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7일(화) 개인전 <어부바>(류가헌 갤러리. 엮인글)를 연 노순택이 사진 산문집 <사진의 털>도 같은 시기에 발간 했다.
사진 마다 관련 산문이 따라붙는 구성으로 글을 작가가 전부 썼다. 책 제목은 영화 주간지 <씨네21>에 수년째 격주로 실리는 작가의 연재물 제목과 같은데, 연재가 실리는 코너는 내 '예술 판독기'가 격주로 수록되는 같은 지면이기도 하다.
'씨네21북스' 출판사에서 책 뒤에 들어가는 원고지 3매 분량의 짧은 글을 부탁해서 써줬는데, 축약되어 1매 분량만 실렸다. 내가 보낸 전문은 아래와 같다. 추천글은 나와 송경동 시인이 썼다.
사진의 의사 전달은 잘라 말하면 한방이 결정한다. 현혹만큼 일방성 역시 큰 매체다. 사진집에 촬영자의 사진과 평자의 글을 싣는 역할 이분법은 관행 때문도 있지만, 한방에 담지 못할 사연을 전문 해설가에게 맡기자는 의도의 산물일 것이다. 해서 그런 평론은 흔히 설득조의 해설로 흐른다. <사진의 털>은 촬영자가 사진과 글을 모두 담당한 편성이다. 하지만 한방에 못 담은 사연을 풀이할 해설을 싣진 않았다. 의중은 전달하되 선명한 마침표가 찍히는 걸 회피했다. 관행적 보도사진과 다른 길을 택했다.
뉴스 편성권을 포털업체가 쥔 사정이나 실시간 뉴스를 영리한 휴대전화로 손바닥에 쥔 사정 때문에, 현장과 호흡하는 사진의 시대가 요구 되었다. 노순택이 성장했고 지금도 기거하는 곳이 현장이다. 그런데 선정적 순간보다 형식미가 중시된 프레임을 엄선했고, 단정적 논평보다 문장가의 압축된 표현을 고민했다. 때문에 노순택은 시대정신과는 보조를 맞추되, 언중의 속성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피사체에 관한 이미지와 언어의 결합체가 <사진의 털>의 근간이지만, 목차의 한축은 사진(가)의 자의식을 향하고 있다. 의사소통의 원점에 사진이 놓인 작금의 형편을 감안하면, 동시대 의사소통을 숙고하는 사진과 글. 그것이 이 책이다.
--- 반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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