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6일 화요일

DJ 수칙


[왜냐면] 대통령의 ‘수칙’ / 김한정



등록 : 2013.02.25 19:29수정 : 2013.02.26 11:14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했다. 그는 어떤 대통령이 될까? 축하와 기대의 마음보다 걱정이 앞선다. 당선된 뒤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국민에게 그리 친절하지 않았다. 내각이나 비서진 인선 과정도 그랬고, 대선 공약이 후퇴한 데 대한 해명도 거의 없었다. 나 홀로, ‘묵비권 정권’이 되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박 대통령은 취임연설에서 경제민주화를 강조하고 희망의 새 시대를 힘주어 말했다. 국민은 새 대통령이 잘해줬으면 하는 소박한 심정을 갖고 있다. 대통령이 잘해야 국민이 편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직은 고달픈 자리다. 좋은 일보다는 골치 아픈 일들이 더 많다. 국민을 믿고, 반대자를 포용하고, 평정심을 잃지 않고 국가의 주요 정책을 처리해야 한다. 그래서 결연한 각오와 실천 의지가 필요하다. 나는 김대중 대통령의 비서로 오래 그를 곁에서 지켜봤다. 김대중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싶을까 생각해 봤다.김 대통령은 오랜 기간 고초와 모욕을 받았고, 심지어 감옥살이와 사형 선고까지 받았다. 김 대통령은 1997년 말 외환위기로 파산지경에 놓인 나라를 넘겨받았다. 당선된 날부터 하루하루 긴장의 나날이었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여야 정권교체였다. 준비된 대통령이었지만 준비된 정권인수세력은 갖고 있지 못했다. 당선의 기쁨은 잠시이고, 막중한 책임만 앞에 있었다. 강한 인내심에 정치적 경륜이 오랜 그도 흔들릴 때가 있었다.그래서인지 그는 대통령으로서의 각오-‘수칙’이라고 썼다-를 종이 한 장에 써서 몸에 지니고 다녔다. 김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일기 형식의 국정노트를 썼는데, 이 ‘(대통령) 수칙’은 퇴임 직전 통치 사료를 정리하다가 내가 발견한 것이다. 제18대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들려주고 싶다. 김 대통령의 개인적 메모이므로 표현은 감안하시기 바란다.

-수칙-

1. 사랑과 관용, 그러나 법과 질서를 엄수해야
2. 인사 정책 성공(의 길은) 아첨하는 자와 무능한 자를 배제
3. 규칙적인 생활, 적당한 운동, 충분한 휴식으로 건강 유지
4. 현안 파악 충분히, 관련 정보 숙지해야
5. 대통령부터 국법 엄수의 모범 보여야
6. 불행한 일도 감수해야 한다. 다만 최선을 다하도록
7. 국민의 애국심과 양심을 믿어야. 이해 못 할 때는 설명 방식을 재고해야
8. 국회와 야당의 비판을 경청. 그러나 정부를 짓밟는 것은 용납 말아야
9. 청와대 이외의 일반 시민과의 접촉에 힘써야
10. 언론의 보도를 중시하되 부당한 비판 앞에 소신을 바꾸지는 말아야
11. 정신적 건강과 건전한 판단력 견지해야
12. 양서를 매일 읽고 명상으로 사상과 정책 심화해야
13. 21세기 대비를. 나라와 국민의 미래 명심해야
14. 적극적인 사고. 성공의 상을 마음에 간직
15. (생략… 개인의 신앙 관련)

김 대통령의 ‘수칙’에는 대통령직을 어떻게 수행하겠다는 결심이 담겨 있다. 그런 각오로 열심히 일했지만 크고 작은 실수들이 있었고, 퇴임을 앞두고는 국민의 서운한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 나는 새 대통령이 이런 고생을 반복하지 않았으면 한다. 박 대통령의 ‘수칙’도 한번 보고 싶다. 박근혜 대통령이 성공하기를 빈다.

김한정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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