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간 디자인>(4월호)에 실린 짧은 촌평. '크리에이터 5인이 지켜본 2014 소치 동계 올림픽 폐막식 현장'이라는 제목으로 나를 포함해서 무대디자이너와 그래픽 디자이너 등의 촌평이 수록되었다. 인색한 평가를 써서 송고한 후 든 생각은 올림픽에 몰두한 시청자/입장객에겐 동기화 된 감동을 안길 만도 했겠다는 점이다.
반이정. 미술평론가
세계의 이목을 붙든 대형 스포츠 경기의 피날레를 자축한 자리인 만큼, 소치 올림픽 폐회식이 3시간을 초과한 매머드 급 문화 공연이어선 안 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런 사정을 이해하고도 이런 대형 스포츠 축제의 폐회식이 감동을 주진 않는다. 과잉된 불꽃놀이로 붉게 물든 현지의 창공이나, 러시아의 국가 캐릭터인 곰을 커다랗게 만들어 성화 소등 때 곰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오게 만든 작위적 설정이나, 와이어에 매달려 허공을 둥둥 떠도는 천사 따위가 대체로 진부하다. 작고한 러시아 태생 현대예술가들을 장르별로 묶어, 무대 위에 선보이거나 과도한 바닥 조명이 깔린 무대 위로 라흐마니노프를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를 올리고 그 곁에 동심의 상징일 아이 셋을 다가가게 만든 연출도 마찬가지. 스포츠에 열광하는 대중 미감에 눈높이 맞춘 연출일 테고, 스펙터클의 규모로 국가 저력을 과시하려는 질 낮은 문화 마인드의 결과인지도 모른다. 각국 선수단의 유니폼에 관해선 논평거리가 적다. 유니폼 디자인으로 남다른 인상을 남기려면, 스포츠팬들의 미적 취향을 평균보다 높게 잡아야 할 텐데 아마 그렇진 않을 것이다. 다만 한국 선수단 유니폼을 오랫동안 장악한 파란색 혹은 빨간색의 지배에서 이번에 살짝 벗어났다는 점만으로도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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