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20일 목요일

0219 모뉴먼츠맨 세기의 작전 ★★☆

2월19일(수) 1930시. 왕십리CGV. 조지 클루니 감독 <모뉴먼츠맨 세기의 작전 The monuments man>(2014) 시사회.

별점: 



 유명 배우의 감독 변신작이라면 기대감이 발생한다. 한국에선 배우 유지태의 장편영화 감독 데뷔작 <마이 라띠마>(2012)가 코리안 드림을 안고 불법 체류하는 동아시아 여성의 불행을 다루면서 현실 정치의 긴장을 유지한 것처럼, 정도 차는 있지만 2차 대전 직후 나치의 문화재 약탈과 미군의 회수 작전을 다룬 영화에 메가폰을 잡은 배우 조지 클루니 역시 과거사에 대한 정치적 태도를 견지한 점에서 유사한 출발선 위에 서 있다. <모뉴먼츠맨 세기의 작전>은 다른 영화들의 시사회를 볼 때 상영 직전 짧은 예고편을 통해 호감을 느낀 영화였다. 비중있는 영화들에서 배우로 출연한 필모그래피를 자랑하는 유지태의 장편 데뷔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너무 형편 없었다. 감독 조지 클루니가 주연까지 겸한 감독 데뷔작도 다른 출연진들의 지명도까지 합산한다면 높은 평점을 받긴 어려울 거다. 

<모뉴먼츠맨 세기의 작전>은 2차 대전 당시 실제 작전에 토대를 둔 영화다(위의 흑백 사진이 당시 나치의 약탈물을 회수한 기록 사진이다). 실화에 기초한 점은 역사적 교훈을 부각시키는 장점을 지니지만, 교훈 부분이 지나치게 부각되는 단점이 되기도 한다. 또 허구적 상상력을 제약해서 드라마성을 약화시키는 자충수가 되기도 하더라. 배우 출신 감독의 연출 미학은 '없는 사실을 지어낼 수 없었던지' 스토리 전개 지점에서 갈등과 긴장 파트가 너무 약하다. 영화에서 극적 긴장은 약탈물 회수를 위해 조직된 '모뉴먼츠맨' 팀의 일원이 전사하는 장면이나, 명화를 잔뜩 약탈해서 쌓아놓은 창고 안에서 명화를 무더기로 소각시키는 나치의 반달리즘 정도. 

약탈물로 '총통박물관'을 건립해서 자신의 치적을 미화하려한 2차 대전 당시 아돌프 히틀러의 야심에선, 한국으로 치면 군사독재자의 치적을 미화하려고 박정희 박물관을 건립하고야 마는 후대 지지자들의 열성이 떠오르기도 했다. 실험적인 모더니즘 예술을 혐오한 나머지 퇴폐미술전을 개최하여 독일 내 전위 예술을 퇴치하는 한편, 교전국들의 고전 유물을 약탈한 나치의 정책에 대해 영화 속 미술사학자 프랭크 스톡스(조지 클루니)가 "예술품의 약탈은 생활 양식을 붕괴시키려는 것이어서 회수해야 한다"고 정치가들을 설득하는 장면에서, 진시황의 분서갱유가 연상되었다. 문화를 삶의 기록으로 인식하는 서구인의 이런 정서가 문화재 회수 작전으로 이어진 걸테다. 이에 반해 토건사업을 경제발전으로 인식하는 공동체의 인식 때문에 끊임없이 부수고 새로 짓는 건설 마피아가 지배하는 한국 사회에선 기록물 보존은 안중에도 없는 일이다.  

<모뉴먼츠맨 세기의 작전>에서 긴장 파트를 약화시키는 지점이 크게 두개 있다. 약탈된 유물 회수작전에서 이야기 전개의 큰 축을 이루는 얀 반 아이크의 '겐트 제단화'와 미켈란젤로의 '성모자상'이 이미 무사히 회수되어 현재 보존되고 있음을 진작 알고 보는 관객이라면 긴장감 없이 영화를 보게 된다는 거다. 긴장 파트를 약화시키는 또 다른 지점도 겐트 제단화와 성모자상 자체에 있다. 이 두 작품이 우연히 종교 도상인 사실 때문에, 미군의 유물회수작전이나, 회수된 종교예술 모두가 인위적으로 신성시 되는 효과를 누린다. 이 점이 대중 정서에 호소하는 낮은 수처럼 느껴진다는 거다. 

나치가 약탈한 유물과 금괴를 은닉한 광산의 자태를 보여주는 화면에선 연출자의 의도가 어떻건 인생무상이 느껴졌다. 특히 나치가 강제로 뽑았을 엄청난 양의 금이빨이 포대에 가득 담긴 무상한 장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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