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씨네21>(989호)의 '반이정의 예술판독기'114회.
파괴된 인체의 美
상좌. 신타로 카고의 그로테스크하게 파괴된 인체 그림
상우. 조엘-피터 윗킨, 입맞춤, 1982년
하. 멜버른 지하철이 배포한 <어리석게 죽는 방법>에 등장하는 사고를 당한 캐릭터들 2012년
“아름다운 이 사랑스럽고, 아름답지 않은 이 사랑스럽지 않다네.” 고대 그리스 결혼식에서 축가로 사용된 시구의 일부다. 고대 세계에서는 미와 추를 각각 선과 악을 표상하는 개념으로 썼다. 미의 본질을 이상적인 아름다움으로 보는 고전예술의 미학에 관한한 지금도 이견은 적을 것이다. 그렇지만 불쾌하고 흉한 감각을 미적 핵심으로 탑재시킨 예술이 분명 존재할 뿐만 아니라 추의 미학을 추종하는 열광적인 마니아도 많다. 고전 미학에 반하는 이른바 추의 미학은 특히 근대의 탄생과 함께 넓은 지지를 받으며 성장했다.
빅토르 위고는 흉한 얼굴과 기괴한 육체를 지닌 ‘노틀담의 꼽추’라는 총체적인 추의 캐릭터를 예술 무대의 주인공으로 세웠으며, 위고의 발명품을 계승한 후발주자들은 추의 미학을 밀어붙이기 위해 인체를 주저없이 절단 냈다.
일본 만화가 신타로 카고가 만든 캐릭터들은 절개되고 해체된 인체로 태연히 살아 숨 쉰다. 멜버른 지하철이 지하철 사고를 예방하려고 만든 국민 홍보 애니메이션 <어리석게 죽는 방법 Dumb ways to die>에는 무모한 실수로 목이 잘리거나, 머리가 터지거나, 감전으로 온몸이 잿더미가 되거나, 피라냐 물고기 떼에 뜯겨서 하반신이 사라진 캐릭터들이 춤추고 노래하면서 ‘열차 사고에 주의하라’는 메시지를 유유자적 전한다. 끔찍한 사고 장면을 표현했지만, 이 애니메이션은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다.이 알 수 없는 중독성의 원인은 잔혹한 현장을 유쾌한 캐릭터로 여과한 탓에서 찾을 수도 있겠지만, 검열로 일상에선 보기 힘든 참상을 직설적으로 묘사해서 후련함을 준 점도 무시 못할 거다.
파괴된 인체의 미를 만화나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하는 것과 달리, 여과장치가 없는 사진에 그것을 담는다면 충격의 강도가 비할 바 없이 클 것이다. 그럼에도 절단된 사지나 목 없는 시체를 피사체로 다루는 조엘-피터 윗킨의 사진은 흡인력을 지닌다. 이처럼 파괴된 인체를 재현하려는 욕구는 낭만주의 화가 제리코의 <절단된 사지 연구>까지 추적할 만큼. 그 계보가 든든한 편이다.
조엘-피터 윗킨이 그로테스크하게 변형시킨 인체를 자신의 화두로 정한 계기는 그가 유년시절 목격한 교통사고 현장에서 목이 잘린 시체를 본 경험에서 비롯된다. 기이한 느낌 혹은 ‘두려운 낯섦’을 뜻하는 ‘언캐니’에 대해 프로이트는 억압되었던 것이 복귀할 때의 감정이라고 풀이했고, 그 억압을 거세공포 같은 자신의 성욕 이론과 연결시켰다. 그래선지, 신타로 카고의 절개된 인체의 소녀나, 조엘-피터 윗킨이 연출한 여러 시체 사진은 죽음의 미학을 표방하면서도, 변장한 에로티즘을 숨기고 있다.
반이정: 미술평론가(원래 꿈은 배우). <중앙일보> <한겨레21> <시사IN>에 미술비평을 <한겨레> <경향신문>에 시평을 연재. 자전거 7대를 타고 다니는 자전거광. 네이버 파워블로거로 선정된 그의 거처는 dogstyli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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