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13일 화요일

필름 끊김

아... 이럴 수도 있구나.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깨어나서 내내 웃고 말았다.

귀국 다음날(8.12 월) 이태원 '월향'에서 술마시다가 필름이 끊겼다. 하나도 기억나질 않는다.
술마시다가 필름이 끊긴 건, 대학 초년생(90년대 초반) 한번 있는 정도다.
심신이 너무 피로했던 모양이다.


==  8.12 일정 요약.

초저녁 잠들어서 새벽2시30분에 깼다. 시차가 맞질 않아서.
그후 계속 뜬눈으로 여행 중 촬영한 사진을 정리하고 공상하면서 아침을 맞았다.
오전10시30분 영화 시사회( 왕가위의 '일대종사')를 보러 왕십리CGV로 갔다.
시사회를 다 본 직후, 곧바로 건대 롯데시네마로 이동해서 또 다른 시사회('나우 유 씨 미: 마술사기단')를 봤다.
영화가 끝난 직후, 임영주 개인전을 보러 삼청동으로 갔다. 영화 두편을 본 직후라 이무렵 이동 중 피로감을 느꼈다.
다시 '아마도 미술' 개관전/파티에 참석하러 이태원으로 이동했다. 도착시간 대략 저녁 7시. 
그곳 뒷풀이에서 술을 마시다가.....필름이 끊겼나본데..... 오늘 오전 8시30분에 깨어나니 집 베란다 바닥에서 자고 있더라.

자초지종을 들으니 밤 11시에 구원요청 전화을 내가 친구에게 했다고 한다(기억에 없다).
친구가 나를 찾으러 온 건 밤 12시(역시 기억에 없다).  
이미 퍼질러 자고 있던 나를 술자리에 동석했던 어떤 남자가 들쳐업고 차에 태워줬다고 한다(역시 기억에 없다).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술자리에서 민폐라도 끼치진 않았나 확인해봐야겠다. 깨어나 지금까지 내내 웃고있다. 웃겨서. 



* 베란다에서 누워 자다가 깨서 대략적인 정황을 짐작한 후에, 2010년 자전거 사고 때가 떠올랐다. 나는 사고 당시를 기억하지 못하는데 여러 가능성 가운데 '혹시 내가 주행중 정신을 잃은 게 아닐까'를 하나의 가능성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술을 마신 건 아니지만, 전날 밤새워서 장문의 원고를 마친 후, 쪽잠을 자고 일어나서 다시 일간지 칼럼을 써서 송고한 직후 자전거를 몰고 남산 정상까지 올라갔기 터라 피로가 많이 누적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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