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9일 수요일

0528 무서운 이야기2 + 프랑스 다이어리


5월28일(화) 14시 롯데 시네마(건대). 민규동 김성호 김휘 정범식 감독 <무서운이야기 2>(2013) 시사회. 

별점: 


 영화가 여러 측면이 모여 존재하는 걸 텐데, 그 중 내가 하나의 측면을 유독 고집하는 건 아닐까하고 회의가 들 때가 있다. <무서운 이야기 2>같은 영화를 볼 때가 그렇다. 감독 넷이 당대 스크린에 급부상하는 마스크들을 캐스팅 해서 코믹과 호러가 섞인 장르영화 한편을 만든거다. 전편까지 있으니 2편을 만든 셈. 전편은 내가 보질 않아 판단할 수 없고, 15세 이상 관람가로 설정된 이 코믹 호러물은 연령 제한을 푸는 대신 보는 재미와 읽는 재미 모두를 하한선까지 끌어내린 것처럼 내겐 보였다. (나한테는 자꾸 이정재와 조인성의 전&현 여친) 김민희의 전 남친으로 기억되는 이수혁, 짙은 눈화장으로 영화가 끝난 후 보도자료를 통해 인지한 아역배우 출신 이세영, 그리고 요즘 SNL코리아로 뜨고있는 김슬기까지 출연한다. 내가 몰라서 그렇지 세간에선 꽤 알려진 마스크들도 많았던 모양이다. 백진희, 고경표, 김지원...

관람 가능 세대의 수요와 욕망에 맞춘 포맷을 탓할 순 없지만, 15세 이상 관람가로 설정된 호러물이 제 기능을 발휘하긴 어려워 보였다. 아니면 세대의 영화 수요를 내가 이해하지 못한 건지도 모르고. 내가 고집하는 영화의 한 측면이라함은 '연기, 대사, 이야기 전개의 개연성, 새로운 반전의 등의 완성도'인 건데, 아니 이건 영화의 한 측면이기보다 영화가 갖춰야할 기본 아닌가? <무서운 이야기 2>는 이 모두를 갖추지 못했다고 나는 보는 거고. 하물며 긴박감이 요구되는 호러물이거늘, 섬세한 개연성 대신 우연에 기대 손쉬운 길을 택했고, 낯익은 공포영화 공식에 의존해 관객을 놀라게 하려한 여러 장면에선, 관객 수준을 너무 낮잡아 본게 아닌가 의심 스러웠다. 요컨대 공포를 연상시키는 작위적 장치나 문법(화면을 탕탕탕 하는 서너박자에 맞춰 귀신이 스크린 앞으로 전진하거나, 카메라가 느리게 옆으로 이동하는 곳에 귀신이 나타나거나...하는)의 남발이 그렇다. 장르영화를 바라보는 관객의 수준도 업그레이드 되었을 텐데, 떠오르는 스타들의 얼굴값으로 너무 뻔한 빈틈을 눙치려는 것처럼 보인다. 감독 넷 중 민규동은 <여고괴담2>를 공동 연출한 걸로 아는데 1999년에서 큰 비약이 보이진 않았다. 보도자료에서 그가 Q&A 형식으로 권한 이 영화의 매력지점이 "연인들끼리 오면 스킨십과 강력한 밀착효과를 주는 아주 훌륭한 기능을 하는 영화니까 재미있게 데이트하실 때..."인데, 읽다가 경악할 뻔. 이 보다 더 황당한 관전 포인트를 제시한 또 다른 감독은 김성호인데 그는 (그가 연출한 영화가 거짓말을 모티브로 전개 되기 때문에) "저렇게 작은 거짓말이 결국 저렇게 큰 일을 부를 수 있겠구나 라는 그런 교훈적인 이야기를 남길 수도 있을 테니 즐겨 보시면..." 이라고 밝힘. 헐.

영화 4편 중 <탈출>편에서 남자 주연 고경표의 닭살 돋는 연기와 낯뜨거운 대사에 여자 관객의 웃음 소리가 간간 들렸는데, 그런 순간을 접할 때면 '영화가 존재하는 여러 측면 중 내가 하나의 측면만 고집하는 건가'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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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8일(화) 16시30분. 스폰지 하우스 광화문. 레이몽 드파르동&클로딘 누가레 감독 <프랑스 다이어리 Journal de France>(2012) 시사회. 

별점: 


클로딘 누가레&레이몽 드파르동


노출 시간 1초를 주는 대형카메라(필름용기만 공책 사이즈)를 들고 프랑스 시골 이곳저곳을 차로 이동하면서 촬영하는 레이몽 드라르동로 시작해서 다시 차로 이동하는 장면으로 매듭짓는 <프랑스 다이어리>. 그렇지만 그런 현시점의 기록 중간중간(1960년대초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레이몽 드파르동이 촬영해둔 영상들이 연대순으로 삽입된다. 지나간 필름의 기억을 환기시켜서 개인의 사적 역사와 세계의 공적 역사를 재구성하는 방식을 취한다. 촬영이 촬영자의 생의 이력과 고스란히 병행하는 모습을 연대순으로 늘어놓은 것이며 이미지 기록의 저력도 함께 과시한다.  

레이몽의 오랜 필름 기록 속에는 세기의 미남자 알랭 드롱이나, 에릭 로메르 그리고 장뤽 고다르처럼 프랑스 영화신을 장식한 스타들의 얼굴이 내비친다. 

사진기가 장착된 이런저런 장치들이 만인의 손에 쥐어진 세상이 와서 새삼스런 사실처럼 보이겠지만, 1960년대 초반부터 영상과 스틸로 찍어나간 세계의 광경을 연대순으로 보고 있자니, 과거의 기억을 환기시키는 이미지의 감각 자극의 저력을 새삼 다시 깨닫게 되며, 지구촌이 된 세상이지만 이 세계가 얼마나 드넓은지를 생각하면 겸허해진다. 

레이몽이 촬영한 인물 가운데 넬슨 만델라도 있다. 오랜 감옥 생활 때문에 시계 없이도 초(시간)를 재는 법을 완벽하게 터득한 그의 모습이 영상으로 나오기도 한다. 

이미지 기록 능력을 지닌 카메라 든 남성은 얼마나 독특한 매력을 갖는가. 


* 지난번 시사회 갔을 때도 느꼈지만 '스폰지 하우스 광화문'은 노후한 좌석들은 좀 교체해야 겠더라. 앉다가 의자가 무너져 내리는 경우도 있었고, 아예 떨어져 나간 의자를 그대로 방치한 곳도 몇 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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