뤄지고 있었다. 안토니오 산체스의 음반 혹은 <버드맨> ost CD를 곧 구입하려고 한다.
언어 사용에서 우위에 있는 비평가가 작품을 글로 제단할 때, 예술가는 미숙하게 대처하거나 침묵하기 마련인데, 영화에서 비평가에 대한 예술가의 은연중의 우월감이 프랑스 소설가 플로베르의 인용구가 대신한다. "예술가가 되지 못한 비평가는, 군인이 되지 못한 정보원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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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12일(목) 14시. 건대 롯데시네마 <기생수 파트1 Parasyte: Part 1>(2014) 시사회.
별점: ★★★
<기생수 파트 1>이 원작으로 삼은 만화를 직접 보진 못했지만, 아마 직접 봤다면 정말 재밌었을 것 같다.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 한국 관객으로서 일본 문화답게 거침 없는 하드고어 잔혹미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장면들에선 부럽고 후련하기까지 하다. 스토리의 발상도 탁월하다.
그렇지만 만화에서라면 허용되었겠지만, 영화로 재구성된 만화의 스토리는 충격 강도가 낮다.요컨대 허구적 악마의 계보를 보면, 어떤 결정적인 취약점을 정해두기 마련이다. 은총알에 약한 늑대인간, 마늘 빛 십자가에 취약한 드라큐라 식으로. 한데 <기생수 파트1>에 등장하는 외계생명체는 관객이 이해할 만한 결정적 취약점이 없는 것 같다. 더구나 인체에 기생하면서 자유자재로 형태를 변형시키는 이 전지전능한 외계 기생생물의 제약없는 능력도, 스토리의 긴박감을 떨어뜨린다. 다만 괴이한 스펙터클을 2시간 내내 구경한다는 매력 정도가 남는데, 기성 영화들이 이미 그에 버금가거나 능가하는 스펙터클을 충분히 제공하고 있는 터라, 그게 변별점이 되진 못하는 것 같다. 하물며 CG도 엉성한 편이다. 아무튼 영화가 참고한 원작 만화를 본다면 재밌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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