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8일 일요일

0428 베르디 아이다 (세종문화회관)


4월28일(일) 17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 관람.


<아이다>는 십수년 전 LP박스세트로 구입한 적이 있는데 지금 검색해보니 게오르그 솔티 지휘의 '데카'레이블 음반 같다.
구입만 해두고 동기부여가 잘 되질 않아 턴테이블에 LP판을 올린 기억이 많지 않다. 2막 후반에 나오는 '라다메스의 개선'이 <아이다>하면 흔히 떠올릴 수 있는 곡일 것이다. 직접 공연으로 들으니 1막에 초반에 라다메스 암네리스 아이다의 3중창도 들을 만 하더라. 'Possente Ftha(전능하신 푸타 신이여)'에서의 무대 세트는 모차르트 <요술피리>에서 밤의 여왕의 아리아를 연상 시키기도 했다. 집에서 LP로 들을 때는 대사를 보지 않고 음악만 들었는데 몰입할 만큼 귀에 붙는 곡과 선율이 없었던 기억이다. 이번 공연 때문에 처음으로 <아이다>의 스토리에 관해 알게 된 거다.  


 이집트 파라오왕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아이다>는 도열한 인물의 각잡힌 배열, 좌우로 밀려오는 세트나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병사의 동선, 좌우 균형감, 절제된 움직임, 걸핏하면 가오를 잡으면 등장하는 이집트 국왕의 자태, 그리고 계단형 무대와 합창단 등등 + 모차르트 오페라처럼 청각을 자극하는 감미로운 선율이 많질 않아서 흥겹게 감상하긴 부담이 크다. 자주 듣질 않은 오페라여서 '라다메스의 개선'처럼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선율이 아니면 감정이입이나 동기화가 잘 되질 않았다. 모차르트 오페라는 고전주의시대의 음악의 성향 때문인지 왕족의 이야기처럼 지배계급의 대사가 나오질 않고, 귀에 박히는 유명한 아리아와 합창곡이 많고 서곡도 들을 만해서 훨씬 많이 찾아 듣게 된다. 

베르디가 <아이다>를 초연한 게 1872년이므로 전기불이 보급된 시기는 아닐 것 같다. 한데 현대적 극장에 올려지는 <아이다>는  조명발이 한몫한다. 당시만해도 연기, 무용, 성악, 거대한 스케일의 무대까지 그랜드 오페라는 포괄적인 버라이어티쇼였을텐데, 조명을 어떻게 썼을 지 궁금했다. 오늘날은 다채로운 버라이어티쇼가 많은 만큼 최소한 무대미술은 한층 보완되어야 할 것 같았다. 

설정이 이집트 장군과 에티오피아 공주의 사랑이기 때문에 서구에선 '흑인 성악가'를 주로 캐스팅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더라. 

갈등 구조는 그럴싸하게 잡았다. 조국, 이뤄지기 힘든 연정, 배신, 짝사랑, 그리고 신분상의 차이. 
이야기 전개의 개연성까지 기대했다면 오바인진 몰라도 "모든 것은 운명일세"라는 말로 결말부를 순수한 남녀의 최후로 장식한 건 좀...  


* 맘에 남았던 아리아 가사. 

라다메스 "내 생각의 주인이며 생명의 빛이여!" 
암네리스 "내 마음 속에는 증오 복수 분노만 있도다!"  


 좌석 앞에 작은 모니터가 있어서 뭔가했는데, 배우들의 대사를 한글로 올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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