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17일 화요일

0916 애프터 루시아 ★★☆ 0917 블루 재스민 ★★★☆

* 몇달 전부터 시사회 일정을 받아보면서, 챙기는 나만의 버릇이 있다. 관람이 낭패로 느껴질 때가 속출하면서 시사 영화에 대한 해외 평가를 사전에 검색해서 고득점 순으로 관람 리스트를 짜는 거다. 금주 시사회 상영작 중 해외 비평사이트에서 고득점을 받은 영화는 <애프터 루시아>와 <블루 재스민> 두편이었다. 그래서 양일간 한편 씩 봤다. 멕시코 영화 <애프터 루시아>는 내 기대에서 벗어났고, 우디 앨런 신작 <블루 재스민>은 배우의 연기력과 기본적으로 코미디 드라마에 기초한 쉴틈없는 플롯 때문에 보는 재미는 솔솔해서 관람은 권할 만하지만, 나는 ★★★☆ 주련다. 




9월16일(월) 16시30분. 용산CGV. 미셸 프랑코 감독 <애프터 루시아 After Lucia>(2012) 시사회.

별점: 


 사건의 발단은 '전적으로 현대적 애정행각'(!)이 낳은 해프닝이지만, 약물 복용(마리화나)이 보편화된 멕시코 청소년 문화도 또 하나의 사건 전개의 빌미로 쓰인다. 영화에서 청소년들이 피는 마리화나가 연상시킨 점도 있지만, 나는 멕시코 영화라는 사실만으로도 '멕시코 마약전쟁'이 떠올랐다. 멕시코 마약전쟁은 여전히 종결되지 않고 진행 중인 마약조직들 사이에서, 혹은 조직과 정부 사이에서 무력 충돌로 드러나는 멕시코의 긴급 사태다. 마약전쟁에서 조직들이 과시하는 보복의 결과는 너무 처참한데 그 얘긴 여기까지만.

<애프터 루시아>의 변별점을 두 개 들라 하면,  1. 영화의 이야기 전개를 모두 고정 카메라로 담고있다는 점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핸드 헬드나 크랭크 카메라가 한번도 없었던 거 같다. 고정 시점으로 무릇 분별없는 청소년기의 분방함을 담아내는데, 침잠된 화면에 담긴 청소년들의 집단 따돌림 행각은 훨씬 충격적으로 인지된다.   2. 한국과 남미 사이에 놓은 문화적 격차에 대한 간접 체험. 모든 영화가 국가간 문화 격차를 간접 체험시켜주겠지만, <애프터 루시아>가 포커스를 맞춘 주제가 하필 약물과 청소년들의 연애에 맞춰졌기에, 상이한 문화적 정서를 훨씬 실감하게 된다. 
수리 받은 차를 길에 버리고 주인공이 차를 떠나는 영화 도입부, 그 주인공이 일을 때려치는 상황에 대한 간접적인 설명도 없는 점, 그의 아내 루시아의 죽음 이후 전개되는 그와 딸의 생활이 이야기의 중심일 거라 믿으며 봤지만, 딸 알레한드라의 따돌림에 스토리의 거의 전부가 할애된 점, 모호하게 종결되는 마지막 장면은 영화의 쟁점을 오리무중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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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17일(화) 10시30분. 롯데시네마 에비뉴엘. 우디 앨런 감독 <블루 재스민 Blue Jasmine>(2013) 시사회.

별점: 






재즈(블루문), 우울증, 뉴욕. 우디 앨런의 신작. 
파국을 맞아 천국과 지옥 사이에 우울하게 낀 여성의 절망을 코미디가 뒤엉킨 허구적 이야기로 마무리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그 때문인지 <블루 재스민>의 마무리 장면은 아쉽고 싱겁다. 국외에서 쏟아진 이 영화에 대한 찬사는 거의 전적으로 상호 극단적인 캐릭터로 설정된 배우 서넛의 연기력의 덕일 것이다. 영화를 호의적으로 기억하게 만드는 가장 큰 공로는 언제나 배우(연기력)의 몫이니까. 영화가 전개 되면서 출연하는 능청맞은 캐릭터, 천박한 하류인생의 캐릭터, 허세에 찬 캐릭터를 연기력으로 섬세하게 구분시키는 연출은 계급 격차를 우습게 극명화시키기 때문에 관람의 만족도도 함께 높인다. 우디 앨런의 전작들의 가치가 (연출자 외에)연기자로서 우디 앨런이 영화에 기여하는 비중이 컸을 것이다. <블루 재스민>은 우디 앨런이 전적으로 연출자로 역할로 한정될 때의 영화 미감을 보여준다. 


* 억울하게 종결된 지난 과거사의 상처로 인해 혼잣말을 중얼대는 재스민(케이트 블란쳇)을 보면서 남모를 공감을 느꼈다.

* 영화에서 거짓 허세를 부리던 재스민이 새로 생긴 애인의 말에 응수하면서 한 대사.
    "뭔가 완벽할 땐 느낌으로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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