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2일(수) 1030시. 롯데시네마 건대.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 <트리쉬나 Trishna>(2011) 시사회.
별점: ★★★★☆
남녀 주인공, 트리쉬나 역의 프리다 핀토Freida Pinto와 제이 역의 리즈 아메드Riz Ahmed 모두 매력있는 연기자였다. 서사의 완결성과 무관하게 캐스팅된 남녀 주연의 호감도에 따라 영화에 대한 호의적인 감정을 좌우될 수 있는 영화 같았다. 인도 오시안 지역의 이국적 도시 전망을 카메라가 흝는 <트리쉬나>의 도입부가 일단 마음을 들뜨게 만든다. 인도를 향한 보편적 판타지는 고사하고 계급차별을 초월적 가치같은 명분으로 외면하는 나라라는 인식이 내겐 강한 곳이 인도였다. 그럼에도 카메라가 스케치한 인도의 도시 전망은 언제고 한번 방문하고픈 시공간으로 느끼게 했다.
인도 변방의 여행지로 여행을 간 어느 부유한 젊은 남성, 호텔업 외 여러 사업을 거느린 부유한 부친을 가진 어느 서구화된 고위 계층 남성 제이가 등장한다. 그가 궁핍한 생활을 하는 인도 현지의 평균치 가정 출신 19세 여성 트리쉬나를 첫눈에 반하게 된다는 이야기. <트리쉬나>의 대략적인 스토리는 이처럼 부유한 남성과 가난하고 궁핍한 젊은 여성의 사랑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때문에 예견된 경로를 벗어나기 힘든 구성을 지닌다.
부유한 가계에서 자라 서구화된 인도 남성 제이가 젊고 가난한 인도 현지 여성 트리쉬나를 사귄다는 설정은 얼핏 오리엔탈리즘의 현지화된 변주 같기도 하다. 그런데 최소한 영화 초중반부까지는 여유 있는 남성이 여성을 성적 노리개로 삼는다는 식의 천편일률적 설정을 따르지 않는 점이 관람의 긴장을 늦추지 않게 한다. 하지만 그런 설정은 양날의 칼 같기도 하다. 왜냐하면 아무리 첫눈에 반한 사랑 때문이라지만 부유한 남성에서 젊은 연하의 여성을 향한 무조건적인 시혜라는 영화적 설정이 어느 순간부터 관람의 긴장감을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더구나 궁궐을 개조한 호텔 관리자가 된 남성 제이가 이제까지의 트리쉬나에 대한 배려심을 접고, 16명의 왕비를 거느렸다는 궁궐의 왕처럼 행사하는 급변은 영화적으로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전근대적이고 영세한 인도 대가족이 한방에 모여앉아 인도 대중음악이 나오는 TV을 지켜보는 장면은, 인도의 현실이 직면한 모순된 실정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재밌었다. 인도의 성문화가 얼만큼 개방적인진 알 수 없지만, 인도 TV에서 나오는 무희들의 천편일률적이고 선정적인 집단 안무는 인도 공동체의 억압된 성적 욕구의 대리 표출처럼 보였다. 이는 성적억압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한국 사회에서 노출 경쟁을 벌이는 걸그룹의 양태와 겹쳐 보였다.
무방비 상태에서 이끼가 잔뜩 내려 앉고 곳곳에 금이 가 있는 오랜 건물(궁궐)을 호텔로 개조한 인도의 건축 문화는, 콘크리트로 구축된 현대식 신축 건물로 위력을 과시하는 한국의 건축 문화보다 훨씬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 롯데시네마 건대점 시사회에서 항상 느끼는 불만: 상영 직전에 인내력을 시험할 만큼 너무 오랜 시간 광고를 튼다. 시사회 참관하는 관객들에게 별로 호소력도 없을 광고들을 말이다. 시사회를 주최하는 영화사의 대관비 절감을 위한 방편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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