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8일 일요일

결혼식 감정

나와 비슷한 연배의 주변인들로부터 결혼 청첩장을 받던 시즌도 차츰 지나가는 추세이지만, 드물게 청첩장을 받은 들 내가 참석하는 일은 거의 없다. 전시 개막 초대는 잘 챙기는 편이어도, 결혼식 초대는 식장의 분위기 때문에 예외없이 어색하고 불편한 감정이 들어서다.   

상대적으로 퍽 가까운 지인의 청첩장을 받아서, 오늘 수년 만에 결혼식장을 가봤다.
식순에서 주례를 뺀 점, 사회자의 진행에 맞춰 결혼 커플이 중심에 선 점, 커다란 스크린으로 결혼 직전 이 커플이 만난 과정을 편집해서 영상으로 소개한 점, 커플의 친구들의 축하 메시지를 영상으로 편집해서 보여준 점 등은 색 다른 부분이었다. 요즘 커플의 영상을 식장에서 틀어주는 건 흔들림 없는 추세인 모양이다. 

기왕에 주례를 제외할 거면 사회자의 진행도 빼고, 커플이 전적으로 주도하는 결혼식이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뻣뻣하게 기립하고 있는 커플에게 이런 저런 식순을 사회자가 지시하는 것도 커플이 주도한다면 자연스럽고 파격적으로 보일 것 같아서다. 결혼식을 꼭 하겠다는 분들은 앞으로 내 말대로 시도해 보시라.  
  

결혼식도 세상물정이라는 큰 파이 중 일부일 텐데, "요즘은 결혼식을 주례 없이 이렇게 하기도 하는구나."하는 작은 배움도 얻은 자리였다. 그렇지만 결혼식장이 유도하는 어색하고 무안한 감정은 내겐 여전하다. 남의 결혼을 축하는 못해줄 망정 내 취향에 따라 이렇게 저렇게 평가하는 건 부자연스럽다. 그렇지만 행복했던 나날들을 촬영한 영상 기록이나, 천편일률적인 인사로 채워진 친구들의 축하말들로 편집된 영상의 나열을 보고 있노라면 그냥 웃어 넘기면 될 일 일텐데, 꼭 직업(비평가) 정신이 발동하고만다. 재미와 감동이 없는 천편일률적인 편집이 눈에 걸리고 만다. 커플 당사자만 기쁘면 될 일일텐데...  그리고 무엇보다 결혼식장 방문이 불편한 점은, 대리석으로 깔끔하게 마감한 결혼식장의 크고 넓직한 실내 공간 속에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결혼에 회의적인 입장인 터라, 가까운 친구들의 결혼 소식 앞에서도 나는 "결혼 축하한다"는 그 흔한 인삿말을 진심에서 꺼내 본 적이 없다. '두 사람이 재밌게 살면 좋겠다'가 내가 늘 하고싶은 말인데, 그렇게 얘기하자니 왠지 장황하거나 무성의한 거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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