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1일(목) 14시. 씨네큐브. 야론 질버만 감독 <마지막 4중주 A late Quartet)>(2012) 시사회.
별점: ★★★★★
시사회 관람에서 모처럼 큰 보람을 느끼게 만든, 보기 드문 영화. 강추.
4에서 6명 내외의 등장 인물 사이의 긴장과 잔잔한 갈등과 불행을 전혀 너저분하게 풀어내지 않았다. 이처럼 탄탄한 스토리텔링을 현악 4중주의 선율까지 감싸니 감정 요인을 찾기가 어려웠다. 개별 등장인물들이 지닌 고유한 캐릭터를 지정은 하되, 확정적으로 그 인물을 규정짓지 않은 점도 성숙한 연출이라고 느꼈다. 그래서 제1 바이올린을 맡은 완벽주의자 다니엘은 갑작스런 연정에 마음이 흔들리기도 하고, 관대한 자유주의자인 제2 바이올리니스트 로버트는 가정의 결속이 위협 받으면 격분하기도 하고 저자세를 숨기지 않는다.
<마지막 4중주>의 미덕은 예술의 완성도를 완전한 자질들의 총합으로 보지 않고, 불완전성과 갈등 조정의 산물로 접근한다는 점에 있다. 이 영화가 클래식 연주 가운데에서 연주자들 간 상호 조율이 강조되는 4중주단을 주인공으로 세운 것도 그 때문일 것이고, 인간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불완전한 상태에 처한 4명의 연주자들이 그들의 연주회를 맞이하도록 마지막에 배치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의 더 큰 미덕은 그런 스토리텔링을 예술의 미덕 뿐 아니라, 동시에 인간 관계의 본질이기도 하다고 보는 접근법에 있다. 그래서 <마지막 4중주>는 예술에 관한 미학에 전적으로 올인하지도 않고, 인생 철학을 배면에 깔고 간다. 연주의 포지션(제1 바이올린과 제2 바이올린의 우열)을 둘러싼 4중주단 내부의 갈등도, 협주가 단순한 개인 연주자들 사이의 융합을 넘어서, 가족 연대감으로 연장되는 현실을 보여준다.
등단을 앞둔 예술 초보생들이 흔히 보이는 '관심 욕구'로 인한 과용을 지적하는 상반된 두 명의 교수법도 유심히 지켜봤다.
편집증적 완벽주의자 다니엘은 '음악에 집중'하고 '작곡가의 감정에 이입'하도록 애쓰라고 잘라 말한다. 현란한 기교보다 탄탄한 기초와 철학적 사유를 강조한다. 반면 관대한 성품의 피터는 카잘스에게 사사한 경험을 인용하면서, 미숙한 학생에게서 자잘한 장점을 발견해내는 스승의 좋은 교수법에 대해 들려준다. 마지막 연주회에서 영화 초반에 로버트가 건의했으나 수용되지 않았던 '악보 안 보고 연주하기'를 그 제안에 반대한 다니엘이 즉흥적으로 받아들이는 마지막 장면은 너저분한 화해로 해결책을 찾는 영화의 일반 공식에서 벗어나서 근사했다.
* 재밌었던 대사.
- "동점이면 보수파가 원하는 데로 해야지." : 악보 없이 연주를 해보자는 로버트의 급진적인 제안에, 4명 중 2명이 반대하자 그 제안을 했던 로버트가 웃으며 한 말.
- "연주의 수준을 결정하는 건 제2 바이올린에게 달렸다." : 제1 바이올린 다니엘이 한 말.
* 흠...
- 완벽주의자 다니엘이 혼자 리허설 할 때 보이는 그의 악보 위로, 자잘하게 남긴 수기 메모를 보며 공감.
- 피터가 의사와 상담하는 차분한 화면에선 감정이입이 되어 눈물까지 흘렸다.
- 고전 음악 연주자를 깔끔하게 연기하는 배우들을 보는 내내,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로망도 모처럼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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