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3일(금) 14시. 롯데시네마 건대. 미이케 다카시 감독 <짚의 방패 Shield of Straw>(2013) 시사회.
별점: ★★★☆
이 일본 스릴러물이 올해 칸느 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다는 글을 봤다. 그런 사전 정보로 기대감도 컸다. 손녀의 살인범 기요마루에 대한 복수로 거금을 걸고 공개 살인을 유도하는 어느 일본 재산가의 결단과, 현상금을 손에 쥐려고 공무원을 비롯한 온 국민이 혈안이 된다는 영화적 설정 만큼은 독창적이다. 그런 전체 그림은 창의적인데 <짚의 방패>가 스릴러물을 표방하는 한, 치밀한 개연성이 뒷받침 되어야할 텐데 그렇질 못했다. 현상범이 보는 앞에서 그를 처단하려고 낮을 휘두르는 무모한 시도도 그랬고, 독극물을 주사에 몰래 삽입하려는 간호사나, 고속도로를 역주행해서 경찰 군단이 철통같이 둘러싼 호송차량으로 진격하는 덤프 트럭 운전자의 경우가 유독 납득하기 어렵다. 현상금에 혈안이 되어 이성을 읽은 무리들이 속출할수록 스릴러 장르로서의 힘이 빠진다. 왜 이렇게 무모하게 플롯을 밀고 나갔을까.
보는 내내 호송 정보를 실시간으로 일본 재산가에게 넘긴 내부 유출자가 누군지를 예의 주시하게 되며, 마지막에 대 반전이 있지 않을까도 기대하게 된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은 항상 '절대 범인일 수 없는 사람'이 바로 범인으로 지목되는 대 반전 때문에 독보적인 거다. <짚의 방패>는 내부 정보 유출자에 관한한 그런 고수다운 반전이 준비되어 있지 못했다.
영화 쪽평을 올릴 때 얼마 전부터 재미삼아 별점을 첨부하면서 생긴 관람 버릇이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 속에 형성되는 평점을 별의 개수를 환산해보는 관람 버릇이다. 영화가 후반으로 접어들어도 반전이 없어서 별점 ★★☆이면 충분하겠다 싶었다. 스릴러가 갖춰야할 미덕이 결핍했음에도 ★★★☆로 결정한 건, 형법의 한계 앞에서 느낄 정상인의 딜레마를 과감하게 다뤘다는 점, 서버를 해외에 둔 웹사이트를 통해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서 살인범에 대한 원거리 사주를 하는 동시대적 설정 등이 맘에 들어서다. 또 무엇보다 일반 관객의 보편적 기대감(?)을 저버린 영화의 종결도 뚝심이 있어 보였다. 개연성만 더 치밀하게 다듬었으면 훨씬 뛰어났을 스릴러물.
* 시차 부적응 때문에 새벽 일찍 잠에서 깨고, 정오 전후로 졸음이 몰려온다. 졸음으로 느릿느릿 출발한 탓에 극장에도 상영예고 시간보다 5분 늦게 도착했지만, 예고편 상영이 있었는지 좌석에 앉자 1분 정도 지나서 영화가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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