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10일 월요일

0610 퓨어 + 맨 오브 스틸

6월10일(월) 14시 왕십리CGV. 리자 랑세트 감독 <퓨어 Pure (원제:Till det som ar vackert)>(2010) 시사회. 


별점: 




 스웨던 영화답게 북유럽 억양을 곱씹으며 관람하는 재미가 있다. 예상대로 영화 <퓨어>의 평점에서 21세의 주연 알리시아 비칸데르 Alicia Vikander(1988년생)가 차지하는 비중은 실로 높다. 극중(배우의 실제 나이도)에선 20대 초반으로 출연하지만  서른살 이상 나이차가 있는 오케스트라 지휘자 아담(사무엘 플로러 Samuel Froler 1957년생)와 불륜에 빠지는 극의 설정 때문인지, <연인>에서 연상남과 연정에 빠지는 매혹 소녀 제인 마치나 <레옹>에서 중년 테러리스트와 미묘한 관계로 맺어지는 나탈리 포트만과 비교되는 것 같다. 말하자면 '로리타 콤플렉스의 20대 화신'버전 쯤 될까. 

알리시아 비칸데르 얘기를 좀 더 해보면 '불안정+미숙+순수'가 뒤엉켜서 흔들리는 그녀의 초조한 눈매는 그 나이 또래에서만 관찰될 수 있는 고유한 매력을 지녔다(그 또래 남녀는 자신이 지닌 매력을 깨닫지 못한다). 임시직으로 취직한 음악홀에서 카타리나(비칸테르)가 연주자나 성악가가 아니라 오케스트라를 총책임지는 권위적 지휘자와 눈이 맞는 설정도 세간에서 심심치 않게 목격되는 낭만적인 연상-연하 커플, 혹은 유부남-처녀 커플 사이의 관계의 본질을 추측하게 만드는 단서로 작용한다. 특히 지휘자 아담(사무엘 프뢸러)이 카타리나에게 책(키에르케고르, 쇼펜하우어...)을 추천하거나 그림과 음악을 보여주면서 카타리나의 자발적인 해석을 권유하는 장면은 연상 연하 남녀커플이 흔히 '사제지간'처럼 관계를 맺는 일반적 표정을 환기 시키기에 충분했다.  

알콜 중독에 빠진 교육 수준이 낮은 친엄마나 전형적인 비주류 문화에 젖어사는 동년배 애인으로부터 카타리나가 (우연히 유튜브로) 모차르트 레퀴엠을 접한 후 그녀가 맺어온 관계를 소원하게 선을 긋고, 세속적 신분 상승을 포함한 자신의 거듭남의 단초로 고전 음악 오케스트라 임시직 취업과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애인으로 선망하고 선택하게 되는 심리적 흐름도 보는 내내 읽을 거리를 던진다. 

영화 속 연인 관계가 숙명적인 불안정성 위에 올려져선지, 영화의 전개를 따라가는 내내 영화 스토리에 나는 감정이입이 깊게 되었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 동서의 문화적 격차 때문인 건지 아니면 나의 이해력 부족 때문인건지, 20살 가량 연하의 연인 카타리나에게 키에르케고르를 인용하면서 "용기만 있다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조언했던 남성 지휘자 아담이 극 후반에 보인 옹색한 변절은 납득하기 힘들었다. 계속 만난들 영화나 현실에서 이상할 게 하나도 없을 텐데. 유럽은 원래 저렇게 원나잇스탠드가 잦나....  

** 변심한 지휘자 아담의 마음을 돌리려고 카타리나가 진한 화장을 하고 레스토랑에 몰래 잠입한 장면을 보고 든 생각: "저 또래 여자라면 화장이나 성형의 도움 없이도 충분한 독보적인 매력이 있는데 저 나이 때는 그걸 알지 못해."  

*** Mozart 교향곡 25번 1악장이 흐르면서 영화가 끝난다. 교향곡과 중첩되면서 끝나는 마지막 장면에 카타리나의 환히 웃는 얼굴이 클로즈업으로 잡힌다. 이 장면은 맥락은 전혀 다르지만 히치콕의 <사이코> 마지막 장면에서 노먼 베이츠가 취하는 미소 장면을 연상시켰다.  



포스터에서 보다시피 '카본의 표면 재질감'이 살아있는 새로운 슈퍼맨 의상을 착용한 슈퍼맨 2013년 버전. 
관람 직전에 시사회 표 배부하는 매우 긴 줄이 있어서 놀랐다. '엠바고' 서약을 받느라고 시간이 지체된 거라고. 서약을 했으니 언급하진 않겠는데 털어놓을 만큼의 스토리텔링이 많은 영화는 아니다. 별점 보류는 엠바고 때문이 아니고, 이런 류를 소비하는 대중 관객의 취향을 내가 이해할 수 없어서 내린 결정이다. 오는 목요일 개봉할 거면 뭔 엠바고람? 웃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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