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12일 수요일

0211 아메리칸 허슬 ★★★☆

2월11일(화) 1030시. 왕십리CGV. 데이빗 O. 러셀 감독 <아메리칸 허슬 American Hustle>(2013) 시사회.

별점: 







탐 크루즈를 닮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봤다. 크레딧이 올라올 때 비로소 그가 크리스챤 베일인 걸 알았다. 두 사람이 이상하게 눈매와 콧잔등이 닮은 것 같더라. 그만큼 <아메리칸 허슬>에서 크리스챤 베일의 외모 변신은 놀랍다. <머시니스트 The Machinist>(2004)에서 보여준 체중 감량의 정반대라고 보면 된다. 연기력을 보장하는 크리스챤 베일을 필두로 다른 주조연 배우들의 높은 연기 기량도 흥행의 요인이 될 거 같았다. 

2014년 아카데미 10개 부분 노미네이트 될 만큼 <아메리칸 허슬>의 자국 내 평가는 높은 모양이다. 나는 다만 1970년대의 미국 사회를 배경으로, 질펀한 음주와 부정한 커넥션이 만드는 인간 관계의 형성, 마피아의 개입, 거기에 서로를 속고 속이는 세속의 야비한 질서를 보여준 점, 그리고 배경 음악으로 그 당시 미국 대중음악을 깐 점-바로 이 점이 영화 관람을 재밋게 만들겠지만-때문에 동일한 시대 배경 속에 커넥션과 마피아와 당시 대중음악과 야만적 인간성의 진수를 보여줬던 마틴 스콜세지의 전작들이 자꾸 연상되었다. 가령 <카지노>(1995)나 <굿 펠라스>(1990) 같은 영화들 말이다. 

1970년대 무렵의 향수를 시청각을 동원하여 입체적으로 자극하는 이런 과거 회상형 영화는 올드팬의 귀환 본능을 자극할 수 있다. 이 영화가 대중적 관객에게 호소하는 보편적 세속가치는 "사람들은 자기가 믿는 걸 믿는다" 는 영화 속 대사처럼, 손쉽게 사기칠 수 있는 세속의 진부한 풍경을 보여줬다는 점일 것이다. 생존을 위해 서로가 높은 수의 사기술을 발휘하는 영화의 스토리에 따라 일의 부피는 복잡하게 얽히는데, 이처럼 복잡한 사기술로 뒤엉킨 이야기 전개가 속사포 같은 대사로 전달되는데, 자칫 번역된 대사로 상황을 판단해야하는 한국 관객이라면 이야기의 맥락을 쉽게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겠더라(나는 조금 헷갈리는 부분이 있었다). 

극중 캐릭터들의 무수한 사기술로 난처해진 주인공이 국면돌파로 내놓는 최종 해법도 역시 사기술인데, 예상 밖의 뒤통수 치는 사기술로 보긴 약간 맥이 빠졌다. 제법 봐줄만한 영화이고 상도 탓지만, 그 권위나 볼거리에 비해 내가 별점(☆)을 약간 인색하게 준 이유다.   
 

 
ps. 70년대를 다룬 영화에서 90년대 록밴드 Guns and Roses의 'Live And Let Die'이 틀어지길래 깜짝 놀랐다. 이 노래의 원곡이 70년대라는 얘기일 것 같아 집에 와서 검색해보니, 진짜 Paul McCartney & Wings의 노래가 원작이었는데 내가 모르고 있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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