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26일 수요일

0226 탐욕의 제국

2월26일(수) 14시. 인디스페이스. 홍리경 감독 <탐욕의 제국 The empire of shame>(2014?) 시사회.

별점: 보류 






맨 위 사진이 영화 첫 장면에 편집되어 나온다. 흰 방진복 차림의 삼성 반도체 엔지니어와 직원들의 한참 과거의 기념사진들을 배경에 깔고 내레이션이 흐르면서 영화가 시작한다. 시사회장에 들어가기 앞서서 현재 진행형인 사회 쟁점을 취급하는 이런 다큐멘터리는 별점으로 완성도를 구분짓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대로 별점 평가를 주저하게 되었다.

삼성반도체나 삼성LCD에 근무한 직원들에게 생리불순이 오고 심한 경우 백혈병이나 종양이 생겨 투병하고 사망하자, 환자/사망자와 그 가족들이 삼성과 삼성 측을 두둔하는 근로복지공단 등을 대상으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는 과정을 담았다. 백혈병이나 종양에 걸린 삼성 반도체 직원의 발병이 반도체 작업 공정과는 무관한 우연적인 것이라며 산재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게 삼성과 삼성을 두둔하는 측의 입장인 거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을 대상으로한 소송에서 일부 승소를 하는데, 최종적으로 어떻게 되었는지 내가 영화를 통해 읽어내질 못했다. 나중에 자료를 살피니 일부는 승소를 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이 다시 항소를 했다고 나온다. 또 삼성측과 피해자 측의 교섭도 작년말 파행을 겪었다고 한다. 

<탐욕의 제국>에서 한가지 아쉬운 점은, 기왕 현재 진행형 사회 쟁점을 세상에 환기시킬 목적이 큰 다큐멘터리였다면 수술 후유증 때문에 시력 언어 보행 등에 1급 장애가 온 반도체 회사 직원 한혜경의 잘 들리지 않는 대사나 감정에 복받쳐서 드문드문 끊어서 말하는 여러 출연진의 대사들은 한글 자막으로 처리해줬으면 좋았겠다는 거다. 또 아무래도 반도체 작업 공정에서 발생하는 인체 유해 화학물질에 관해서는 이해가 어렵기 때문에, 삼성반도체와 피해자 가족들의 대립구도를 좀 체계화된 도표나 그림으로 화면 중간 중간에 정리를 해줬으면 나을 뻔 했다. 삼성 건물 앞에서 시위를 가로막는 보안업체 직원들 앞에서 무력해지는 피해자들의 감정적 격앙과 무력감을 볼 때면 눈물도 흐르지만, 그럼 감정적인 호소보다 논리 정연한 해설표나 진행도를 화면 중간중간 띠워서 이야기의 진도를 관객이 따라오게 만드는 편이 다큐멘터리의 취지에 더 부합했을 거다.  

여러 피해자 중에서 삼성반도체에 다니던 자식과 남편을 잃은 어느 애비와 어느 아내의 삼성반도체를 향한 투쟁의지는 정말 남달랐다. 삼성 측의 진정한 사과나 산재에 대한 인정 없이 큰 보상금으로 이 사태를 눙칠 순 없다는 점을 이 두 사람은 결연한 다짐으로 보여준다. 

삼성 건물 앞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시위를 시민들이 무심히 보고 지나치는 장면에선 스티브 맥퀸의 <노예 12년>에서 학대받는 노예의 모습에 아랑곳 않고 동료 노예들이 자기 노역에 무심히 몰두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부조리의 일상화에 공동체가 정서적으로 무감각해진 상태. 


* 마지막 크레딧에는 영화제목 뒤로 2014라고 적혀있었지만, 이미 2013년부터 여러 영화제들에 반복해서 초대된 영화다. 공식 개봉은 오는 3월6일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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