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8일(수) 14시. 롯데시네마 건대.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The Hundred-Year-Old Man Who Climbed Out the Window and Disappeared >(2013) 시사회.
별점: ★★
해외에서 꽤 높은 평점을 받은 걸 확인해서 보러 갔는데 만족도가 매우 낮다. 귀가해서 재확인해보니 내가 본 평점은 시나리오의 토대가 된 원작 소설에 관한 평점이었다. 상단의 격자무늬 디자인 그래픽은 영어판 원작 소설의 표지란다. 100세의 노인이 고령 때문에 어리숙하고 재밌는 언행을 일관되게 한다는 사실을 소설 텍스트로 접한다면 우스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화면으로 옮겨진, 실제 인물의 액션으로 그런 노인의 언행을 접하는 체험은 영 아니올시다였다.
폭탄제조에 순수한 흥미를 지닌 소년이 성장하면서 우연히 역사적 실존인물들(프랑코, 오펜하이머, 스탈린, 레이건....)등을 차례로 만나서 정치적 도움을 주며 우애를 쌓는다는 원작 소설의 설정 또한, 실제 인물이 연기로 구현한다면 훨씬 정교한 장치나 배려가 필요했을 것 같다. 하지만 영화는 신파와 우연의 일치로 일관한다.
영화에 대한 나의 실망이야 아랑곳하지 않고, 적지 않은 관람객이 장내에서 박장대소를 하는 걸 봤다. 나와는 대조적인 관객들의 반응은 목격할 때마다 나를 매우 놀라게 한다. '저게 그렇게 재밌단 말인가'
* 주인공이 유년시절 아빠로부터 선물받은 구형 카메라로 역사적 인물을 갑자기 촬영하는 장면이 계속 나오는데, 나름 중요한 설정 같은데 영화를 보면서는 이 장면이 왜 삽입되었는지 납득이 되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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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8일(수) 16시30분. 롯데시네마 건대. <베스트 오퍼 The Best Offer>(2013) 시사회.
별점: ★★☆
<시네마천국>의 쥬세페 포르나토레 감독의 신작으로 해외에선 작년초 개봉했다. 음악도 엔니오 모리코네가 담당했다. 반전을 높게 쳐주는 성향이지만 <베스트 오퍼>가 내놓는 반전은 억지스럽고 원인이 규명되지 않는 반전이었다. 그나마 ★★☆를 준 건 TV와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고, 작품의 진위를 직관으로 판단한다는, 완고한 영국 경매사 역의 주연 배우의 제프리 러시의 연기력과 허술하지만 꽤나 애쓴 듯한 스토리의 짜임새 때문이다. 예술품의 진위 판독과 연애 감정의 진위 판독을 나란히 두 축으로 끌고 간 점도 단순한 구도지만 괜찮았다. 경매사 버질이 오랜 경험을 통해 "위조품은 예외없이 진품의 미덕을 간직하는데, 진품의 미덕이란 자기표현이다"라고 밝힌 그의 소신이 반전되는 영화의 결말과 어울리진 않았다.
반전을 통해 이해는 했지만, 반전이 되기 전에 여주인공이 보인 변덕과 그에 분개하는 버질의 태도를 보며, '변덕의 진입장벽을 극복하지 못하면 연애라는 게임은 시작조차 못하리'라는 생각을 했다.
영화에서 인용되는 자동기계를 발명한 보캉송 Jacques de Vaucanson의 실제 발명품을 검색해보니 영화에서 등장하는 인물형 로보트와는 차이가 너무 컸다.
은밀한 경로로 세계 명화 가운데 여성 초상화들만 수집해서 벽 전면에 걸어둔 경매사 버질의 비밀 창고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초상화가 보여서 살짝 당황.
그럭저럭 재밌게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높은 평점을 주기는 어렵다. 반전에서 어째서 세명/팀의 은밀한 공모가 이뤄질 수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고, 사건의 무대인 고택의 실제 소유주가 따로 있었다는 마지막 반전도 너무 억지스럽다. 보캉송의 작품으로 소개되는 18세기 부품들을 반전을 꾸민 세명/팀이 어떻게 장만했는지, 또 그 부품을 어떻게 경매사가 발견했는지 등이 해명되지 않는다. 제 아무리 영화사의 거물의 신작이라지만 빈틈이 너무 많다. 또는 거물에게 거는 우리의 기대가 너무 컸거나.
영화 말미에 여주인공의 과거 추억이 깃든 체코 프라하 광장이 언급 되길래, 귀가해서 <광장 Square of Europe, Square for Europe>을 뒤져보니 체코의 '구시가 광장'이란다. 오랜 시계탑과 종탑 사이에 놓인 고색창연한 도시 사진이 삽입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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