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8일(화) 16시30분. 롯데시네마 에비뉴엘. <백설공주의 마지막 키스 Blancanieves>(2012) 시사회.
별점: ★★
'예술작품의 완성도에 관한 판단은 전적으로 개인 취향에 의존한다'는 주장은 대중이 자신의 취향이 전문가들에 의해 저평가될 때 흔히 내놓는 단골 항변이 되었다. 더러 전문가마저 저런 주장을 할 때가 있다. 나는 저 주장이 절반 이상 틀렸다고 보는 편이다. 그렇지만 <백설공주의 마지막 키스>가 해외 유수의 평론가들에 의해 호평을 받았다는 자료를 접하고 나면, 저 주장에 끄덕이게 되기도 한다. 혹은 내가 여전히 파악 못한 좋은 영화의 고유한 질감이 존재하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작년 사망한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별점 4개 만점에 4개를 줬다고 하고, 영화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가 준 평점도 대체로 무척 높다. 스펙터클과 조율된 색감으로 승부를 거는 동시대의 천편일률적인 영화에 비해 변별적 형식(무성 흑백영화)을 제시한 점을 높게 샀는지 나로선 알 수 없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감을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좋은 영화는 대개 초반부에 결정된다'는 나의 경험칙도 재확인된 작품이다. 영화 전반부는 긴장감 없이 잔잔하다 못해 지루했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무성 흑백 영화의 형식을 그대로 차용했다는 점일 거다. 그래서 대사도 고전 무성영화의 방식으로 처리된다. 화면에서 쓰이는 조명의 활용이나, 배우들의 연극 배우 같은 과장된 연기력을 보노라면 1920년대 표현주의 영화가 떠오르기까지 한다. 카르멘이란 이름의 무녀나 영웅적 투우사 안토니오 그리고 두 사람의 딸이 무곡에 맞춰 선보이는 훌라밍고 춤은 스페인 지역의 문화색을 반복적으로 관객에게 환기 시키지만, 그래서..... 정작 쟁점이 뭔냐는 질문에는 내가 답을 찾지 못하겠더라. 더구나 마지막에서 극적 반전이라도 제시되는 건가 하는 내 기대감이 꺾여서 더더욱.
* 영화 초반에 출연하는 스페인의 유명한 투우사 외모, 마르고 앞머리가 벗겨진 얼굴이 내게 마르셀 뒤샹을 연상시켰다.
** 사후 사진post mortem photography을 재현한 장면에선, 당시 촬영 때 웃는 표정을 지으라고 요청하기도 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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