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27일(수) 16시30분. 왕십리CGV <망원동 인공위성 The Basement Satellite>(2013) 시사회.
별점: ★★★
시사회 입장에 앞서 러닝 타임이 108분인 걸 보고, 분량이 왜 이렇게 길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 송호준이 개인인공위성을 2013년 발사하기까지의 여정을 줄곧 추적하는 시나리오를 영화를 통해 확인한 후에야 그 긴 분량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편집이 긴 건 맞아보인다. 왠고하니 개인위성을 쏘아올리는 개괄적인 여정이라면 세간에 널리 알려짙 터라, 내러티브를 동어반복해서 확인하는 기분이 들기 쉽다. 내가 시사회에 함께 데려간 지인에게 영화를 다 본 후에 소감을 물어보니까, '솔직히 말하면, 너무 지루했어요'라고 털어놓더라. 나는 그렇진 않았는데...
시사회장에서 받은 두툼한 보도자료를 보니, 송호준이 2013년 최종 발사에 이르기까지, 2008년 OSSI 홈피를 만들어 개인인공위성 발사에 착수했고, 2010년 1/n라는 잡지에 개인인공위성 프로젝트 관련 기사가 소개되어, 티셔츠 1만장을 팔아 발사비용 1억원을 충당한다는 내용도 공개했단다. 그 후 발사 지연과 티셔츠 판매 부진에 따른 우여곡절을 겪고 2013년 결국 발사하게 된다.
흔히 인공위성하면 우주에 둥둥 떠 있는 거대한 안테나가 달린 비행체를 떠올리기 십상이므로, 한 손에 들리는 송호준의 '큐브형' 개인인공위성과 헷갈리면 안될 게다.
<망원동 인공위성>은 '개인인공위성 발사'와 관련해서 세간에 널리 알려진 스토리를 영화로 재구성한 점에서, 참신한 뒷얘기를 기대할 순 없다. 영화가 포스터나 보도자료에 자주 인용한 '꿈'과 '희망'을 전달하는 영화이긴 어렵다. 왜냐하면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을 5년여의 준비를 거쳐 최종 발사에 이르는 주인공의 스토리는 보통 사람에게 '반전의 현실감'을 줘야할 텐데 그렇지 않다. 개인인공위성 프로젝트 발상은 '비현실적인 공상을 현실로 이행하는 태도'에 높은 점수를 주는 예술계의 정서에는 호소할 여지가 크고, '남다른 기행'을 수집하는 매스미디어에도 큰 호소력을 지닐 테지만, '꿈가 희망을 찾는 좌절한 사람들'에게 엔터테인먼트 이상의 페이소스를 주긴 어렵다. 요컨대 대단치 않아 보이는 티셔츠를 1만장이나 팔아서, 발사비용을 충당하겠다는 발상도 꿈과 희망을 기대하는 관객에겐 호소력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의 요소여서, 극적 긴장감을 주지 못한다.
영화 후반부에서 이런 크레딧이 뜬다. "탑재된 송호준의 인공위성은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 온전히 제 기능을 수행하는 인공위성을 탑재하진 못한 셈. 이런 공학적 불완전성은 이 영화가 '꿈 과 희망'에 대한 영화가 아니라 어느 남다른 기인에 대한 전기로 봐야 한다. 영화 속에 삽입된 어느 방송사와 송호준의 인터뷰 음성을 들어보면, "쏘아올린 인공위성은 어떤 일을 수행하게 되나요?"라고 묻는 인터뷰어의 질문이 나오는데, 뒤에 나와야할 답변이 영상에서 사라졌다. 예술계에서 송호준 개인을 평가할 때 전례없는 기행에 높은 점수를 준 것이기 때문에, 인공위선의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는 공학적 실패는 문제가 아닐 게다. 그래서 송호준을 바라보는 비평적 태도와, 그를 다룬 다큐영화 <망원동 인공위성>에 대한 평가는 구분될 수 밖에 없다.
영화의 긴 러닝 타임 내내 스크린 위에 주인공 송호준의 모습만 집중적으로 편집한 것도 패착이라고 보는데, 약한 스토리텔링을 주인공의 모습으로 눙치는 것 같기 때문이고, 반복되는 모습도 긴장감을 약화시킨다.
* 송호준의 외부에서 행한 강연 영상을 몇번 본 적이 있는데, 미디어 시대 동시대 작가들에게 가장 유리한 능력인 프리젠테이션 능력을 꽤 갖췄더라. 더구나 미술계에만 예속되지 않고 다른 분야 관계자와 맺고 있는 인맥도 그에게 남다른 동력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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