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밥 모임이 겹친 6월과 7월.
내가 교류하는 소수의 지인들 사이에는 암묵의 원칙이 하나 있는데, 생일밥은 생일 당사자가 전부 산다는 것.
6월17일(월). 첫 생일밥. 이태원 '인스턴트 펑크'. 최근 공동 저술로 발간한 <세상에게 어쩌면 스스로에게>의 공동 저자인 박찬일 셰프가 운영하는 곳. 이곳으로 이전하기 전에는 홍대 주차장거리의 '라 꼼마'였다. 개성있는 건물 외관, 색다른 맛, 따라서 비싼 가격.
"바닥을 드러낸 저 노천극장의 모습이 이곳의 급변한 현실의 증거 같다. 연전(1990년 무렵)에는 동민을 대상으로 토탈미술관에서 전시 오프닝을 초대하곤 했는데, 당시 저 노천무대에서 클래식 음악이 공연되었고 음식도 제공되고 그랬었다."
지난번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의 페이스북에 올려졌다는 사진을 이곳에 올린 적이 있는데, 김달진 선생으로부터 그 사진을 어떤 작가가 그려준 그림을 다시 페이스북에 올렸다는 얘길 전해들었다.
1. 그림 아래 작가 서명이 있는데, 잘 읽히질 않아서 작가 성함은 모르겠다. 아무튼 재치있게 그리셨다. 한가지 걸리는 게 있다면 나와 김달진 선생의 볼살이 서로 바뀐 것 같다는 것! 내 얼굴 저렇게 옆으로 퍼지지 않았는데... 그림의 왼쪽 볼살이 저리 두툼하게 묘사된 이유는 사진 속에 보이는 탈색한 머리를 살로 오해하신 듯.
2. 교훈. 페이스북 계속 하지 말아야지.
두번째 생일밥. 연남동 '툭툭 누들 타이'. 오후 5시부터 개장을 한다고 해서 오후4시58분에 도착해서 봤더니, 긴 줄이 이미 늘어서 있었다. 5시 정각에 줄을 따라 들어가 기다리지 않고 자리를 잡았다. 그 후로 입장한 손님들은 대부분 오랫동안 대기해야 하는 것 같았다. 음식맛은 만족스러운 편.
커피 리브레. 공정무역 커피집으로 유명세를 탔다고 한다. 연남동 인근에 간 김에 처음 가서 마셨다. 저 안에서 시켜 마실 수 있는 커피의 가짓수가 딱 3종류로 제한되어 있고 가격도 모두 4천원이었다. 에스프레소는 독특한 향이 있어서 음미할만했다. 한데 구입한 원두는 갈아 마셔보니 별 매력이 없었다.
세상이 좁아서 노상에서 만나는 인연. '툭툭 누들 타이' 먹고 나오던 길에. (좌에서 우) 허보윤 전용일 한수정 김형관
7월14일(일). 생일밥 2차로 이동한 이태원 '더 부스'. 이 집도 메뉴가 한정되어 있다. 이집 가면 그냥 에일ale 맥주(5천원) 시켜마시면 된다.
7월17일(수) 리움. '알렉산더 칼더' 프리오프닝.
리움 오프닝은 어지간 해서 홀로 가는 편인데, 출국 직전에 꼭 만나야 하는 학생이 있어서 이날 만나서 함께 갔다. 이런 오프닝은 미대생들에겐 신기한 구경거리가 될 수 있으므로.
김인혜 학예사(국립현대)가 찍어준 사진의 포커스가 흔들렸다. 내 이럴줄 알았지. 해서 내가 사진 찍을 때마다 늘 부탁하는 말이 있음. "여러 장 찍어야 고작 하나 건진다. 여러 장 찍어라."
7월18일(목). 손수 핸드드립커피를 마신 후로 이런 체인식 커피점에는 가질 않지만, 어쩌다 누굴 따라가서 마셔보면 여지없이 불만족스럽다.
파스쿠치의 상품 가치는 커피맛에서 오는 게 아니라, 시선을 사로잡는 현란한 인테리어와 조명장치가 만드는 전시효과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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