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5일(화) 14시 왕십리CGV.
광화문에서 오전에 일을 마치고 함께 한 사람들이랑 점심을 먹은 직후 5호선을 타고 왕십리CGV로 갔다.
광화문 미팅에선 내게 '자전거 오늘은 안 타고 왔냐'고들 물어봤고, 미팅 마치고 시사회를 가려고 안 갖고 왔다고 답했다.
왕십리CGV에선 제작사 KAFA films의 영화 두편의 시사회가 연달아 열렸는데 모두 볼까 고민하다가 첫 영화만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예고편을 보니 두번째 영화 <설인>은 작년 신디영화제 심사할 때(엮인글) 이미 봤던 작품이었다. 내가 1년도 안 된 사이에 제목을 잊어 버린 거다.
보도 자료를 보니 <누구나 제 명에 죽고 싶다>는 17회 부산영화제(2012) 뉴커런츠 공식 초청작이란다.
영화는 '2중의 삼각구도'로 전개된다. 각기 다른 남자의 친형제들이 한 젊은 여자와 삼각관계로 엮인다. 빌려준 돈이 빌미가 되어 둘은 헤모글로빈이 흥건한 죽음을 맞고, 죽은 두남자의 각기 다른 친형제들이 다시 같은 여자를 중심으로 휘말리지만 이번에는 삼각관계로 엮이진 않는다. 하지만 문제의 여자를 중심으로 다시 삼각관계가 생기는데 죽은 남자의 친형과, 사건을 조사하던 형사의 관계다. 형사를 개입시킨 삼각관계 설정이 이 영화에서 반전이라면 반전일 텐데, 극의 후반부까지 살려내지 못한 일회성 '깜놀' 요인으로만 쓰고 버린 건 아까운 것 같았다.
인명을 적질 않아서 위의 설명이 복잡한데....
각기 다른 형제 2세트가 한 여자와 두번 얽히고. 셋의 관계는 빌린 돈과 두번 얽히고. 삼각관계가 두번 반복되고. 이런 2중의 삼각구도로 이야기를 전개 시킨다. 심지어 각기 다른 두 형제가 죽음에 이르기 직전에, 여자의 차를 쫒아가는 장면이 반복되는 점까지 동일하다. 나름 극의 리듬감을 살리려고 애쓴 구도다.
<누구나 제 명에 죽고 싶다>는 관람 내내 독립영화필을 느꼈는데 생각해보면 그 이유는 다음처럼 주관적 이유들이다.
-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낮은 출연진의 전면 배치 → 검색을 해보니 다들 영화출연은 많이 한 거 같다. 다만 스타급이 아니란 의미다.
- 어두운 실내 조명이 기성 영화에 비해 유독 도드라지고
- 느닿없는 정사씬(아래 도판 참고)을 통해 이야기의 분기점이 생기고
- 마지막 보복 장면을 교차편집으로 처리한 화면
작년 부산에서 상영한 영화인데 실제 촬영 시점이 언제인지 궁금했는데, 이유는 시대상을 내세운 영화가 아님에도 출연진이 사용하는 휴대전화가 죄다 폴더 피처폰이어서 스마트폰이 대세가 된 오늘의 풍경과 너무 큰 격차가 있어서다. 화면 속 휴대전화의 기종을 통해 영화의 질감까지 느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여배우는 실물은 그렇지 않을 테지만, 스크린 속에 비친 모습이 언뜻 (기상캐스터였다가 방송인으로 전향한) 박은지를 연상시키는 면이 있다. 관람하면서 '어딜 가도 이젠 늘씬한 여성이 많아졌다'는 생각을 했다.
시사회가 끝나고 곧바로 감독 배우들이 나오는 기자 간담회가 열렸는데 나는 뒷일정도 있어서 장외로 나왔다.
영화 초반에 튀어나온 어느 무능한 배역의 대사. 기억에 남네 → "알았어. 걱정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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