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8일 목요일

0107 와일드 ★★★★

1월7일(수) 16시30분. 왕십리CGV  <와일드 Wild>(2014) 시사회.

별점: 





감동의 승부수를 실화에 기초한 스토리텔링에서 찾은 영화가 연초에 두 편 이상 개봉했다. <아메리칸 스나이퍼>(엮인글)에 이어 어제 시사회로 본 <와일드>도 그랬다. 이 영화가 실화에 근거한 작품이라는 걸 마지막 크레딧이 올라올 때 알았고, 그 전까지 모른 채 봤다. 실제 인간승리 드라마를 허구적 시나리오로 다듬으면 감동의 밀도가 높아지고 관객의 동정표를 얻기 쉬워선지 영화 관계자들은 영화에 적합한 인간 승리 드라마를 찾는데 분주한 모양이다. 리즈 위더스푼이 연기한 셰릴 스트레이드는 멕시코 국경에서 미국의 서부를 종단하는 4,286km의 도보여행을 완수한 실존 여성으로, 이 영화의 근간이 된 그녀의 동명 자서전 <Wild: From Lost to Found on the Pacific Crest Trail>는 2012년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베스트셀러였다.  


영화 <와일드>의 포인트를 압축하면 크게 넷. 

하나. 심리적으로 허물어진 자신을 일으키는 초강수로, 인체적 혹사를 자청하는 게 있다. 이는 결코 쉬운 결정도 쉽게 완수할 과제도 아니지만 예외없이 대단히 효과적인 처방일 수 있다. 인체 고난을 자처하는 건 미워진 자기 자신에 대한 자학적 처벌과 격려의 기능을 함께 수행할 수 있다.  
멕시코에서 미국을 종단하는 이 장거리 도보여행은 PCT라는 약칭으로 불리는데, 주인공 셰릴이 PCT의 초반에선 "도보하면서 매 2분마다 한번씩 포기를 생각 한다"고 고백할 만큼, 초반부에는 많이 흔들린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등단 초기에는 글을 쓰는 내내 "탈고 한다"와 "이러다 못 끝낼 지도 몰라" 사이를 오간다.   

둘. PCT의 초반부 고비를 넘기고 중간 쉼터에 셰리가 도착한 후, 다음 경로를 준비할 무렵 노련한 사람이 그녀에게 준 간단한 조언도 영화의 포인트다. 산더미같은 셰릴의 베낭에서 짐을 줄이라는 조언이다. 이제까지 사용하지 않고 다만 예비를 위해 준비한 물품을 과감히 버리라는 것.  "지금 당장 중요한 건, 짐의 무게를 줄이는 거에요."  일상생활에서도 통하는 공식. 그럼에도 지켜지기 힘든 공식.  

셋. 과거나 미래에 대한 걱정을 잊고 '현재에 머물고, 자기 자신에 집중하는 태도'. 대략 이런 내용의 문장이 영화 후반부에 나왔는데, 근래 읽은 에크하르트 톨레의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Power of Now>에서 전달하려는 핵심 메시지와 일치하는 것 같다. 나는 평소 이런 '영적 스승'들의 메시지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못하는 정서였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다. 그렇지만 유념해야 할 지침이 된다는 것도 이제는 안다.  

넷. 셰릴이 PCT의 장거리 구간 곳곳에 마련된 방명록에 위인들이 남긴 말을 적는 장면이 나온다. 위인들의 말을 인용하는 행위는 자기를 격려하는 방법이고, PCT에 참여하는 익명의 도전자들에 대한 동지애와 배려이다. 위인들의 경구를 보고 읽는 건 자기를 격려하는 가장 친숙한 자기 주문 같다. 



* 감동 서비스의 효과는 궁지에 직면한 사람에게.  
* 친숙한 불편이 내게 있다. 이런 불편의 현명한 치유법은 그것의 제거이기보다 그것과 친숙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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