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럴 수도 있구나.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깨어나서 내내 웃고 말았다.
귀국 다음날(8.12 월) 이태원 '월향'에서 술마시다가 필름이 끊겼다. 하나도 기억나질 않는다.
술마시다가 필름이 끊긴 건, 대학 초년생(90년대 초반) 한번 있는 정도다.
심신이 너무 피로했던 모양이다.
== 8.12 일정 요약.
초저녁 잠들어서 새벽2시30분에 깼다. 시차가 맞질 않아서.
그후 계속 뜬눈으로 여행 중 촬영한 사진을 정리하고 공상하면서 아침을 맞았다.
오전10시30분 영화 시사회( 왕가위의 '일대종사')를 보러 왕십리CGV로 갔다.
시사회를 다 본 직후, 곧바로 건대 롯데시네마로 이동해서 또 다른 시사회('나우 유 씨 미: 마술사기단')를 봤다.
영화가 끝난 직후, 임영주 개인전을 보러 삼청동으로 갔다. 영화 두편을 본 직후라 이무렵 이동 중 피로감을 느꼈다.
다시 '아마도 미술' 개관전/파티에 참석하러 이태원으로 이동했다. 도착시간 대략 저녁 7시.
그곳 뒷풀이에서 술을 마시다가.....필름이 끊겼나본데..... 오늘 오전 8시30분에 깨어나니 집 베란다 바닥에서 자고 있더라.
자초지종을 들으니 밤 11시에 구원요청 전화을 내가 친구에게 했다고 한다(기억에 없다).
친구가 나를 찾으러 온 건 밤 12시(역시 기억에 없다).
이미 퍼질러 자고 있던 나를 술자리에 동석했던 어떤 남자가 들쳐업고 차에 태워줬다고 한다(역시 기억에 없다).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술자리에서 민폐라도 끼치진 않았나 확인해봐야겠다. 깨어나 지금까지 내내 웃고있다. 웃겨서.
* 베란다에서 누워 자다가 깨서 대략적인 정황을 짐작한 후에, 2010년 자전거 사고 때가 떠올랐다. 나는 사고 당시를 기억하지 못하는데 여러 가능성 가운데 '혹시 내가 주행중 정신을 잃은 게 아닐까'를 하나의 가능성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술을 마신 건 아니지만, 전날 밤새워서 장문의 원고를 마친 후, 쪽잠을 자고 일어나서 다시 일간지 칼럼을 써서 송고한 직후 자전거를 몰고 남산 정상까지 올라갔기 터라 피로가 많이 누적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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