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2일(월) 14시. 왕십리CGV. <더 바디 The Body / El Cuerpo>(2012) 시사회.
별점: ★★☆
후반부 반전으로 잃은 점수를 조금 만회할 순 있었어도 만족도가 높은 스릴러물은 아니었다. 시체 검시소에 보관 중인 시체가 사라졌고 시체의 행방 여부 혹은 시체의 사망여부까지 의심받는 사태로 번진다. 단서는 경비원이 달아나는 모습을 담은 CCTV 화면 정도.
범인을 사전에 노출시키는 건 <형사 콜롬보>의 형식이었지만, 행방 불명된 시체가 어쩌면 살아있을 지도 모른다는 꾸준한 암시 때문에 범죄가 성사되었는지 여부마저 불투명해진다.
후반 반전을 통해 살인 사건이 복잡하게 읽힌 배경과 아주 오래 준비된 진짜 범인의 계략이 백일하에 드러나지만, 그럼에도 어색하고 미숙한 짜임새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살인 용의자와 그를 수사하는 형사의 대비를 아내를 깊이 사랑했던 이(형사)와 정략결혼 후 아내를 살인한 이(용의자)로 대비시킨 구성은 괜찮았으나 범죄의 내막에 관해 휴대전화로 내연녀와 스스럼 없이 통화하는 용의자의 태도를 통해 범죄의 흐름을 관객에게 이해시키는 연출 방식도 미숙했고, 형사의 불운한 가족사를 범인과 엮어나간 구성도 어설펐다.
ps. 전개 과정을 나름 눈여겨 봐야 할 스릴러물이건만 내 주변에 코를 고며 자는 관객이 있어서 깜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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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8일(목) 16시30분. 왕십리CGV. <도희야>(2014) 시사회.
별점: ★☆
대중적 지지에 호소해야 하는 영화의 완성도를 판단하는 건 딜레마다. 현시대 대중의 보편적 기호를 고려하면서 동시에 작품의 독보성까지 갖춰야 최선일 거다. 당대 스타로 라인업을 짜는 것도 대중 기호에 답하는 손쉬운 방책일 것이다. 스타를 기용한 영화가 실망스럽다면 훨씬 가혹한 점수를 주게 되는데, <도희야>도 그 경우에 해당한다.
스타를 포진한 국내 개봉작은 언론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는다. 아무 예고편 방영 없이 정시에 상영을 시작한 <도희야> 시사회는 두개의 상영관(7관 8관)에서 상영 되었고 기자 간담회가 뒤이어 열렸다. 간담회에서 배우들이 돌아가며 인사말을 하는 순서 중에 송새벽은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해요."라고 웃으며 인사를 했다. 기자회견장이니 그렇게 말할 밖에 없었겠지만, 나는 관객의 일반적 기호는 물론이고 배우의 경력에도 부합하지 않는 작품이라고 봤다. 기왕에 연기력이 확인된 배우에게서 연기력을 느낄 수 없다면 그 책임의 절반 이상은 연출자에게 있다고 나는 본다. 배역의 존재감을 확인시키는 방법으로 막무가내 욕설을 내뱉은 연기를 한 게 거의 전부인 송새벽이 '괜찮은 영화'였다고 말하다니 아이러니다.
영화는 2시간 분량이지만 길게 스토리를 전달할 필요는 없겠다. <도희야>에서 스토리를 전개하는 동력은 과음이다. 시골에서 오지랍 넓은 막무가내 사내의 상습적인 과음(외부를 향한)과 시골로 발령받은 여성 파출소장의 자기상처 치유용 과음(내부를 향한)이다. 과음의 막무가내처럼 영화의 스토리 전개도 개연성을 무시할 만큼 막무가내로 전진한다. 무수한 우연들이 남발하며(여성 파출소장은 자신과 향후 엮여야 할 소녀 도희가 어려움에 처하는 순간마다 우연적으로 그 자리에 나타난다. 파출소장이 서울에서 내려온 친구와 상봉하는 결정적인 장면은 '우연히' 막무가내 사내가 목격한다. 이 쯤 되면 허구적 설정의 한계치를 초과한 거다). 고발인의 진술과 파출소장의 어설픈 변호로 인해, 파출소장이 고발 당일 바로 철창에 갇힌다거나, 파출소장에 대해 시골 현지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의 변덕을 노골적으로 전달하는 표현법도 성찰이 약한 연출 같았다.
우연의 남발과 쌍두마차를 이끄는 불편은 연출의 상투성이었다. 여성 사이의 사랑이 <도희야>의 한 축임에도 그것을 그려내는 방식은 과연 여성 감독이 맞나 싶을 만큼 남성적인 시선으로 그렸다. 그 점이 어색하고 불편했다. 시골 사람을 막무가내 억지를 부리는 인간형으로 그린 상투적인 묘사처럼, 여성 동성애의 묘사도 빈약한 연출의 결과라고 본다. 아무리 시골마을에 부임한 여성 파출소장이지만 공권력에 주저없이 대드는 막무가내 시골 현지인의 행패를 그리는 것도 빈약한 연출이라는 점에서 같다. 기왕에 군산 출신인 송새벽을 제하면 배우들의 영 어설픈 전라도 사투리 구사를 듣는 것도 고역이었다. 이마저 대중적 눈높이를 고려해야 하는 대중영화의 딜레마로 봐줘야 할까?
* 기획/제작에 이창동이 참여해선지 경찰서장 역에 문성근이 짧게 특별출연한다. 한시적으로 정치인 신분이기도 했던 이를 스크린에서 만나자 비현실감이 느껴졌다.
** 통속적 기호를 내러티브를 짜고, 난데 없이 비키니 차림으로 등장하는 여성 파출소장과 한창 발육중인 소녀의 인체와 연예인을 흉내내는 그 소녀의 개인기를 내세운 영화. 그리고 칸 영화제 초청이라는 비평적 근거까지 갖춘 이 영화가 국내에서 상업적으로 성공할까? 이 모두를 고려하더라도 나는 국내에서 호응을 받지 않으리라고 내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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