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8일(월) 14시. 왕십리CGV. <엠파이어 스테이트Empire State>(2013) 시사회.
별점: ★★★☆
1982년 뉴욕을 무대로 거금 강탈 사건과 그 추적 과정을 이야기의 골자로 정한 영화다. 영화 도입부에서는 TV방송 화면을 통해 1982년 당시 미국에서 유행한 헤어 스타일이나 의상 그리고 TV브라운관을 통해 필터링된 낡은 색감의 도시 풍광이 자료 화면처럼 스크린을 채운다. 현금수송차량 회사의 터무니 없이 허술한 관리 체계를 틈 타 그 회사의 야간 경비자와 지인들이 공모하여 대략 3천만 달러(하도 허술하게 관리되어서 탈취된 금액이 얼마인지조차 불확실)의 현금 다발을 돌발적으로 강탈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 공모에 가담하거나 공모 사실을 아는 소수의 사람들 사이의 심리전과 모략을 다룬 영화다.
영화의 포인트는 강도들의 거금 탈취와 경찰의 방호를 둘러싼 총격전에 있지 않다. 거금 탈취 공모가 이뤄질 수 밖에 없었던 구조를 살필 때 영화가 제대로 보인다. 10년 간 근무하고도 부조리한 조직 생리로 인해 무일푼으로 퇴직 당한 아버지를 지켜본 야간 경비원 크리스는 우연히 현금수송차량 회사에 근무하는데, 그 회사가 보유/관리하는 현금의 양은 그야말로 엄청난데 비해, 매우 허술한 관리에 의존하고 있었다. 보관 중인 현금의 일부를 빼돌린들 내부에서 그 사실은 아는 이가 아무도 없을 정도다. 그래서 <엠파이어 스테이트>를 관람하는 포인트는, 부조리한 위계와 허술한 관리 체계를 지닌 현실 사회의 조직에서 불법 행위의 유혹 앞에 개인의 선택을 다뤘다고 봐야 할 거다. 하지만 이야기의 설정이 너무 말도 안되는 허구 같아서 오락영화의 허구적 상상력으로 치부하기 쉽지만, 국내 최고 대기업 삼성에서 비자금을 관리할 때 보관 중인 현금 일부를 내부에서 빼돌려도 내부에서 그 사실을 정확히 알긴 어려운 구조였다는 증언이 있었던 걸로 봐서 <엠파이어 스테이트>가 꼭 개연성 없는 이야기 전개라고 보긴 어려울 거다.
하지만 영화의 반전은 이 말도 안되게 허술한 돈관리와 그로 인한 현금 강탈 사건이 허구가 아닌, 실제 미국에서 1982년 발생한 실화였다는 거다. 마지막 장면에선 1991년 구치소에서 나온 실제 크리스의 인터뷰 장면이 실린다. 실화에 기초한 영화였음이 노출되는 마지막 화면에서는 형언하기 어려운 허망한 쾌감과 인생의 논리를 한수 배운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ps. 영화 포스터로만 보면 비중이 커보이지만, WWF의 스타 레슬러 '더록' 드웨인 존슨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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