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1일 수요일

Sema 비엔날레 - 미디어 시티 서울 2014 '귀신 간첩 할머니' 리뷰 (노블리안 10월)

* 지난 9월1일 프레스 개막식이 열린 Sema 비엔날레 - 미디어 시티 서울 2014 '귀신 간첩 할머니'(엮인글)에 관한  리뷰.    신라호텔 VIP잡지 <노블리안>(10월)에 기고함. 


단순 복잡한 미디어 아트쇼


반이정 미술평론가

미술 비엔날레 축제의 시즌이 돌아왔다짝수 해 9월은 한국 각지에서 비엔날레를 표방하는 초대형 전시회들이 경쟁적으로 개막식을 여는 달이다그 중 미디어 시티 서울은 새천년이 된 2000년 1회를 개최한 미디어 아트 전문 비엔날레다실생활에 뉴미디어가 개입하는 비중이 커진 만큼대중이 뉴미디어라는 창을 매개로 세상과 만나는 시대가 열렸다시각예술도 뉴미디어라는 신종 소통 수단을 창작의 도구로 삼았는데이를 미디어 아트라고 부른다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뉴미디어시대의 관객은 미디어 아트를 정작 어려워한다.

흔히 미디어 시티 서울은 파티션으로 나뉜 작은 전시실들마다 모니터들로 빼곡 채워서 비디오 아트를 상영하곤 한다시간 예술의 비중이 커진 만큼관람의 피로도 커졌다.

종래 사정이 이런 반면, 8회째인 올해 미디어 시티 서울은 뉴미디어라는 매체보다감독의 오랜 관심사를 구현한 주제에 집중한 인상이다어떤 면에서 미디어 아트 축제로 한정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이번 미디어 시티 서울의 타이틀 <귀신 간첩 할머니>는 호기심을 일으키는 단순명료한 주제다하지만 관람한 작품들을 귀신’, ‘간첩’ 그리고 할머니’ 라는 선명한 범주 안에 분류시키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연관성이 낮아 보이는 귀신간첩할머니라는 키워드들은 미디어 시티 서울’ 박찬경 감독에게는 상호 연관성이 매우 높은 모양이다한국과 일본의 전통 무속을 사진으로 고증한 김수남김인회나이토 마사토시의 사진작품은 쉽게 귀신과 연관 지을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전시장에 걸린 다수의 작품들이 귀신간첩혹은 할머니와 왜 연결되는지 어리둥절할 때가 많을지도 모른다또 올해 미디어 시티 서울은 식민과 냉전을 경험한 아시아라는 지역에 집중했다고 선포했으나실상 전시장에서 만나는 유라시아 지역(러시아작품이나스웨덴 작품처럼범 유럽 인종의 작품을 보면 이게 왜 아시아성과 연관이 있는지 다시 어리둥절해질 수 있다이런 난국을 어떻게 해결해야할까.

아마 박찬경 감독은 아시아를 지리적 조건 속에 제한하려 한 게 아닐 것이다아시아에서 특화된 식민무속냉전이라는 주제를 다룬 범세계적인 작품을 선별한 것 같다박 감독의 지속적인 관심사가 분단과 냉전적 사고였던 점또 무속 신앙을 대안적 가치로 간주한 점 따위를 알 수 없는 관객이라면거대한 전시장 안에서 귀신 간첩 할머니처럼 친숙한 단어들과 쉽게 연결되는 것 같지 않은 작품들 앞에서 길을 잃기 십상일 게다.

요컨대 무속이나 냉전을 재현하지 않는일본 전위 예술그룹 제로지켄의 작품이나스웨덴의 대안 공동체 류스바켄의 작품을 보자이 작품들은 실제 삶에서 무속에 버금가게 비논리적인 의례(儀禮)에 대중이 얼마나 쉽게 빠져드는지 보여준다그 작품들은 무속과 현실의 삶이 먼 거리에 있지 않다고 말하는 것 같다.

직장 노동자들의 집단 체조를 보여주는 마할디카 유다의 <선라이즈 자이브>는 현대 사회의 규율이 합리적인 것은 맞지만그 규율에 종속된 대중의 삶의 행복까지 보장하는 건 아니라고 반문하는 것 같은 작품이다이렇듯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일하는 로봇 같은 노동자처럼무개성한 균질한 주류 인생에 저항하는 비주류 의례가 무속인지도 모른다박 감독이 무속의 가치에 천착하는 이유는완고한 주류 예술에 저항하는 대안적 전위 예술이 무속의 생리와 유사하다고 보기 때문인 것 같다박찬경 감독 무속 미학은 무속인 김금화를 주연으로 세운허구와 다큐멘터리가 결합된 장편 영화 <만신>의 연출로 나타난 바 있다.

올해 미디어 시티 서울의 행사장은 서울시립미술관과 한국영상자료원 두 곳으로 구분 되어있다비디오 아트로 채워진 미디어 시티 서울의 종래 전시장 광경과는 달리올해 미디어 시티 서울의 전시장에선 비디오 아트의 비중이 한결 줄었다그 대신 전용 상영관인 한국영상자료원에 영상물 상영을 분담시킨 거다상영작 리스트도 비디오 아트가 아닌 전통적 영화들로 채워졌다스토리텔링의 비중이 커진 비디오 아트는 차츰 영화와 장르적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지경까지 이르렀다현대미술 축제인 미디어 시티 서울이 현대미술의 탈장르화를 확인하는 자리라는 사실은 역설이다.

2014년 미디어 시티 서울의 기획안에 따르면이번 행사가 선택한 귀신간첩할머니라는 3개의 키워드는 분리될 수 없는 연관성을 지닌다키워드 3개의 유기체가 곧 전시라는 얘기이다그렇지만 전시 기획에 관한 선명한 해설에도 불구하고냉전반공무속아시아라는 소주제들이 뒤엉킨 올해 미디어 시티 서울은 감독의 복안만큼 관객에게 매끄럽게 전달되긴 힘들 것이다무거운 역사적 서사를 귀신간첩할머니라는 평범한 키워드에 응축시킨 것은 세련된 선택이다그럼에도 이번 전시의 주제에 이미 정통한 관객에게나 전시의 유기성이 느껴질 것이다왜냐하면 시어(詩語같은 타이틀 귀신간첩할머니로 함축하기에는 올해 비엔날레가 선택한 주제가 퍽 무겁기 때문이다.





리뷰 작성을 결정한 후에 전시장을 다시 찾았는데, 서울시립미술관 앞마당에서 황세준(작가)과 박찬경(미디어 시티 서울 감독)을 우연히 만남. 박찬경은 최근 내 얘기를 참조한 후 자전거(브롬톤)을 한대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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