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4일(금) 10시30분 롯데 시네마(건대). 유지태 감독 <마이 라띠마>(2013) 시사회.
별점: ★★
이른 시간에 열린 시사회였지만 배우 유지태가 감독을 맡은 영화여선지 취재진은 많았다. 보도자료를 보니 유지태의 각본/감독 경력은 2003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더라. 보도자료 상단에는 이 영화 <마이 라띠마>가 15회 도빌 아시아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는 수상 내력이 기재되어 있다. 국외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영화 인 거다.
전업 배우 출신 연출가의 장편 작업이어서 영화를 보기 전 나의 기대감도 컸다. 그렇지만 취재진으로 채워진 시사회장이나 해외 수상 내역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영화를 보는 내내 "그렇게 많은 중요한 영화에 출연한 배우여도, 연출은 이 정도 밖에 안되는구나."하는 생각만 들었고, 관람 시간도 너무 길게 느껴질 만큼 지루했다.
한국이 현재 직면한 불법 이주 노동자라는 사회 현상을 주제로 선점한 매력(해외 영화제에서 이 부분의 호소력이 가장 컸으리라 나는 추측한다)을 제하면, 높은 평점을 주긴 어렵다. 비수도권(울산)에서 고정 직업이 없는 남주인공 수영(배수빈)과 태국의 이주노동자인 여주인공 마이 라띠마(박지수)가 억압적 현실에서 탈출하는 엑소더스를 이 영화의 전개 지점으로 삼았다. 괜찮은 영화적 설정인 거다.
작년 해외 영화제 최고상을 받은 김기덕 영화를 논평(씨네21)할 때 느낀 불만이 이 영화에서도 고스란히 반복 되었다.
개연성이 결여된 서사 전개, (이야기 전개를 위해) 무책임하게 끼어드는 우연의 남발, 여배우의 감정 이입으로 쓰이는 진부한 상징 식물, 그리고 무엇보다 짜증나는 대사와 연기, 폐가에 숨어 낭만적인 스탠드 등을 켜고 생활하는 두 남녀의 설정하며, 견디기 힘든 신파와 반전 없이 지루하게 이어지는 극 진행까지. 배우 유지태의 팬이라면 혹 볼 만할지 몰라도 나는 비추다.
* TV를 통 보질 않아서 출연진 중에서 소유진을 빼곤 내가 아는 배우가 한명도 없었다. 시사회 직후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취재 나온 아는 기자에게 들으니 공중파에 종종 출연하는 배우들이라고 하더라. 동아시아적 이국미를 지닌 박지수의 마스크를 제하면, 등장인물들의 연기 대사 인물적 정감 모두에서 호감을 느끼긴 어렵다. 나는 출연 배우들에게서 이런 불리한 인상을 받았다면 그 책임은 배우보다 연출자에게 있다고 본다.
** 기자간담회 직전 감독과 배우들이 한명씩 무대에 올라 포토타임을 갖는다. 왼쪽, 오른쪽, 중앙, 하단. 이렇게 4곳을 쳐다보라고 사회자가 그들에게 요청하는데, 가장 능숙하게 포즈를 취한 이는 소유진이었음(매 방향마다 포즈를 미묘하게 바꾸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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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4일(금) 14시 롯데 시네마(건대). 코너 맥퍼슨Conor Mcpherson 감독 <더 이클립스 The Eclipse>(2009) 시사회.
별점: ★★★★☆
이 영화를 보기 2시간 앞서 상대적으로 형편 없는 영화를 봐서, 상대 평가의 이점이 끼어들었는진 몰라도 <더 이클립스> 강추다. 앞에서 본 영화가 결여한 연기력, 대사, 극의 전개, 간결미, 미묘한 여운까지. 유령을 다루고 연정의 주제가 끼어들지만 하나도 진부하지 않게 이야기를 끌고 간다. 남자 주연 시아란 힌즈Ciaran Hinds도 여자 주연 이블 야일리Iben Hjejle도 심지어 남자 조연 에이단 퀸Aidan Quinn까지 연기력이 모두 빛난다. 각인이 될 정도다.
작가writer 축제가 열리는 어느 아일랜드 지방(아일랜드 영화다)을 시공간으로 설정한 점도 매력있다. "이 영화를 보면 아일랜드에 방문하고 싶어질 것이다"고 평가한 <Variety>지를 인용하지 않아도 유럽의 익숙한 풍광이 지난 기억을 불러 올 것이다. 하지만 평점을 줄 수 있는 건 비단 아일랜드의 이국적 풍광 외에 '작가 축제'라는 상황 설정에 있다. 어느 예술가 집단에서건 흔히 발견되는 속물 취향의 유명인사의 언행을 진짜 정확하게 잡아냈는데 억지스럽지 않고 유머러스하게 처리했다. 특히 그런 속물의 언사에 홀딱 넘어가는 언중들의 순진무구까지 잘 잡아냈다. 한마디로 연출력이 높다.
어울리는 표현이 될진 몰라도, 유령의 존재를 둘러싼 실제 체험과 소설 속 이야기가 영화를 끌고 가지만, 영화의 은연중의 포인트였던 사랑의 감정의 실체를 집어내는 실력이 고수다. 보는 내내 <비포 선라이즈>의 중년버전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 영화의 포인트였거나 단서로 등장하는 건 전혀 아니었지만, 남자 주연의 딸로 짧게 몇 차례 화면에 나오는 미성년 소녀도 미묘한 매력을 준다.
** <더 이클립스>가 앞에 정관사 '더'를 한글 영화제목에도 고집한 이유는 <이클립스>(원제는: The Twilight Saga: Eclipse)라는 대중적인 동명의 영화가 앞서 있어서가 아닌가 싶다.
*** 창 밖으로 대성당이 보이는 어둡고 좁은 실내 공간에서 장인과 남자 주인공이 대화 나누는 장면은 아주 시적이다. 장인이 사위(남자 주인공)에게 한 말. "애들 때문에 묶여 살진 말게." 끄덕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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