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6일 화요일

0415 파리5구의 여인


4월15일(월) 11시 왕십리CGV <파리 5구의 여인 The Woman in the Fifth>(2011) 시사 관람. 
아침에 깼을 때 너무 졸려서 갈지말지 30분간 누운 채 고민하다 결국 가서 본 영화.  '파리에 간 에단 호크'라는 영화적 설정 때문에 고민이 뒤엉킨 백일몽에선, 극중 상대 여배우로 줄리 델피가 나온다는 암시까지 받았다(물론 출연 안한다)

떨어져 사는 6살의 친딸, 임시 거처에서 만난 20대 여종업원, 문예모임에서 만난 미지의 중년 여인. 미국에서 파리로 건너와 가방을 분실한 소설가 톰(에단 호크)이 직면한 관계의 트라이앵글. 톰이 겪는 설명 불가의 체험과 모호한 결말은 (차기 소설로 돈을 벌 경우 소송으로 양육권을 얻을 수도 있는)친딸과 (그의 첫소설을 읽고 그에게 매료된)여종업원과 (문예모임에서 만난)중년 여인을 연결시키는 그의 차기 소설에 대한 작가적 긴장과 강박이 밀어붙인 허구인 것 같기도 하고. 그럴 경우 소설 쓰기에 관한 긴장을 다룬 소설 같기도 하고. 결과적으로 예술가의 뮤즈의 역할이었던 미지의 여인 마지트가 톰에게 건넨 말은 이런 추정의 타당성을 보강하는듯. "비극적인 상황을 겪은 당신은 정상에 오를 거에요." (나도 이와 유사한 격려를 주변 지인에게 때때로 해주는데...)


* 그 외의 미셀러니.

- 에단 호크와 파리라는 공간적 설정은 20대의 그를 배우로 각인시킨 <비포 선라이즈>에서 함께 열연한 프랑스 여배우 줄리 델피를 한쌍으로 떠올리게 만든다. 사전 시사회 정보에서 줄리 델피가 출연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도 백일몽에선 그녀가 상대 배우로 나온다는 생각이 맴돈 걸 보면. 첫인상은 장기독재자.  
- 큰 창이 붙은 거실과 닫을 때 완강한 소리를 내는 프랑스 가옥의 문짝들. 그립고 애착이 갔다.   
- 비일상적 서사와 모호한 변수들이 난립하는 드라마를 반복해서 해독하다 보면 두뇌의 보수화는 미연에 예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 청순한 마스크로 각인된 남자 배우의 나이든 면모를 거울 삼아 내 나이듦도 떠올렸다(에단 호크와 나는 동갑). 이것도 거울 뉴런(mirror neuron)과 연관이 있으려나? 
- 굵은테 안경을 착용한 에단호크의 나이든 얼굴 라인은 어떤 각도에선 미술사가 이인범을 연상시킬 정도다.
- 영화를 보는 내내 얼른 소모임이라도 하나 꾸려야지 하는, 그동안 연신 이행에 실패한 마음 속 다짐을 거듭 끄집어 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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