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30일 일요일

0629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세종M씨어터)




지난 4월28일 <아이다>(엮인글)에 이어 두 달여 만인 6월29일(토), 다시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봤다. 올해가 베르디 탄생 200주년인 모양. 관련 행사가 전 세계적으로 많이 열릴 모양이다. <아이다>의 공연장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인 데 반해, <라 트라비아타>는 세종M씨어터라는 작은 소극장에서 공연 되었는데, 내가 두 무대 중 <라 트라비아타>에 더 마음이 끌렸던 몇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그 협소한 공간성이다. <아이다>가 그랜드 오페라의 위용을 보완해줄 무대 예술을 보여주지 못한 채 부피만 황당하게 큰 공간에 내던져진 느낌을 준 감이 있다. <아이다>가 초연되었을 당시의 공연이 어땠는진 모르겠으나 이집트를 대상화시켜 대형 무대와 대형 합창곡으로 한창 스케일주의를 내세운 <아이다>가 미디어 시대에서 보완장치 없이 큰 공연장에 올려지니 그저 초라해 보였다. 또 대극장 특유의 격식이 지배하는 실내 공간도 관람을 살짝 위축시키는 부분이 분명 있다. <아이다>보다 <라 트라비아타>에 더 끌렸던 또 다른 이유는 <라 트라비아타>는 가끔은 전곡을 집에서 듣곤하여 익숙한 선율이 많아서다. 

<라 트라비아타>는 협소한 공간감 때문에 무대와 객석 사이의 근접한 보폭으로 마치 연극을 보는 친근감이 강하다. 더욱이 배우 3명 정도에 집중된 성악곡의 안배 역시, 합창곡으로 부담을 주는 <아이다>에 비해 마음을 열리게 한다.  

<라 트라비아타>의 드라마성이 강하다보니 이런 오페라의 배역은 가창력은 물론이고 캐릭터와 마스크를 갖춘 성악가 겸 배우가 촉망 받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시대에 지어진 연정의 표현들로 채워진 원작을 고스란히 현대 무대에 올리는 것보다 과감하게 원작을 현대화시켜야 할 것이다. 국내 사정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해외 오페라 무대에선 시대 공간을 완전 동시대로 설정하는 경우가 추세가 된 것 같다. 어제 본 <라 트라비아타>의 성악가들은 사랑의 스킨쉽을 연기하는데에서도 과도하게 조심하더라. 그래서 더 어색하다.   

자막 스크린이 관객의 앞 좌석 뒤마다 붙어 있던 <아이다>와는 달리 <라 트라비아타>에선 자막 스크린이 무대 전면 양쪽에 붙어있다. 이런 배치도 맘에 든다. 다만 스크린 자막을 통해 공연 전에 <라 트라비아타>의 전체 줄거리를 미리 알려주는 과도하게 친절한 해설 방식은 앞으로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그게 자청한 스포일러가 아니면 뭔가. 아무리 다 알려진 스토리라지만.    



* <라 트라비아타>에는 아름다운 듀엣곡이 서넛 이상 있는데, 2장의 비올레타와 제르몽의 듀엣이 맘에 든다. 성악의 선율에 맞춰 현악기 템포에 받쳐주는 파트가 특히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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