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28일 금요일

0227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

2월27일(목) 14시. 왕십리CGV 웨스 앤더슨 감독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The Grand Budapest Hotel>(2014) 시사회.

별점: 







영화 한편에 쟁쟁한 출연진들을 이렇게 무더기로 기용한 경우는 흔치 않을 거다. 출연진은 이렇다: 레이프 파인스, F. 머리 에이브러햄, 마티외 아말릭, 에이드리언 브로디 ,윌럼 대포, 제프 골드블룸, 주드 로, 하비 카이텔, 빌 머리, 에드워드 노턴, 세어셔 로넌, 레아 세이두, 제이슨 슈워츠먼, 틸다 스윈턴, 톰 윌킨슨, 오언 윌슨, 밥 발라반. 하지만 명성높은 라인업의 배우들은 이 영화 안에서 짧은 시간 자기 배역의 핵심만 수행한 후 화면에서 사라진다. 이렇듯 기용된 배우의 배역 안배와 연출도 전에 없지만 무엇보다 전에 없는 건 화면 구성이다. 비유하자면 '팀 버튼식 환타지를 꽉 짜인 영국식 정원의 구성' 속에 끼워넣은 것 같달까. 화면 전환 속도는 일반적 영화처럼 빠르고, 역동적인 신도 많지만 안정된 정중앙 구도와 좌우대칭 구도라는 틀 안에서 이뤄진다. 거의 예외가 없다. 카메라 앵글이 바뀔 때조차 70도나 40도 각도가 아니라 각잡힌 90도나 180도의 회전을 유지한다. 동영상이 형식주의 정지 화면에서 구현된다고나 할까. 

형식주의적 스크리닝 때문에 미술의 질감을 계속 의식하면서 관람하게 되는데, 화면의 형식성 외에도 강박적인 붉은색으로 도색된 구식 엘리베이터의 실내마저도 그런 미술의 언어를 차용한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의 서사에 전환점이 되기 위해 등장하는 것도 미술작품이지 않던가. 반 호이틀의 '사과를 든 소년'.  그뿐 아니라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호텔 로비는 에드워드 호퍼의 실내를 연상시키는 색감과 구도를 띠고 있다. 험악한 살인(가령 참수)조차 탐미적인 재현을 따르기에 결코 끔찍하다는 인상이 남지 않고 그런 장면마저 익살 맞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엄정한 수직선과 수평선 위에서 팽팽한 속도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야기 자체만 놓고 보면 숙련되어 있진 않다. 그러나 연출자가 중점을 둔 건 촘촘한 개연성에 의존한 이야기 전개가 아니라, 질서있게 순서대로 밀려나오는 이야기 전개 방식을 통한 차별화인 것 같다. 그런 점에선 차별화에 성공했다. ★★★★☆를 준 가장 큰 이유는 변별력 획득이다. 배우의 영국식 발음이 고유한 이국성을 체험하게 하는 영화들은 흔히 있지만,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영국식 발음을 일종의 기민한 영화적 장치로 사용하고 있다. 화면의 엄격한 질서나 꽉 짜인 구성과 영국식 발음이 서로 유기적으로 지각된다. 그런 연출의 원칙은 영화 속 호텔 로비 보이의 '무거운 입(침묵)'의 원칙과도 동기화 된다.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스토리텔링의 방식, 네임밸류 높은 얼굴들의 총출연, 빠른 화면 전환과 안정된 화면 구도 등, 지루하지 않고 즐겁게 관람할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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