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0일(목) 14시. 왕십리CGV. <세이빙 미스터 뱅크스 Saving Mr. Banks>(2013) 시사회.
감독: 존 리 행콕
출연: 엠마 톰슨, 톰 행크스, 콜린 파렐
별점: ★★★
<세이빙 미스터 뱅크스>는 몇가지 관점을 담고 있다. 1960년대 디즈니가 <매리 포핀스>를 만드는 과정을 바라보는 관점, 1960년대 영화 <매리 포핀스>의 동명의 원작 소설가 트래버스의 유년기를 보여주는 관점, 따라서 영화는 현시점과 과거를 오가는 액자 구성이다. 그리고 <세이빙 미스터 뱅크스>라는 2010년대 디즈니의 영화를 통해 1960년대 디즈니의 역사를 실존 인물을 내세워 진술하는 관점, 따라서 이 영화는 디즈니의 과거회상적/자기지시적 작품이다.
<세이빙 미스터 뱅크스>라는 영화 속에 <매리 포핀스>가 제작되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매리 포핀스>의 제작하는 입장차이 때문에 원작자인 소설가 트래버스와 원작을 영화로 각색하려는 월트 디즈니 사이에 갈등이 초래되는데, 자기 문법(트래버스에겐 소설문법, 디즈니에겐 영화문법)을 고수하려는 두 예술가의 집착이 이야기를 끌고 간다. 그런데 둘의 갈등이 해소되는 지점도 트래버스가 자기 문법을 고수하려는 배경에 대한 공감에서 온다.
트래버스는 자기 소설 <매리 포핀스>에 등장하는 캐릭터에 강한 애착을 보이는데, 불행했던 자신의 실제 유년기에 대한 가상의 치유책으로 <매리 포핀스>의 캐릭터를 구현했기 때문이란다. 영국을 방문해서 트래버스를 회유하기 위해 월트 디즈니가 내놓은 자기 경험담은 자신도 성공하기 전에 월트 디즈니가 미키 마우스의 판권을 팔지 않았는데, 미키를 자기 가족처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공감해줬기 때문이다. 실제 삶의 상처를 치유하는 가상의 구원책으로 자신의 작품(영화 혹은 소설)을 설정한 점에서 디즈니와 트래버스가 뜻이 통했다는 이 후반부 장면은 창작물에 대한 디즈니사의 입장 표명일 것이다.
트래버스의<매리 포핀스>는 자신의 불행한 유년기와 자신의 현재에 큰 영향을 준 과대망상적인 친아빠에 대한 기억과 오마주가 투영된 작품이다. 예민한 중년 여성 트래버스의 상상력의 배후에는 어린 시절 비현실적인 공상을 일삼았던 친아빠의 영향이 컸다. 트래버스의 유년기를 보낸 시공간은 마치 앤드류 와이어스Andrew Wyeth의 그림과 구도가 많이 닮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 감독이 앤드류 와이어스를 염두에 두고 로케이션도 하고 무대도 구성한 게 아닐까 싶다.
<세이빙 미스터 뱅크스>는 미국 영화 비평 사이트에선 내가 준 평점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더라. 월트 디즈니의 대중문화 지배력이 깊게 뿌리 내린 지역이어서 영화에 대한 공감대도 컸던 모양이다. 그렇지만 영웅적 실존인물을 회상하는 영화가 흔히 그렇듯 인물의 성격을 도드라지게 연출하는 부분은 너무 강조 되었고 너무 반복적이라는 인상이 든다. 정중한 호칭 문제로 불편해하는 영국여성 트래버스의 보수적인 태도나, 자기가 만든 캐릭터가 영화 속에서 변형되는 걸 참지 못하는 작가적 고집 등.
* 영화 끝나자마자 극장을 빠져나간 관객들은 놓친 장면과 음성이 있다. 엔딩 크레딧이 중간 쯤 올라왔을 무렵, 화면 위로 1960년대 트래버스와 디즈니의 협업자들이 <매피 포핀스>의 구성에 관해 회의할 때 녹음된 육성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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