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1일(월) 14시. 왕십리CGV. <위크엔드 인 파리 Le Week-end>(2013) 시사회.
별점: ★★
해외에서 호평 받은 영화에 만족하지 못하면 점수를 더 짜게 주게 된다. 비록 <위크엔드 인 파리>가 받은 상은 연기상이었다 해도 말이다. 결혼 30주년을 맞은 어느 늙은 부부의 결혼기념 여행을 다룬 이 영화에 내가 감정이입을 못한 이유는, 비현실적 설정에 대한 나의 완고한 불관용 때문인 것도 같다. 이야기를 전개하는 두 축은 노후까지도 아내 외에는 성적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어느 비현실적인 남편과, 그런 남편의 러브콜을 냉정하게 거절하는 어느 늙은 아내의 밀당이다. 해설이 달리 없이 이 영화를 본다면, 우연히 만난 (부부 사이가 아닌) 노년의 두 남녀로 오해할 정도다. 직설화법으로 아내에게 불타는 사랑을 고백하는 늙은 남편이나, 쌀쌀맞게 사랑 고백을 차단하는 아내의 태도는 모두 어색하다.
어색한 설정은 이것 만이 아니다. 30년 결혼기념 여행으로 프랑스 파리를 찾은 부부가 일종의 기념으로 비싼 식당에서 식대를 지불하지 않고 도망친다는 낭만적 설정은 어수룩하고 둔한 그들의 도주 방식 때문에 현실성을 심히 떨어뜨렸는데, 어찌 그런 탈주에 공감할 수 있는 지 알 수 없다. 한번 그런 인상이 꽂혀선지 하다 못해 나이든 남편이 이어폰을 꽂고 밥 딜런의 <Like a rolling stone>을 흥얼거리는 몰입 장면마저 부자연스럽고 작위적인 연기처럼 느껴졌다.
노년 부부에게서 기대하기 힘든 진한 로맨스를 극대화 시킨 이 영화의 연출은 영화 속 노부부의 대사에서 나오듯 자기 세대(6,70년대에 청년기를 보낸)에 대한 자부심어린 평가, 즉 비정상적인 청년기를 보낸 세대라는 자평에서 비롯된 독보적인 낭만의 결과일까? 그런 낭만은 그 세대에게, 나의 낭만은 내 세대에게.
* "<비포 미드나잇>의 20년후 이야기를 볼 수 있다"는 해외 언론을 인용한 영화사의 보도자료처럼, 아내 멕을 연기한 린제 던칸의 눈매에서 줄리 델피가 아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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