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7일(화) 14시. 정근섭 감독, 엄정화 김상경 주연 <몽타주> 시사회(왕십리CGV).
보는 내내 이젠 아무나 시나리오 써선 안 되겠다는 생각을 들 만큼 탄탄한 이야기 전개를 갖췄더라. 출연 배우 모두의 연기력도 나무랄 데가 없다. 한국의 내신 뉴스 가운데에 전국을 발칵 뒤집어놓는 가장 폭발력 있는 사건이 아동 유괴 사건인 점을 감안할 때, 그걸 영화의 모티프로 삼은 점도 흡인력을 키운 것 같았다. 몽타주는 목격자의 기억에 의존해서 용의자의 인상착의를 재구성하는 방법인데, 조각조각난 사실을 이어붙인다는 뜻이기도 하다. <몽타주>라는 제목은 그 때문에 조각난 진실의 조각들을 이어붙여서 진범을 색출하는 이 영화 전개 방식을 아우르는 중의법처럼 느껴졌다.
15년 전 범인을 잡으려고 차량 바퀴를 대조하고 용의자의 명단을 찾아 하나 하나 지우는 화면을 어려 take로 나눠 신속하게 흘려보내는 장면은 관객에게 긴박감을 안기지만, 그 자체로 꽤 쓸만한 볼거리 역할도 하는 것 같았다.
감독의 본래 의도야 알 수 없지만, 15년이 지나면 형벌권이 말소하는 공소시효의 한계. 혹은 처벌권을 포기해야 하는 현행법의 불완전성에 관한 허구 창작물의 화답처럼 읽히기도 했다. 강추.
* 예상 못할 반전이 최소 3번 이상 반복되는 데다가, 기자간담회 때 영화사 측에서 스포일러 자제를 요청한 터라 자세한 내막은 삼가하기로 한다.
** 강형사 역의 조희봉은 무술감독 정두홍이랑 너무 닮았더라. 관련 정보를 얻으려고 검색창에 조희봉의 이름을 입력하니 연관검색어로 정두홍이 나란히 잡히는 걸보니 나만 헷갈린 게 아닌 모양이다.
*** 시사회 직후 열리는 기자 간담회는 가급적이면 보지 않고 자리를 떴는데, <몽타주>의 연출자와 출연배우는 조금이라도 지켜보고 싶어서 딱 5분 가량 간담회를 구경하다가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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