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22일 입주한 '조원동(신림동 8동) 강남아파트'에 살다보면 다른 곳에서 겪기 힘든 희소 체험의 도전장을 곧잘 만나곤 한다. 10월7일(화) 밤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 강남 아파트 전체에 물 공급이 중단되었다.
지난 달 단수를 예고 하는 용지가 입구에 붙은 걸 본 거 같은데, 장기 체납 가구에 대한 경고문이어서 나는 해당 사항 없는 줄 알았다. 그런데 단수가 되자 마자, 아파트 단지 바깥에서 거주민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같은 세입자가 아닌 아파트 원주인들이 모여 대책을 궁리하는 것 같았는데, 무슨 말인진 들리지 않았다.
상황을 살피러 밖에 나와 경비실에 들렀더니, 원주민 가구 중 일부가 상하수도 요금을 장기 체납시켜 단지 전체에 단수처리가 내려졌다는 거다. 나는 "어째서 그 가구에만 단수처리를 하지 않지요?"라고 물어보니, 경비 아저씨는 "이 아파트는 상하수도의 부분 단수가 불가능한 구조다."라는 취지로 답하시더라.
11시가 되어 아파트 단지 전체에 물공급이 전면 중단 되자, 받아둔 물도 달리 없어서 동네 슈퍼마켓에서 평소 구입하지도 않는 생수를 한통 사러 나갔다. 끝으로 구로디지털단지역 인근 롯데리아에 붙어있는 공중 화장실에서 양치질을 비롯한 마지막 취침전 용무를 마치고 방금 귀가했다. 여기 살면 이런 생쇼 체험을 하게 된다. 여길 빨리 떠나라는 신호 같기도 하고. 떠난다. 곧.
흡사 해외 여행 때 예약한 숙소가 싸구려임을 발견할 때의 심정과 유사하다.
한밤 단수 생쇼를 가까스로 마쳤는데, 내일부터 아파트 단지에 취해진 수도사업국의 단수 처분이 어떻게 될지 통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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