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21일 금요일

0220 미스터 컴퍼니 ★★☆ / 논스톱 ★ / 레바논 감정 ★☆

* 작심하고 하루 시사회 3편을 연달아 보러 다니는 날이 드물게 있는데 어제가 그랬다. 그런데 내 기준에 3편 모두 대체로 실망스러워서 낭패를 본 느낌이어서 마지막 시사회를 함께 본 지인과 저녁술을 마심.  
** 10시30분 영화가 12시쯤 끝나서 시간이 2시간여 남길래 얘기로만 듣던 서울시청의 '시민청'과 '시청 도서관'을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2월20일(목) 1030시. 인디스페이스. 민환기 감독 <미스터 컴퍼니 Anxiety>(2012) 시사회.

별점: 



그나마 세 편 중 가장 낫다. 
인디스페이스는 2012년 서유럽을 다녀온 직후에 독립영화 <나나나:여배우 민낯 프로젝트> 시사회를 본 후 두번째 방문한 인디영화 전문 상영관이다. 윤리적 패션의 확산을 위해 의기투합한 인물들의 고군분투 생존기를 추적한 다큐멘터리인데 시장에서 그런 사업의 전개가 본디 어렵다보니, 영화 내내 주인공들이 내뱉는 자조적이고 절망적인 대사나 심리적인 위축이 화면 위로 너무 빈번하게 떠오른다. 그런 구성이 관객으로서 영화적 긴장감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든다.  

오르그닷 대표 이사 김진화와 이사 김방호( 혹은 여러 직원들)의 설전 장면, 혹은 직원들끼리 모일 때 대표이사에 관한 불만을 털어놓는 장면들은 아마 무수한 촬영분 가운데 일부 편집 부분일 것이다. 때문에 선택된 촬영분량만으로 두 갈등 주체 사이의 옳고 그름을 따지긴 어렵지만, 내가 볼때 선명한 근거나 전략 없이 주장을 밀어붙이는 쪽은 항상 이사와 직원들로 보였고, 영화를 보는 동안 내심 '의사 소통이 저렇게 안되는 사람들과 한 시공간에서 어떻게 살 수 있담' 하는 답답함이 밀려왔다. 조직 생활다운 조직생활을 거의 해본 바 없이 프리랜서로 사는 나에게 그런 답답한 감정은 안도가 되기도 하고 세상사의 무지에 대한 깨달음이 되기도 한다. 아무튼 영화로만 판단할 때 내 판단 방식은 대표이사 김진화 스타일에 가까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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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0일(목) 14시. 왕십리CGV. 자움 콜렛 세라 감독 <논스톱 Non-stop>(2014) 시사회.

별점: 



너무 형편없고 참담해서 이루 평하기 어렵다. 이걸 영화라고 내놓다니 관객 지성에 대한 무성의한 모욕이다. 
최신작이라 국외 리뷰를 참조하지 못했고 그래서 판단할 수 없어서 관람하게 된 액션물. 
작위적인 긴장감, 허술한 전개, 어설픈 부성애 따위로 점철되어 있다. 협박 시간에 맞춰 인질을 제거하겠다는 문자 메시지가 얼마나 '개연성 없이' 발생하는지 확인한다면 영화를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영화건 어떤 영화건 잦은 관람이 '추리와 예측 능력을 향상시켜준다'는 위안을 하면서 객석에 앉아 영화를 끝까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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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0일(목) 1640시. 왕십리CGV. 정영헌 감독 <레바논 감정 Lebanon emotion>(2014) 시사회.

별점: 
 국외에서 일부 호평 받은 영화의 경우 나는 전부 품질을 신뢰하지 않는다. 한국어 대사나 문화적 뉘앙스를 느낄 수 없는 '비모국어' 사용자라면 진부한 대사를 판독할 수 없고 어설픈 구성조차 동아시아적 신비주의로 오판하면서 관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김기덕의 국제상 수상이라고 나는 본다. 

김기덕 영화와 결코 동일한 스타일은 아니어도 <레바논 감정>도 그런 사례라고 본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 영화는 2013 모스크바 국제 영화제에서 'Silver George-감독상'을 받았단다. 물론 국외 수상만 있는 건 아니다. 같은해 전주 국제영화제에서 CGV무비꼴라쥬상도 받고 이런저런 국내 지원을 받은 것 같다. 이런 수상 배경에도 불구하고 영화로만 보면 대체로 실망스럽다. 영화를 함께 본 사람이 옆에 앉아있지만 않았다면 중도에 자리에서 일어났을 것이다. 볼만한 영화는 경험상 초반 20분 내에 대개 결정되고 이 경험칙은 거의 예외가 없다. 

죽음의 기운이 드리운 영화 서막부터 우울한 기운을 뒤집어 쓴 이 영화는 전형적인 독립영화필이 팍 꽂혀있고, 진부한 대사들마저 그런 독립영화 스타일 때문에 양해를 얻는 것도 같다. 노루를 잡으려고 산에 풀어놓은 덫으로 인해 인연 없는 여러 사람들이 엮이게 되는 이야기 구성은 나름 이야기의 질서를 만든 것 같아서 괜찮았다. 하지만 덫으로 엮인 인연 부분을 빼면 빈약한 대사들(가장 자주 들리는 대사가 상대방의 질문에 "네?"하고 되묻기다), 이야기 전개를 위한 무모한 시도들(여자가 산으로 올라갔다는 진술을 토대로 두 남자가 지리가 험한 산을 무작정 오른다는 설정 따위), 너무 심각해서 마치 철학자처럼 느껴지는 깡패인 가죽남자, 그리고 무수한 우연의 남발이 관객을 기다린다. 여자를 찾기 위해 동네로 진입한 가죽남자가 그 무수한 집들 가운데 그녀가 숨은 집을 '우연히' 찾아내어 그 집 옥상에 올라가서 온종일 기다린다는 따위. 오죽하면 가죽남자를 만난 그녀의 대사가 "도대체 어떻게 알고 온거야!" 일까. 영화예술에 허용되는 허구적 구성이라는 것이 있다. 하지만 이 정도라면 이미 허구적 상상력의 허용치를 한참 벗어난 거라고 본다. 

이 영화에서 건질만한 부분은 '가죽남자'로 출연한 장원영의 연기력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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