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12일 금요일

0711 마지막 4중주 ★★★★★

7월11일(목) 14시. 씨네큐브. 야론 질버만 감독 <마지막 4중주 A late Quartet)>(2012) 시사회.

별점: ★★★★★




시사회 관람에서 모처럼 큰 보람을 느끼게 만든, 보기 드문 영화. 강추. 
4에서 6명 내외의 등장 인물 사이의 긴장과 잔잔한 갈등과 불행을 전혀 너저분하게 풀어내지 않았다. 이처럼 탄탄한 스토리텔링을 현악 4중주의 선율까지 감싸니 감정 요인을 찾기가 어려웠다. 개별 등장인물들이 지닌 고유한 캐릭터를 지정은 하되, 확정적으로 그 인물을 규정짓지 않은 점도 성숙한 연출이라고 느꼈다. 그래서 제1 바이올린을 맡은 완벽주의자 다니엘은 갑작스런 연정에 마음이 흔들리기도 하고, 관대한 자유주의자인 제2 바이올리니스트 로버트는 가정의 결속이 위협 받으면 격분하기도 하고 저자세를 숨기지 않는다. 

<마지막 4중주>의 미덕은 예술의 완성도를 완전한 자질들의 총합으로 보지 않고, 불완전성과 갈등 조정의 산물로  접근한다는 점에 있다. 이 영화가 클래식 연주 가운데에서 연주자들 간 상호 조율이 강조되는 4중주단을 주인공으로 세운 것도 그 때문일 것이고, 인간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불완전한 상태에 처한 4명의 연주자들이 그들의 연주회를 맞이하도록 마지막에 배치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의 더 큰 미덕은 그런 스토리텔링을 예술의 미덕 뿐 아니라, 동시에 인간 관계의 본질이기도 하다고 보는 접근법에 있다. 그래서 <마지막 4중주>는 예술에 관한 미학에 전적으로 올인하지도 않고, 인생 철학을 배면에 깔고 간다. 연주의 포지션(제1 바이올린과 제2 바이올린의 우열)을 둘러싼 4중주단 내부의 갈등도, 협주가 단순한 개인 연주자들 사이의 융합을 넘어서, 가족 연대감으로 연장되는 현실을 보여준다. 

등단을 앞둔 예술 초보생들이 흔히 보이는 '관심 욕구'로 인한 과용을 지적하는 상반된 두 명의 교수법도 유심히 지켜봤다. 
편집증적 완벽주의자 다니엘은 '음악에 집중'하고 '작곡가의 감정에 이입'하도록 애쓰라고 잘라 말한다. 현란한 기교보다 탄탄한 기초와 철학적 사유를 강조한다. 반면 관대한 성품의 피터는 카잘스에게 사사한 경험을 인용하면서, 미숙한 학생에게서 자잘한 장점을 발견해내는 스승의 좋은 교수법에 대해 들려준다. 마지막 연주회에서 영화 초반에 로버트가 건의했으나 수용되지 않았던 '악보 안 보고 연주하기'를 그 제안에 반대한 다니엘이 즉흥적으로 받아들이는 마지막 장면은 너저분한 화해로 해결책을 찾는 영화의 일반 공식에서 벗어나서 근사했다.    


* 재밌었던 대사. 
- "동점이면 보수파가 원하는 데로 해야지." : 악보 없이 연주를 해보자는 로버트의 급진적인 제안에, 4명 중 2명이 반대하자 그 제안을 했던 로버트가 웃으며 한 말. 
- "연주의 수준을 결정하는 건 제2 바이올린에게 달렸다." : 제1 바이올린 다니엘이 한 말. 

* 흠...
- 완벽주의자 다니엘이 혼자 리허설 할 때 보이는 그의 악보 위로, 자잘하게 남긴 수기 메모를 보며 공감. 
- 피터가 의사와 상담하는 차분한 화면에선 감정이입이 되어 눈물까지 흘렸다. 
- 고전 음악 연주자를 깔끔하게 연기하는 배우들을 보는 내내,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로망도 모처럼 커졌다. 

2013년 7월 11일 목요일

홍세화 김용택 이충걸 박찬일 서민 송호창 반이정 <세상에게 어쩌면 스스로에게>(황금시간) 출간

 총 7 필진(홍세화 김용택 이충걸 박찬일 서민 송호창 반이정)의 수필집  <세상에게 어쩌면 스스로에게>(황금시간)가 출간 되었다. 

이 기획물의 필진 제안을 받은 때는 작년 10월. 그 당시 기획물의 가제는 '세븐 7'이었다. 대선을 앞두고 정국이 잔뜩 과열된 시기여서 필자 모두 글에 몰두할 엄두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 가제 '세븐'의 기획안은 분야가 다른 7필진이 각기 7개씩의 에세이를 맡아 총 49편의 수필을 모으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 그런 모양새를 갖춘 에세이집이 나왔다.  

글을 쓰는 것보다 7개의 주제를 선정하는 데 가장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마 다른 필자들도 사정이 비슷했으리라. 
나를 평소 지배한 생각이나 각별한 체험을 중심으로 7개의 주제를 정했고, 그러다보니 불가피하게 개인사가 노출 되는 일이 많아서, 표현 수위를 조절하는 것 때문에 집필에 속도가 붙질 않았다. 
내가 정한 일곱 주제는 대략 '공상 취미, 미술비평, 필자의 삶, 직장없는 직업, 섹스, 자전거, 죽음' 이다. 



* 책은 오늘부터 구입이 가능하단다. 알라딘으로 책 구입. 

** 7월10일(수) 오전 10시. 출판사(다락원의 인문학출판부 '황금시간')를 찾아가 판촉에 필요한 책 60권에 서명을 하고 왔다. 이 날 작정을 하고 빠듯한 잡아놓은 일정을 모두 소화하고 귀가했다.
=> (2시간 취침) 오전 홍대역: '다락원' 방문 => 정오 청담역: 송은 점심미팅 => 예술의전당: 무하 오프닝 => 소격동: 아트선재 오프닝 => 상수역: 씨네21 담당기자 미팅.  




2013년 7월 9일 화요일

0709 까밀 리와인드 ★★★ + 테르마이 로마이 ★★★

7월5일(금) 14시. 아트나인. 노에미 르보브스키 감독 <까밀 리와인드 Camille Redouble)>(2012) 시사회.

별점: ★★★



 감독과 주연을 동일인(노에미 르보브스키 Noemie Lvovsky)이 수행한 영화. 때문에 자기애가 깊게 밴 영화.
시간을 역행하는 불가능한 시공 체험을 스토리의 바탕으로 깔고 있어서, 나이든 여배우(64년생)가 청소년 배역으로 등장할 때 평소 그 배우를 익히 아는 관객이어야 이 영화를 온전히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시간을 2008년에서 1985년으로 난데 없이 되돌려서, 주인공이 16살로 돌아간다는(그러나 스크린으론 나이든 모습으로 출연) 허구적 설정 때문에, 그 무렵 청소년기를 경험한 관객에겐 몰입의 지점이 일부 있다. 요컨대 Katrina & The Waves가 부른 'Walking On Sunshine'을 듣거나, 여성 삼인조 바나나라마의 노래 'Venus'가 화면 위로 깔리면서 1980년대필이 진하게 밴 전경을 스크린으로 지켜보는 체험 또는 주인공이 착용한 흰털 안감이 박힌 청자켓을 보며 지난날의 유행을 새삼 확인하는 재미가 있다. 

호평에 대한 개인적 기준 때문인지, <까밀 리와인드>에는 대략 맹점 두 개가 보인다. 
1. 시간을 역행한다는 기막힌 서사에도 불구하고 '확 깨는' 극적 반전이 거의 없다는 점. 
2. 감독 겸 주연 노에미 르보브스키의 자기애가 영화를 내내 지배한다는 점. 뭐가 되었건 자기 절제는 정말 중요하다.  


* 동시대 일상을 기록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영화를 통해 새삼 깨닫는다. 불화를 일으킨 두 사람 간 화해의 단서는 재회이거나 또는 지난 시절을 환기시키는 과거의 기록물이라는 걸 이 영화가 새삼 확인 시킨다.   
** 영화를 본 직후 중대 결심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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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5일(금) 16시30분. 용산CGV. 다케우치 히데키 감독 <테르마이 로마이 Thermae Romae)>(2012) 시사회.

별점: ★★★




원작 일본 만화를 시나리오로 쓴 영화. 
비현실적인 가상의 통로 웜홀(wormhole)처럼, 물 속(욕탕 속)의 임의적 구멍을 통해 동서와 시공을 순식간 오간다는 이야기가 영화의 축이다. 이런 번역물 영화를 판단하기 힘든 게, 평소 내가 혐오해온 슬랩스틱 코미디와 과장된 음성의 내레이션이 현지에선 어떤 '실제값'을 갖는지 내가 알 수 없어서다. <테르마이 로마이>는 시종일관 슬랩스틱 코미디와 중저음으로 내리깐 내레이션이 영화의 골격을 이룬다. 뉘앙스를 알 순 없어도 여전히 불편하다.  

과거 동양 서양 사이의 문화 식민화에 대한 알레고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혹은 예술(혹은 만화) 창작의 번뇌와 창작자의 자기 연민을 투영한 것 같기도 하다. 왜냐하면 만화가 지망생으로 설정된 여주인공이 영화 후반부에서 이 영화(테르마이 로마이)의 시나리오를 쓴 저자로 설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화가의 자의식이 투영된 영화같았다. 


일개 목욕을 엄연한 전문 영역으로 인정하는 일본인의 마인드는 오타쿠의 나라 답다. <테르마이 로마이>는 목욕에 대한 저자의 철학을 담는다. 병사의 피로 회복을 위해 목욕이라는 민감요법의 효험을 영화의 중심축으로 설정할 만큼, 목욕에 대한 심오한 철학이 영화(혹은 원작 만화)에 담겨있다. 또 만화책으로 둘러싼 만화가 지망생이 창작의 번뇌로 좌절하는 여주인공(혹은 원작자)으로 설정된 점도 이 영화를 자기지시적으로 보이게 한다. 

2013년 7월 8일 월요일

반이정의 예술판독기: 프라이탁(씨네21)

* <씨네21>(912호) '반이정의 예술판독기' 76회분. 내 연재는 지난 한 주를 건너 뛰어 이번주 홀수 호수에 실렸다. 다른 긴 원고를 막느라 시간이 없어서 늦게 집필을 시작했는데, 편집부에서 '지면이 차서 한 주 쉬어야 할 거 같다'고 문자를 보내왔다.
이번 호부터 약 4~5회 간 브랜드를 다루려고 한다. 그 첫 회는 '프라이탁' 



재활용과 감동의 플라시보


좌상. 트럭 덮개에서 일부를 도려내는 프라이탁 가방의 제조 원리.
좌하. 비엔나 프라이탁 매장 내부
우. 취리히 프라이탁 컨테이너 스토어


 뉴욕현대미술관의 소장품 목록 중엔 시중에서 판매하는 가방이 포함되어 있다. 제작년도가 1993년으로 찍힌 그 가방의 모델명은 F13 탑캣(Top Cat)으로, 이 가방 회사는 오늘날 전 세계에 400여 매장을 연 고가의 가방 브랜드 프라이탁(Freitag)이다. 뉴욕현대미술관이 소장한 가방은 프라이탁이 창립 당시 생산한 원년 제품으로 고증적 가치를 평가받은 셈이다. 시각예술의 발전에 대등한 기여도가 인정되면 상품마저 미술관의 소장품 요건을 갖게 된다. 비유하자면 프라이탁은 제품 구입자를 예술품의 적극 관람자처럼 유인하는 전략을 주요하게 취했다. 예술이란 단 한 점뿐이라는 믿음이 소싯적 이야기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예술품의 존재감이 유일무이한 원본성에서 온다.’는 세간의 두터운 오해를 상품이 차용한 것이 그 중 하나다. 

드넓은 트럭 덮개의 표면에서 특정 부위를 오려내어 ‘우연적인 시각 프레임’을 얻는 프라이탁의 미학도, 시중에서 판매되는 가방이 동일한 패턴을 무한 반복하는 관행적인 시각 프레임인 것과는 큰 차별점이 된다. 구입한 가방을 세상에 유일무이하다는 사실 역시 소비자에게 뿌듯한 자부심을 안길 것이다. 소비자에게 제품을 예술품처럼 인식시키는 유혹 장치를 끼워둔 것이다. 프라이탁과 예술 사이의 또 다른 연결고리는 제품을 진열하는 전시장의 알레고리에서 온다. 폐기 컨테이너 19동을 쌓아 올린 취리히 프라이탁 매장은 미니멀리즘 조각의 기하학적 규격과 정크아트의 재활용 미학을 결합시킨 구축물처럼 느껴진다. 

국가마다 정도 차이는 있어도 제품들을 규격화된 하얀 서랍 속에 차곡차곡 쌓아 감춘 매장 내부의 통일성은 시체보관소처럼 냉정한 인상을 주지만, 이는 화이트큐브(미술관)의 일반적인 인상을 차용한 것이다. 비록 자체 로고가 따로 있지만 세상이 프라이탁을 인식하는 로고는 취리히의 컨테이너 매장이나 하얀 서랍으로 통일된 전 세계 매장의 내부 전경이다. 예술의 생리로부터 프라이탁이 취한 중요한 알레고리는 정크아트 전통과 관련이 있다. 수명 다한 폐품을 미학적 대상으로 부활시킨 정크 아트의 미덕은 오늘날까지 사랑받는다. 자원을 재활용한다는 프라이탁의 에코백 윤리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예술’의 긴 전통과 일치한다. 

가방의 재질로 쓰이는 방수기능 갖춘 트럭 덮개뿐만 아니라, 가방의 손잡이와 끈은 폐기된 안전벨트와 자전거 바퀴를 재활용한다. 정크 아트와 다른 점이라면, 친환경에 기부금 내는 심정으로 감상을 넘어 그것을 구입하고 소유한다는 점이다. 전시장을 닮은 매장 안에서, 유일한 제품을 관람하다가, 선한 윤리를 담은 가방의 메시지에 공감하여 지갑을 열게 되는 공식. 매우 각별한 유혹 장치들이 프라이탁을 에워싸고 있다. 프라이탁이 내건 고가의 가격이나 환불불가 조건 따위를 전부 수용하지만 만족하는 플라시보 효과가 발생한다. 본래 예술의 존립은 관람자의 플라시보 효과에 크게 의존한다. 감상 가치와 사용 가치는 겹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예술의 작동 원리만 파악한다면, 어디건 응용해서 대박 날 텐데.



반이정: 미술평론가(원래 꿈은 배우). <중앙일보> <한겨레21> <시사IN>에 미술비평을 <한겨레> <경향신문>에 시평을 연재. 자전거 7대를 타고 다니는 자전거광. 네이버 파워블로거로 선정된 그의 거처는 dogstylist.com 

기타노 다케시北野武 무라카미 다카시村上隆

다카시: <3-4x10월>. 영화의 문맥을 벗어나 있는데 떡하니 영화가 되는 게 무척 좋았습니다. 

다케시: 촬영 현장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은, 영화라는 건 이런 거다, 하는 틀에 은연중에 사로잡혀 있어요. 거기서 벗어난 것은 안 하려고 해요. 

다카시: 다케시 선생님은 영화감독으로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도 개그도 버리지 않는 게 역시 대단합니다. 

다케시: 좋아서 하는 것뿐이죠. 유럽이나 미국 쪽 사람들은 왜 너는 아직 코미디언을 하고 있냐며 신기해해요. 그러니까 배신의 연속이랄까. 상대의 손 안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게 내 태도인 것 같아요. (중략) 고독하긴 하겠지만 하나의 세계에 갇히면 끝장이다 싶어요.

다카시: 저도 제가 붙들려 있는 아티스트라는 포지션에서 어떻게 빠져나갈까, 궁리하는 중입니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아요. 

--- <다케시의 낙서입문> 2004년책.


2013년 7월 6일 토요일

0706 미니 9년

 * 내 노트북 사용자 계정 화면.


7월6일(토) 우리 미니(개) 떠난지 9년째 되는 날. 
- 이른 오전. 내가 사는 6층의 창고로 쓰는 베란다에 올려진 지붕이 건축법에 저촉된다고 집주인한테 연락이 와서, 지붕일 임시 철거를 해야 한다해서 이른 아침부터 일꾼들이 와서 지붕을 떼어냈다. 덕분에 베란다에 세워둔 자전거와 잡지책을 모두 거실로 들여놨다. 
- 이른 오후에는 청탁 받은 원고를 8할 정도 썼고. 
- 늦은 오후에는 자전거를 타고 알라딘 중고서점(종로)에 가서 올 여름 떠나기로 정한 유럽의 모처에 관한 중고 여행서 한권을 구입한 후, 재동과 삼청동 일대의 전시 3개를 봤다. 그리고 사전에 약속 잡아둔 작가와 만나 저녁밥을 먹고 방금 귀가했다. 귀가해보니 미니 사진을 내가 탁자 위에 올려놓은게 보였다. 미니 떠난지 8년. 작년부턴 미니 살던 옛집에는 가질 않는. 


 거실 겸 주방의 창가 너머로 보이는 '지붕을 드러낸 활량한 베란다'로 동네가 보인다.

알라딘 중고서점(종로)의 입구에 그려진 벽화.

0705 스프링 브레이커스

7월5일(금) 20시30분. 상상마당 시네마. 하모니 코린 감독 <스프링 브레이커스 Spring Breakers)>(2012) 시사회.

별점: ★★★☆










 ★점으로 평점을 매긴 후로, '보류'를 택한 경우가 있었는데, <스프링 브레이커스>는 관람 전부터 '별점 보류'를 하리라 예상했던 영화다. 블록버스터 영화 중에 보류를 매긴 경우가 대략 두번 가량 있었다. (맨오브 스틸, ...). 내 취향에는 어긋나지만, 관객 다수에게 유의미한 볼거리가 되리라 판단되는 영화에 별점 보류를 매겼다.    

"일상이 무료하고 따분한 네 명의 여대생..."으로 즐거리를 요약한 <스프링 프레이커스>의 대략적인 밑그림이나, 비키니 여배우 넷의 노출증적 포즈 사진으로 잡히는 구글 검색의 결과나, 관련 검색어로 '스프링 브레이커스 노출'이 뜨는 정황들로 볼 때 별점 보류가 되리라 예측한 것이다. 설령 이야기 구조가 허약한들 제한된 관람시간 안에 관음가치를 압축해서 담고 있다면 그건 영화 관람를 위한 한 조건일 수 있다고 느꼈다. 나도 그 점이 궁금해서 이 영화를 보러 간 것이고.  

한데 네 여배우 중에 네임밸류가 상대적으로 높은 셀레나 고메즈가 영화 중반부에 화면에서 사라지는 설정부터 반전이었다. 관음가치에서도 가장 높은 여배우가 어째서 조기 탈락한걸까? 생각해보니 극의 후반에서 복수의 '남녀 혼성 결사체'의 반전이 시작되는데, 그때부터 노출빈도가 잦다. 셀레나 고메즈의 경력에 어울리지 않는 화면일 수 있다고 (배우와 매니저가) 판단한것 같다. 

영화 도입부는 미국의 봄 방학(스프링 브레이크)을 빌미 삼아, 스크린 위로 해변가, 테크노 사운드, 비키니, 섹스어필의 직설법, 형광색, 8등신 미녀들이 쏟아진다. 이제 출발을 위한 모든 준비가 갖춰진 셈이다. 그런데 봄 방학이 만든 여백은 관객의 상투적인 기대치와는 달리 성적 일탈의 길을 가진 않는다. 영화 제목이기도 한 봄 방학은 세속적 '윤리, 형법, 제도 교육' 모두로부터 일탈하는 전환점이 된다.  

<스프링 브레이커스>의 한계를 꼽자면 고메즈가 이야기에서 빠질 무렵 화면 위로 오버랩 되는 장황한 내래이션이 나오는데,  영화를 너무 설명조로 만든다. 또 비록 허물이랄 순 없어도 이런저런 극적 전환에서조차 염색머리 현란한 선글라스와 매니큐어 그리고 분홍색 후드를 뒤집어쓴 여대생들의 팬시한 외모가 위기상황을 위기로 느껴지 못하게 만들며, 급기야 스토리텔링을 화면의 노출증이 삼켜버리는 폐단을 꼽을 수 있다. 

남녀 결사체로 반전을 이루는 영화 후반부는 여러 버전으로 개봉된 <보니와 클라이드>('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로 국내에선 소개된 1967년 영화)의 버전업 처럼 느껴진다. 달라진 점이라면 <보니와 클라이드>처럼 허무주의적 결말로 낭만을 부추기려 하진 않은 점과, <보니와 클라이드>와 <스프링 브레이커스> 사이에 놓인 긴 세월동안 변한 여권신장(!)을 배역의 비중으로 확인시킨 점을 들 수 있다.   


* 시사회가 열린 금요일 저녁은 홍대의 유흥가와 영화의 들뜬 분위기는 동기화를 이루는 것 같았다. 시사회 상영시간이 너무 늦지만 않았어도(저녁 8시30분에 시작해서 밤10시에 끝남), 누구랑 함께 보고 금요일 밤 홍대를 즐겼을 텐데.  

** 여배우 넷. 너무 어려보인다. 틴에이지인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  레이첼 코린(1986년생) 바네사 허진스(1988년생) 애슐리 벤슨(1989년생) 셀레나 고메즈(1992년생) 

*** 이 영화 시사회를 보기로 결심한 또 다른 계기. 해외의 호의적 평가: "The film received generally positive reactions from critics."

2013년 7월 4일 목요일

0704 소더버그 감독 <사이드 이펙트>

7월1일(월) 14시 롯데시네마 건대.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 <사이드 이펙트 Side Effects>(2013) 시사회.

별점: ★★★★☆





별점평으로 '★다섯'을 주려다가, 최상의 자리는 남겨두는 게 낫지 싶어서 '★넷반'을 준다.

도입부부터 맘에 들었다. 간결한 크레딧과 동일한 폰트로 화면 위에 뜨는 영화제목하며, 구축적인 건물의 기하학적 파사드를 비스듬히 비추면서 시작하는 첫장면(이 장면이 마지막에도 데칼코마니처럼 겹쳐 나온다)에서 히치콕을 예견했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히치콕의 <싸이코>의 시작이 대략 이러하니까. 더욱이 에밀리(루나 마라 역)가 덤덤하게 칼을 휘두르는 장면은 곧바로 <싸이코>의 샤워장면을 연상시켰다.  

영화 후반부 반전 모드로 진입하기 전까지, 이야기의 중심축이 '의도되지 않은 인명살상의 딜레마'에 있는 줄 알았다. 덧붙여 그런 인생 딜레마와 연구비 지원을 명목으로 제약회사와 의사 사이에 오가는 검은 거래를 다룬 영화인 줄 알았다. 또 하나 덧붙여서 현대 사회생활이 초래하는 다채로운 절망을 우울증 치료제를 매개로 조망하는 영화라고 느꼈었다. '의도되지 않은 인명살상'이란 요컨대 이 영화에서 정신질환 혹은 약물 부작용으로 살인을 저지른 가해자나, 악의 없이 처방해준 약의 부작용 때문에 결과적으로 환자를 그릇된 길로 인도한 의사의 경우를 말한다. 이건 미필적 고의도 아닌 사소한 실수가 만든 거대한 불행 아닌가! 이런 부조리는 세상만사에 널려있으니 그런 인생 딜레마에 촛점을 둔 영화로 보면서 화면을 따라갔다. 
그렇지만....반전(자세한건 영화를 직접 보시길). 

* 영화 속 정신과 의사 뱅크스(주드 로)에 따르면,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의 착안을 꿈을 통해 얻었고, 폴 메카트니는 꿈에서 악상(가사?)을 얻었다고 말한다. 마감에 쫓길때면 나도 항상 꿈에 원고 주제에 대한 참신한 발상이 떠오르는데, 맨 정신으로 되돌아보면 참신하긴 고사하고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을 꿈이 재확인해준 것에 불과했다. 

** 주드 로 연기 맘에 든다. 이름을 낯익어서 그의 필모그래피를 찾아보니, 그가 '조연'으로 출연한 <가타카>(1997)를 본 게 전부인 듯. 

*** 스티븐 소더버그의 영화를 처음 본 건, 내가 최초의 연애를 하던 시절 애인과 함께 본 그의 화제적 초기적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1989)로 아마 1990년이었을 거다.

**** <사이드 이펙트>의 이야기구조는 복잡한 편인데, 자주 반복해서 보니가 독해력도 향상되는 기분이다. 보도자료에도 "굳어있던 뇌를 자극시켜 줄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음. 맞는 말.  팝콘무비에 신물이 났고, 관람의 긴박감을 유지한 영화를 보려는 분에게 강추. 

***** 시사회를 본 후, 상수동으로 이동해서 수리 맡겨놓은 롤프프리마 휠셋을 되받은 후 다시 홍대입구로 이동해서 선글라스 수리를 맡겼다. 기왕 홍대까지 간 김에 공저로 다음주께 출간될 어떤 책의 출판사의 미팅까지 해결하려 했으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다음주로 미룬 채 귀가했다.  

2013년 7월 3일 수요일

내가 페북을 안하다보니....


페북 소식을 외부의 지인들로부터 전해듣게 됨. 
6월27일 김달진 미술자료박물관의 '한국미술단체 100년' 오프닝에 갔다가 찍은 사진(엮인글)이 페북에 올려졌다고 주변 지인 여럿에게서 카톡이나 오프라인에서 만났을때 전해 들었다.  
내가 페북을 안하다보니.... 이렇게 건너건너 이야기를 들음. 
앞으로도 페북 하지 말아야지. 

2013년 7월 2일 화요일

0701 론 레인저 + 마스터

7월1일(월) 14시 왕십리CGV. 제리 브룩하이머 제작/ 고어 버빈스키 감독 <론 레인저 The Lone Ranger>(2013) 시사회.

별점: ★☆

 예술과 기술 사이의 공존에 관해 말할 때, 영화의 문학이 CG의 공학에 자리를 내줘도 무방한 무수한 사례를 찾을 수 있을 텐데, <론 레인저>도 그런 일례 쯤 될 거다. 슬랩스틱에 가까운 유모가 속출할 때마다 내 옆좌석 관객은 어찌나 크게 웃으며 좋아하던지. 열성 지지 관객층이 이렇게 포진하고 있으니 문학을 압도하는 공학적 영화가 이들의 여가를 풍요롭게 채워주는 걸 어떻게 탓하랴. 마스크가 널리 알려진 배우, 픽션의 무한한 허용치에 관한 과잉 사용 - 너무 허황된 상상력으로 전개되는 이야기, 그리고 식상한 결론까지. 지난번 <무서운 이야기2>를 보면서 했던 것과 똑같은 생각을 했다. 시사회를 좀 가려서 보자고. 한데 보지 않고서 어떻게 알맹이를 안담. 제작자나 감독의 색깔로 대략 식별할 따름.   

* 제리 브룩하이머가 만든 이런 블록버스터급 영화 시사회에는 꼭 입구에서 요원들이 카메라 소지여부를 검사 한다. 상영 중에도 스크린 좌우에서 요원들이 온종일 서서 관중석에서 촬영하는지 여부를 살피느라 애쓴다. 아니 그럴 바에 뭐하러 입장 전에 삼엄한 카메라 검사와 소지품 검사(금속 탐지기)를 해서 기분 잡치게 만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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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1일(월) 1630시 왕십리CGV.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 <마스터 The Master>(2012) 시사회. 

별점: ★★★★






1950년. 참전 후 PTSD. 로르샤흐 테스트. 사교적 치유 모임의 사이비 심리 테스트. 과잉행동장애.  
마음의 내상에 따른 돌발 행동과 배우들이 보여주는 비정상적으로 과격한 스킨십 그리고 이런저런 비정상적 심리 테스트의 회오리가 이 영화 <마스터>의 정중앙에서 태풍의 눈처럼 박혀서 돌아간다. 그래서 문맥을 짚느라 두뇌가 쉴틈이 없지만 독해가 풀리진 좀체 않는다. 그럼에도 이런 작품에 상대적으로 높은 평점을 주게 되는 이유는 연기, 이야기 전개, 생소한 소재 등 모두 기성영화와 다른 프레임을 보여주기 때문, 새롭기 때문이다. '좀 딴 거 없어?'라고 뾰로퉁할 때 이런 영화를 만나면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내 취향과 기호는 영화에서 심리상담 중인 마스터에게 딴지를 거는 어느 회의주의자에 훨씬 가깝고 그래서 <마스터>에 정서적으로 공감할 수 없지만, 그래도... 뭐. 


* 주연 '호아킨 피닉스' 관련 자료를 찾아보다가 깜짝 놀란 두가지 사실: 
1. 나이가 나보다 훨씬 어렸다(나는 그가 나보다 5살 정도 연상이라고 생각했다)  
2. 친형이 요절한 아이돌스타 '리버 피닉스'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