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5일(금) 14시. 아트나인. 노에미 르보브스키 감독 <까밀 리와인드 Camille Redouble)>(2012) 시사회.
별점: ★★★
감독과 주연을 동일인(노에미 르보브스키 Noemie Lvovsky)이 수행한 영화. 때문에 자기애가 깊게 밴 영화.
시간을 역행하는 불가능한 시공 체험을 스토리의 바탕으로 깔고 있어서, 나이든 여배우(64년생)가 청소년 배역으로 등장할 때 평소 그 배우를 익히 아는 관객이어야 이 영화를 온전히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시간을 2008년에서 1985년으로 난데 없이 되돌려서, 주인공이 16살로 돌아간다는(그러나 스크린으론 나이든 모습으로 출연) 허구적 설정 때문에, 그 무렵 청소년기를 경험한 관객에겐 몰입의 지점이 일부 있다. 요컨대 Katrina & The Waves가 부른 'Walking On Sunshine'을 듣거나, 여성 삼인조 바나나라마의 노래 'Venus'가 화면 위로 깔리면서 1980년대필이 진하게 밴 전경을 스크린으로 지켜보는 체험 또는 주인공이 착용한 흰털 안감이 박힌 청자켓을 보며 지난날의 유행을 새삼 확인하는 재미가 있다.
호평에 대한 개인적 기준 때문인지, <까밀 리와인드>에는 대략 맹점 두 개가 보인다.
1. 시간을 역행한다는 기막힌 서사에도 불구하고 '확 깨는' 극적 반전이 거의 없다는 점.
2. 감독 겸 주연 노에미 르보브스키의 자기애가 영화를 내내 지배한다는 점. 뭐가 되었건 자기 절제는 정말 중요하다.
* 동시대 일상을 기록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영화를 통해 새삼 깨닫는다. 불화를 일으킨 두 사람 간 화해의 단서는 재회이거나 또는 지난 시절을 환기시키는 과거의 기록물이라는 걸 이 영화가 새삼 확인 시킨다.
** 영화를 본 직후 중대 결심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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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5일(금) 16시30분. 용산CGV. 다케우치 히데키 감독 <테르마이 로마이 Thermae Romae)>(2012) 시사회.
별점: ★★★
원작 일본 만화를 시나리오로 쓴 영화.
비현실적인 가상의 통로 웜홀(wormhole)처럼, 물 속(욕탕 속)의 임의적 구멍을 통해 동서와 시공을 순식간 오간다는 이야기가 영화의 축이다. 이런 번역물 영화를 판단하기 힘든 게, 평소 내가 혐오해온 슬랩스틱 코미디와 과장된 음성의 내레이션이 현지에선 어떤 '실제값'을 갖는지 내가 알 수 없어서다. <테르마이 로마이>는 시종일관 슬랩스틱 코미디와 중저음으로 내리깐 내레이션이 영화의 골격을 이룬다. 뉘앙스를 알 순 없어도 여전히 불편하다.
과거 동양 서양 사이의 문화 식민화에 대한 알레고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혹은 예술(혹은 만화) 창작의 번뇌와 창작자의 자기 연민을 투영한 것 같기도 하다. 왜냐하면 만화가 지망생으로 설정된 여주인공이 영화 후반부에서 이 영화(테르마이 로마이)의 시나리오를 쓴 저자로 설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화가의 자의식이 투영된 영화같았다.
일개 목욕을 엄연한 전문 영역으로 인정하는 일본인의 마인드는 오타쿠의 나라 답다. <테르마이 로마이>는 목욕에 대한 저자의 철학을 담는다. 병사의 피로 회복을 위해 목욕이라는 민감요법의 효험을 영화의 중심축으로 설정할 만큼, 목욕에 대한 심오한 철학이 영화(혹은 원작 만화)에 담겨있다. 또 만화책으로 둘러싼 만화가 지망생이 창작의 번뇌로 좌절하는 여주인공(혹은 원작자)으로 설정된 점도 이 영화를 자기지시적으로 보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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