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2일(월) 14시. 왕십리CGV. 봉준호 감독 <설국열차 Snowpiercer)>(2013) 시사회.
별점: ★★★
출국을 하루 앞두고 관람한 7월 마지막 시사 영화 <설국열차>
온난화가 초래한 묵시론적 신종 미래상을 배경으로 삼았다. 인류에게 또 다시 도래한 빙하기에서, 영화의 무대로 나오는 무한정 달리는 기차(설국열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인류 최후의 생존자들이 모여 사는 거주지이다. 말하자면 사회 축소판쯤 된다. 기차 내부에서 빚어지는 계급 갈등과 계급 반동의 드라마가 전개부에 나오는데, 전반부의 양 계급간 첫 대결쯤 될 도끼 혈투부터 긴박감이 떨어졌다. 혈흔낭자한 초강도 고어에 익숙해져서인지, 상반되는 양 진영의 첫 충돌로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또 완고한 영국식 어투로 하류사회를 교조적으로 비하하는 상류사회 여성 총리 메이슨(틸다 스읜튼)의 연설도 원작 만화에선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영화에선 신파 같았고, 이 영화의 시대 배경을 꼭 그녀의 대사를 통해 장황하게 해설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류계급의 반동이 열차의 객차를 넘고 넘어, 성스러운 엔진이 놓인(기차의 최고위층이 머무는) 기차 맨 앞칸으로 이동하는 과정도 긴박감이 떨어진다. 객차 내부의 상류사회의 모습이 비춘 취지는 알겠는데, 객차를 넘어설 때마다 상류사회 견제를 거의 받지 않아서 별다른 마찰 없이 앞칸까지 통과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영화의 백미는 후반부에 나온다. 기차를 세상의 알레고리로 설정한 영화 줄거리가, 결말부에서 열차의 절대자인 윌포드의 독백에 가까운 대사를 통해 강화됨을 느낄 때다. 그 잔잔한 장면에선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진다. 기차의 객실마다 구성원이 누리는 등급을 세상의 계급 구성원마다 누리는 차별적인 등급에 빗댄 알레고리 때문이 아니다. 기차의 하류계급의 반란군 수장마저 상류계급의 부조리를 되밟게 된다는 영화적 반전을 통해, 완벽한 선이나 완벽한 악이 없는 세상의 진실을 쓰라리게 확인하기 때문이다. 정권교체마저 세상을 그저 아주 조금 밝게 해주니까.
한데 마지막 장면을 통해 높은 점수를 주자니, 영화 <설국열차>이 그 문제의 알레고리를 원작 만화에서 빚지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린다. 또 봉준호의 차기작이라는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 점도.
* 상류사회의 사병들의 제복과 철모를 2차대전 독일 나치에서 차용하거나, 일본 생체실험에서 차용했을 영화 속 생체실험을 보면서, 역사적 악몽은 오래 장수한다는 생각.
** 영화에 몰입하기 어려웠던 사소한 원인을 꼽자면, 시종 어두운 실내가 영화적 공간으로 설정된 점과, 한국 관객의 처지에서 외국어가 주 대사로 설정된 한국영화인 점도 들 수 있다.
*** 한국관객이라면 감독과 배우 2인 이상의 국적, 그리고 영화 포스터 때문에 송강호의 극중 비중이 높으리라 예상하고 볼텐데, 커티스 역할로 출연하는 크리스 에반스의 출연 회수와 극중 비중이 훨씬 높다. 큰 비중이 아니어도 막후 조정자로 설정된 윌포드 역의 에드 해리스의 영화 후반 연기력도 볼 만하다.
**** 각 배역마다 유명한 해외 출연진들을 볼 수 있는 한국 영화다.
***** 마지막 기차 전복 CG 볼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