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7일(수) 16시 헬터 스켈터 시사회 (메가박스 코엑스)
사와지리 에리카 주연의 <헬터 스켈터 Helter Skelter>(2012)는 여배우의 높은 지명도 탓인지 노출 수위를 묻는 검색이 많이 이뤄진 모양이다. 관음적 욕구를 채워줄 만큼의 노출은 없다. 영화 초반부는 뮤직 비디오처럼 빠른 편집술로 형형색색으로 뒤덮인 동경 번화가와 미모를 쫓아 움직이는 루즈 삭스를 착용한 일본 여고생 무리를 스크린 한가득 쏟아 놓는다. 심심할 틈이 없는 서두다.
이 요란한 세리모니는 (주로) 여고생에게 '미모의 롤모델' 쯤 되는 극중 여자 연예인 리리코의 미모 아우라를 위한 작업이었다. 아르 데코와 라파엘 전파 풍을 차용한 싸구려 실내 장식 한 가운데에 인형 같은 외모의 여주인공이 놓인 영화다.
대다수 팬들의 욕구를 충족 시키려고 리리코의 마음 속에선 '서두르라'는 소리가 들린다. 미모와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 그녀의 전신에 가해진 불법 성형수술은 시술자의 말마따나 '새로운 가치관을 창조'하는 작업으로 그려 진다. 고가의 성형수술로 미모와 인기를 유지하려 하지만 변수는 있다. 떠오르는 18세 신예 후발 주자 코즈에의 출연은 어찌할 수 없는 것. 리리코와 그녀의 견제 상대로 나오는 18세의 코즈에를 각각 성형미인과 자연미인으로 설정한 건 리리코로 꼭지점 삼아 일본 사회의(한국도 마찬가지지만) 미모지상주의를 털어놓는 영화의 주제에 콘트라스트를 가한다. 이들의 지명도 경쟁은 가판에 깔리는 매거진들의 표지에 누구 얼굴의 출연 빈도가 높으냐에 따라 가시적인 승부가 갈린다.
잘 보면 영화는 삼각 구도 속에 있다. 리리코와 재계 및 정계의 고급 고객을 거느린 고가의 불법 성형시술의 연대, 이를 뒤에서 조사하는 검찰, 셀러브리티의 미모를 두고도 변덕쟁이처럼 내심을 알 수 없는 대중의 존재. 이런 삼각구도는 이 영화를 에로틱 스릴러 무비처럼 느끼게 한다.
사건을 맡은 검사가 난처한 처지에 놓였을 때 내놓은 대사를 재구성하면 대략 이런 의미였다.
"법이란 한낮 인간이 만든 규칙일 뿐이어서, 용감 사람만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 형형색색 현란한 화면이 많아서 상영시간 2시간15분은 너무 길지 않나 생각 됐다. 마지막 반전을 위해 여유시간이 필요했을 수도 있지만. 한데 정작 시간이 이렇게 많이 필요했던 이유는 서사의 긴장감 유지보다 인형같은 미모라는 볼거리를 향한 관객의 수요를 배려한 탓이 아닌가 싶다.
** 두 검사가 실종된 리리코를 회상하며 시부야 거리(아마도 ?)에 매달린 리리코 배너를 바라보는 장면이 영화의 마무리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그 장면에서 매듭짓는 건 가장 일반적인 방식일 텐데, 후발 신예 코즈에가 방문한 미지의 클럽 신을 각주처럼 삽입하며 끝냈다. 짧지만 쿨한 여운이었다.
영화 홍보차 여배우 사와지리 에리카가 내한을 한 모양이다. 난 모르고 시사회를 간 건데 끝나자마자 스탭들이 무대를 정리하고 배우를 소개하고 한국의 에리카 팬들의 화환 전달식까지 있었다. 곧 기자 간담회가 시작되었는데 나는 뒷문으로 조용히 나왔다.
시사회가 열린 메가박스 코엑스의 시사 입장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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